새해를 앞당겨 사는 사람들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8일 21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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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택의 서범석 과장은 지난달 15일 담배를 끊었다. 같은 회사 오다현 대리는 지난달 30일 헬스클럽에 등록하고 그동안 하지 못했던 운동을 다시 시작했다. 최근 일기장도 새로 샀다. 보통 새해 1월에 시작해야 할 것 같은 이런 일들을 이들은 왜 11월에 하는 걸까.

팬택이 2009년 11월 15일을 2010년 1월 1일로 선언했기 때문이다. 경제가 침체돼 있는 상황에서 한발이라도 앞서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팬택 직원들은 이 같은 회사의 방침에 개인생활도 맞추게 된다고 설명했다. 오 대리는 "1년이 13개월인 것 같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새해를 앞당겨 사는 사람들이 있다. 금융위기로 세계적인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올해를 일찍 정리하고 내년을 준비하려는 움직임이 형성되고 있다.

12월은 보통 연말의 들뜬 분위기와 함께 어영부영 지나간다. 외국 바이어들도 15일 이후에는 더는 주문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12월을 1월같이 보내다 보면 들뜬 분위기도, 흥청망청 술자리도 줄어든다는 설명이다. 특히 기업들은 조직의 긴장도를 높여 1월 1일부터 곧장 경영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팬택은 지난해에는 12월 1일을 새해 첫날로 선언했다. 올해는 이보다도 보름을 앞당겨 11월 15일이 1월 1일이다. 덕분에 올해 팬택은 휴대전화 제조업체에는 비수기로 통하는 1분기(1~3월)에 흑자를 냈고 올 들어 9월까지 8%대의 영업이익률을 내고 있다는 평가다.

다른 기업들도 임직원 인사를 서두르는 등 새해를 앞당기고 있다. 사상 최악의 불경기를 맞고 있는 조선업계는 보통 연말을 전후해 발표하던 임원 인사를 한 달 정도 앞당기고 있다. 위기극복을 위한 사업계획을 수립해 연초부터 강력히 추진할 시간을 벌기 위해서다.

현대중공업은 지난달 중순 최길선 사장이 사임한 이후 임원 인사를 2주 정도 앞당겨 실시했다. 회사 관계자는 "보통 12월 말일이 돼야 인사를 마무리하고 업무 채비를 시작했지만 올해는 미리 내년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우조선해양도 보통 12월 말에 하던 직원 인사를 지난달 말에 실시했다. 인사가 나자 회사는 일찌감치 새해를 맞은 것 같은 분위기다. 삼성그룹에서도 조기 인사설이 흘러나온다. 보통 1월 중순에 사장단 인사를 발표했던 삼성그룹은 올해에는 이를 12월 중순으로 앞당길 것으로 보인다. 삼성그룹은 내년에 공격적인 경영으로 시장점유율을 확대해야 한다는 경영목표를 확정하고 인사를 앞당기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도 지난해부터 각 부처 업무보고를 12월에 마치고 있다. 12월 업무보고가 정착되면 새해 정책을 한결 여유 있게 펼 수 있다는 설명이다. 1월부터 업무보고를 시작하면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5월에야 업무보고를 할 수 있었고 그때까지 별다른 행정의 진전이 없었다.

한 정부 관계자는 "12월은 보통 업무보고를 준비하고, 송년회 자리에 다니고 인사에 관한 얘기를 하며 보내곤 했는데 업무보고를 12월에 하면서 연말을 효율적으로 보내게 됐다"고 말했다.

김선우기자 sublime@donga.com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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