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던킨도너츠 중국을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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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12일 03시 00분


美본사, 비알코리아와 계약
한국 현지화 성공 후한 점수
베이징 등 3곳 우선 진출

“본사의 글로벌 가이드라인에 위배된다.” vs “한국 소비자들에게 친숙하게 제품을 소개할 수 있는 전략이다.”

1993년 국내 첫 매장(서울 이태원점)을 연 한국 던킨도너츠는 당시 미국 본사와 적지 않은 갈등을 겪었다. ‘슈거 글레이즈드, 초콜릿 필링’ 등 국내 소비자들에게 생소한 도넛 용어를 좀 더 친숙하게 소개하기 위해 진열대를 아예 계산대 밖으로 내놔 손님들에게 선택권을 주겠다는 ‘셀프 서비스’ 전략에 본사 측이 반대했던 것. 그러나 ‘직접 보고 고르게 하자’는 이 제안은 결국 국내 현지화 전략의 성공으로 이어졌다.

현재 한국 던킨도너츠는 미국 다음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매장을 보유한 성공 사례로 꼽힌다. 이 같은 여세를 몰아 한국 던킨도너츠가 중국 시장 석권에 나선다.

○ 한국 던킨, 미국 본사 제치고 중국 시장에 본격 도전장

11일 국내에서 던킨도너츠 사업을 하고 있는 SPC그룹의 비알코리아는 서울 서초구 반포동 JW메리어트호텔에서 던킨도너츠의 글로벌 본사인 ‘던킨브랜즈’와 중국사업 진출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계약을 통해 비알코리아가 따낸 중국의 사업 지역은 베이징(北京), 톈진(天津), 허베이(河北) 성 등 3개 지역으로 향후 10년 내 70여 개 점포를 내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운영 사업에 따른 로열티는 출하 가격의 1%로 업계 최저 수준이다.

던킨도너츠와 배스킨라빈스를 아우르는 미국 본사 격인 던킨브랜즈는 세계 44개국에서 1만4800개 매장을 운영하는 글로벌 프랜차이즈 기업이다. 1980년대 일본에 진출했던 던킨브랜즈는 사업 부진으로 1990년대 후반 철수했고, 1990년대 중국 시장의 문을 두드렸지만 같은 이유로 매장을 닫았다. 지난해 11월 상하이 등에 총 10개 점포를 내며 중국 시장에 ‘재도전’했지만 현재 매출액 등에서 기대치를 크게 밑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한국 던킨도너츠는 국내 매장이 730개에 이른다. 허영인 SPC그룹 회장은 “SPC그룹의 자체 브랜드인 ‘파리바게뜨’가 2004년 중국에 성공적으로 진출해 매년 10∼20% 성장한 것도 이번 계약 체결을 이끌어낸 배경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이날 체결식 참석차 방한한 나이절 트래비스 던킨브랜즈 최고경영자(CEO)는 “한국 던킨도너츠의 브랜드 운영 능력을 높이 평가해 거대한 중국 시장 진출을 제안했다”며 “중국에서도 던킨도너츠를 성공적인 브랜드로 성장시킬 것”이라는 기대감을 표시했다.

○ 현지화 전략으로 중국 시장 승부수

중국에 소개될 ‘한국판 던킨’의 가장 큰 특징은 역시 셀프 서비스다. 오승철 한국 던킨도너츠 마케팅팀 차장은 “여러 종류로 나뉘는 도넛이 아직은 생소한 중국에서도 아시아권 정서에 맞는 전략을 구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품만 사가는 ‘테이크아웃’ 위주의 미국 매장과는 달리 쉬다 가는 카페형 콘셉트 또한 아시아권 소비자들에게 적합하다는 판단이다. 또 단맛을 선호하는 서양권과는 달리 고소한 맛에 비중을 두는 아시아 지역 기호를 감안해 향후 ‘중국판 도넛’ 메뉴 개발에도 주력할 예정이다.

김정안 기자 j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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