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기업가 정신으로 무장 신념의 리더 없는 한 제2의 삼성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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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0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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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한한 세계적 컨설턴트 고트프레드슨

“성과관리를 비용 절감과 동일시하지 마십시오. 성과관리의 중심은 고객입니다.”

성과관리 분야의 세계적 전문가로 컨설팅회사 베인앤드컴퍼니의 성과 개선 부문 글로벌 대표를 맡고 있는 마크 고트프레드슨 씨(사진)가 한국 기업에 내놓은 충고다. 포럼 참석차 내한한 그는 15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무차별적인 비용 절감은 고객만족도를 떨어뜨려 장기적 성과 개선의 걸림돌로 작용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금융위기가 글로벌 기업의 성과관리 전략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습니까.

“불황기에 실패하는 기업의 공통점은 비용 절감을 무차별적으로 진행한다는 겁니다. 비용 절감은 성과관리를 위한 중요한 요소지만 고객만큼 중요하지는 않습니다. 최근 듀폰은 공장 100개를 폐쇄하고 수천 명을 해고했습니다. 하지만 우수 인재들을 대거 새로 뽑았고, 연구개발(R&D) 예산도 손대지 않았습니다. 고객 충성도와 큰 관계가 없는 부분이 어디인지를 파악해 이 부분에 비용 절감 노력을 집중해야 합니다.”

―한국 기업은 대부분 ‘재빠른 추격자’로서 성장해 왔는데, 성과관리 측면에서 어떤 점에 신경을 써야 할까요.

“세계 675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3년 내 후발주자가 1등 기업을 따라잡을 확률은 5%에 불과했습니다. 그런데 이 5%의 기업들은 1등 기업의 관점에서는 규모가 너무 작아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하는 고객집단을 발굴하고, 이들의 욕구를 충족시킨 기업입니다. 삼성과 소니를 보죠. DVD플레이어 등 삼성의 많은 제품은 처음부터 고가 시장에 진입한 게 아니라 저가 시장에서 먼저 성공을 이룬 뒤 고가 시장에 안착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고객에게 동일한 품질의 제품을 더 싸게 살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줬고, 고객들이 이를 범용상품(commodity)으로 인식하면서 1등을 할 수 있었죠.”

―한국에서는 제2의 삼성이나 현대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우려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10여 년 전 카를로스 살리나스 플리에고라는 멕시코 기업가를 만났습니다. 가정용 가구와 가전제품을 대여하는 소기업을 운영하는 사람이 멕시코의 최대 기업을 만들겠다는 꿈을 계속 피력하기에 속으론 좀 놀랐습니다. 하지만 그는 지금 세계 3위 거부인 카를로스 슬림 헬루와 맞먹는 멕시코의 유력 기업인으로 성장했습니다. 멕시코 정부가 방송 민영화를 추진하던 시절에 과감히 방송사를 인수했고, 여기서 큰 성공을 이뤘기 때문입니다. 반면 당시 한 사업가는 우리가 방송사를 인수하라고 권유했는데도 기회를 놓치더군요. 멕시코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던 그의 기업은 현재 10위권 밖으로 훌쩍 밀려났습니다. 중견 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하지 못하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결국 가장 중요한 건 리더십입니다. 플리에고와 같은 기업가 정신을 가진 리더가 부족한 거죠. 기회가 찾아올 때 이를 놓치지 않는 사람, ‘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진 사람이 필요합니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국내 첫 고품격 경영저널 동아비즈니스리뷰(DBR) 43호(2009년 10월 15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DBR 웹사이트 www.dongabiz.com, 개인 구독 문의 02-721-7800, 단체 구독 문의 02-2020-0685

▼Harvard Business Review/“逆혁신은 산소다” GE의 생존전략

GE를 비롯한 제조업체들은 지난 수십 년간 자국에서 우수한 제품을 개발한 다음 제품을 변형해 해외시장을 공략해왔다. 하지만 부유한 국가들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는 만큼 이 모델로는 충분치 않다. 이제는 개발도상국의 기회를 활용하고, 부유한 국가의 고부가가치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중국 인도 등에서 상품을 개발하고 이를 세계시장에 판매하는 ‘역(逆)혁신’ 전략을 익혀야 한다.

▼회계를 통해 본 세상/엔론 몰락 가져온 잘못된 보상체계

미국 동부의 작은 에너지기업이었던 엔론은 끊임없는 인수합병(M&A)으로 한때 미국 5위의 대기업으로 급성장했다. 엔론은 M&A와 신사업 분야 진출을 독려하기 위해 실제 발생한 이익이 아니라 계약이 체결되거나 신사업을 시작한 시점에서 미래 이익을 추정해 그 일부를 경영진의 성과급으로 지급했다. 엔론 경영진은 계속 신사업을 벌이는 데만 집중했을 뿐 이미 계약을 체결한 사업의 운영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결국 엔론은 파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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