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애들 눈매가 왜 이래?

  • 입력 2009년 10월 13일 02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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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확 바뀐 얼굴의 신형 쏘나타 나오기까지
디자인팀 ‘파격 승부’ 제안에
생산부서 ‘제작비 인상’ 걱정

경영진서 ‘한번 해보자’ 강행

현대자동차 신형 ‘쏘나타’의 인기가 폭발적이다. 현대차에 따르면 12일까지 계약 물량은 6만 대를 넘어섰다. 이처럼 시장에서 인정을 받고 있지만 처음 디자인이 공개될 때만 해도 과격한 모양새에 설왕설래가 있었던 것이 사실. “수입자동차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개성적인 스타일”이라는 평가도 있었지만 “삼엽충처럼 생겼다”는 비난도 있었다.

쏘나타의 모습을 이렇게 확 바꾸는 결정을 내리기까지 현대차 내부에서는 생산 담당 부서와 디자인 부서 사이에 마찰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과감한 디자인 그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그런 모양새를 만들려면 금형 제작 등에서 돈이 많이 든다는 점이 걸림돌이었다. 최종적으로는 경영진이 힘을 실어주면서 다소 가격이 올라가더라도 스포티한 디자인을 추구하기로 했다는 후문이다.

디자인을 바꾸는 데에는 20, 30대로 타깃 고객층을 넓혀야 하고 기존 쏘나타의 고객층인 40대의 사고방식도 점점 젊어지고 있다는 점, ‘싱글족(族)’이 늘고 있다는 점이 영향을 미쳤다. 최종 결과물에 대해서는 폴크스바겐의 ‘CC’나 렉서스 ‘뉴 ES350’과 닮았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에 대해 박준호 현대차 디자인2팀장은 “개발 과정에서 특별히 벤치마킹한 차종은 없다”며 “전면부 등은 아주 독창적”이라고 말했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헤드램프, 날카롭다 못해 무서운 느낌… 강한 인상이 어필하는 분위기 반영▼

현대자동차의 신형 ‘쏘나타’와 르노삼성자동차의 ‘뉴SM3’, GM대우자동차 ‘마티즈 크리에이티브’의 공통점은? 국내 자동차 회사들이 올 하반기 자존심을 걸고 내놓은 ‘회사 대표차량’의 후속모델이라는 점이다. 공교롭게 이들 차량은 기존 모델에 비해 ‘인상이 매서워졌다’는 공통점이 있다. 헤드램프가 측면으로 길게 찢어지면서 날카롭다 못해 무서운 느낌마저 준다. 최근 출시된 ‘투싼 ix’ 역시 기존 투싼 모델에 비해 훨씬 인상이 강해졌다.

○ 강한 얼굴 어필하는 사회 분위기 반영

자동차 회사가 서로 상의한 것도 아닌데 공들여 내놓은 후속 모델들의 얼굴이 한 방향으로 변모한 데에는 시장 트렌드의 변화와 마케팅 측면에서의 필요, 기술 발전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각 회사의 디자인 담당자들은 우선 빠르고 날렵한 이미지를 선호하는 것이 최근 유행이라는 점을 꼽았다. 헤드램프가 정면과 측면에 걸쳐 길게 늘어져 있으면 가만히 서 있어도 차량이 달리는 듯한 느낌을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GM대우차 익스테리어3팀의 조상연 부장은 “패션에서도 날렵한 이미지들이 유행하고, 전자제품도 점점 얇아지고 있다”며 “전반적인 시장 트렌드”라고 말했다. 르노삼성차 측은 “정형적이고 고전적인 데서 탈피해 개성 있고 강한 인상의 얼굴이 어필하는 사회 분위기가 차 디자인에도 반영됐다”고 분석했다.

자동차의 헤드램프가 점점 날카로워지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하다. 해외에서는 BMW가 5시리즈에 이 같은 디자인을 도입했으며 국내에서도 GM대우차가 중형차 ‘토스카’ 등으로 선보인 바 있다. 그러나 국내 자동차업체들이 올해 대표 차종들에서 하나같이 이 같은 눈매를 선택한 데에는 단순히 유행을 좇아가고자 하는 목적 외에 숨은 계산도 있다.

○ 헤드램프 크면 고급스러운 느낌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는 환경에서 잠재 고객들의 눈길을 끌려면 강한 인상이 아니면 안 된다는 것이다. 박준호 현대차 디자인2팀장은 “쏘나타가 국내에서야 독보적인 위치지만 해외 시장에서는 그렇지 않다”며 “전통적인 모양새로는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 수가 없다. 강한 인상으로 시선을 끌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준중형인 뉴SM3와 경차 마티즈 크리에이티브는 기존 모델보다 차체가 커지고 고급스러워졌다는 점을 알리기 위해 헤드램프를 강조할 필요가 있었다. 마티즈 크리에이티브의 경우 헤드램프 크기만 놓고 보면 대형차와 큰 차이가 없다. 낮에도 반짝거리는 부위인 헤드램프가 크면 고급스러운 느낌이 난다는 설명이다. 고성능 엔진을 달기 위해 라디에이터 그릴을 키우다 보니 헤드램프가 양옆으로 밀리게 된 요인도 있고, 3차원 설계와 금형 기술의 발전으로 전에는 현실화하기 어려웠던 구상이 비로소 이뤄진 측면도 있다.

신차들의 ‘매서운 눈매’는 앞으로도 이어질까.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롱런하는 차량을 보면 준수하고 무난한 스타일이 많다”며 “매서운 눈매의 헤드램프는 시간이 지나면 쉽게 질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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