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부회장, 현대차 ‘얼굴’ 착실한 수업”

  • 입력 2009년 9월 24일 02시 56분


코멘트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15일(현지 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열린 현대차 신차발표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현대·기아자동차그룹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15일(현지 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열린 현대차 신차발표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해외출장 첫 전용기 탑승
부친 대신 주요행사 챙겨
경영권 승계 본격화 관측도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현대·기아차그룹의 주요 행사 전면에 나서면서 그룹 내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23일 현대·기아차에 따르면 정 부회장은 22일 전용기편으로 러시아로 출국해 2011년 완공하는 상트페테르부르크 현대차 공장 건설현장을 시찰했다. 정 부회장이 전용기를 이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이어 24일 체코 노쇼비체의 현대차 준공식에 참석해 부친인 정몽구 그룹 회장을 대신해 행사를 주재한다. 현대·기아차의 해외공장 준공식에 정 회장이 참석하지 않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정 부회장이 기아차 사장이던 2007년 기아차 중국 제2공장 준공식 때에도 행사 주재는 정 회장이 맡아 했었다.

정 부회장은 이달 중순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현대차 신차발표회 기조연설을 했고, 17일 서울 한강시민공원 둔치에서 열린 현대차의 신형 ‘쏘나타’ 신차발표회에서도 아버지 대신 ‘마이크’를 잡았다. 부회장 취임 이후 잇달아 열린 회사의 주요 행사 3건 모두를 정 부회장이 주재하고, 정 회장은 비켜서 있는 모양새다. 현대모비스가 현대제철 보유 현대차 지분을 지난달 모두 사들여 지주회사 전환 요건을 갖춘 것과 관련해서도 ‘현대·기아차그룹의 경영권 승계 작업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그룹 주변에서 나왔다.

정 부회장의 대외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정 회장의 건강 문제에 대한 추측도 일각에서 나왔다. 하지만 현대차 측은 “정 회장이 지난달 미국에 다녀왔고 그 뒤로도 몇 차례 헬기로 충남 당진군 현대제철 일관제철소를 시찰하는 등 건강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자동차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고경영자가 되려면 가장 먼저 거쳐야 할 자리가 지금 맡고 있는 기획 및 영업 분야가 아니겠느냐”며 “정 부회장이 후계자 수업을 착실히 받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1970년생으로 젊은 편인 데다 아직 자신만의 카리스마나 경영 색깔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그가 사장으로 있던 기아차의 양호한 경영실적은 일부 현대차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은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정 부회장은 현대차로 자리를 옮기면서 타고 다니는 차도 기아차 ‘오피러스’에서 현대차 ‘에쿠스’로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기아차 사장 시절에는 기아차의 상징색인 붉은색 넥타이를 애용했으나,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와 신형 ‘쏘나타’ 신차발표회에서는 현대차의 색깔인 푸른색 넥타이를 매고 나와 눈길을 끌었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