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1호 사브, 한국서 철수하나

  • 동아닷컴
  • 입력 2009년 8월 7일 09시 09분



GM코리아의 ‘사브 터보 X’. 동아일보 자료사진
GM코리아의 ‘사브 터보 X’. 동아일보 자료사진
국내 수입차 1세대인 사브가 한국에서 철수할 예정이라고 매일경제가 보도했다. 신문은 6일 업계와 사브 딜러사를 인용해 현재 남은 사브 차량 수십 대만 소진한 뒤 추가 수입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 같은 방침은 사브가 사실상 한국 시장에서 철수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사브가 1991년 한국에 진출한 지 18년 만이다.
캐딜락과 사브를 수입하는 딜러는 "현재 사브는 추가 주문이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캐딜락은 주문을 했지만 사브는 더 이상 수입하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GM코리아는 앞으로 기존 사브 고객들에 대한 애프터서비스(AS) 등만 처리하고 추가 판매는 하지 않을 전망이다.
GM코리아 측은 "현재 추가 주문을 하지 않는 것은 맞다"며 "GM 본사와 사브 간 관계에 따라 한국 내 상황도 정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GM 본사가 사브를 매물로 내놓았기 때문에 본사 상황을 지켜보다 결국 한국 시장에서도 철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스웨덴에 위치한 사브 공장은 한 달째 휴가 중이다. 자금난과 판매 부진 때문에 당분간 정상 가동이 힘든 상황이다.
1991년 국내에 수입되기 시작해 수입차 1세대로 불리는 사브는 볼보와 함께 `스칸디나비안 럭셔리`를 지향하며 고객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항공기 엔진을 만들던 실력으로 탄탄하고 강한 차를 만들어낸다는 호평 속에 국내에서도 많은 양은 아니지만 꾸준히 판매됐다.
그러나 수입차시장이 본격적인 경쟁에 돌입하면서 경쟁력이 급격히 떨어졌다. 독일차와 일본차가 럭셔리 컨셉트 차량을 들여와 탄탄한 자금력으로 마케팅을 펼치는 바람에 소박하면서도 내실 있는 스칸디나비안 자동차를 추구하는 사브가 당해내지 못한 것이다.
미국차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은 것도 사브엔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신문은 전했다. 사브는 원래 스웨덴 자동차지만 GM에 인수된 뒤 한국에 들어와 사람들에게는 미국 자동차로 인식됐다.
미국차는 고장이 잦고 소음이 난다는 꼬리표를 달고 있는데, 이 같은 인식에서 사브도 자유롭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GM코리아가 캐딜락과 사브를 함께 수입해 동일 매장에서 판매하는 정책을 쓰면서 스칸디나비아 차량 특유의 정체성은 더 희미해졌다.
이후 사브는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마케팅을 펼치는 등 판매 확대에 힘썼으나 작년 하반기 갑자기 닥친 금융위기에 본사가 무너지면서 주저앉고 말았다.
올해 상반기 사브 판매대수는 98대로 벤틀리, 마이바흐, 롤스로이스 등 초고가 차들을 제외하곤 꼴찌다. 작년에도 연간 275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차량 가격이 3000만~5000만원대인 것을 감안하면 최악 성적이다.
딜러들은 사브 철수가 큰 타격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반응이다. 현재 사브를 판매하는 딜러는 대우자동차판매, M&M모터카, 안양오토갤러리, 노블모터스 등 4곳인데 이들은 모두 캐딜락을 함께 판매하고 있다.
딜러당 한 달에 10대도 제대로 못 팔고 있는 상황에서 차라리 캐딜락이나 앞으로 한국 진출 가능성이 있는 시보레 등에 집중하는 게 낫다는 판단이다.
다만 기존 사브 고객이 있는 만큼 브랜드 철수를 단행해도 기존 고객들에 대한 AS 등 서비스는 기존 딜러에서 계속 맡아 처리할 전망이다.
인터넷 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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