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 클리닉을 마치며…]오세희 전경련 중기자문봉사단 위원장

  • 입력 2009년 7월 10일 02시 57분


자금 공급 위주의 지원정책보다는‘성공 인자’ 키워주는 것이 더 필요
정부 차원 클리닉도 검토해 볼 때

“이제 ‘실패한 중소기업’을 도태시키는 쪽으로 정부의 중소기업 정책 방향을 바꾼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 전에 우리 중소기업들이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울 기회는 줘야 하지 않을까요.”

8일 서울 마포구 도화동 서울가든호텔에서 만난 오세희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경영자문봉사단 위원장(69)은 인터뷰 내내 “지금 우리 중소기업들에 필요한 것은 ‘물고기(자금과 인재)를 주는 것’이 아니라 ‘물고기 낚는 법’을 가르쳐 주는 것”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전경련 부설 중소기업 자문기관인 중기자문봉사단은 2004년 7월 발족해 이달로 설립 5주년을 맞는다. 중기자문봉사단은 발족 이후 현재까지 2172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6204건의 경영 자문에 응했다.

또 국내 최초로 대기업 임원을 지낸 경영자들을 자문위원으로 위촉해 중소기업 자문에 답하고 있다. 40여 명으로 시작한 자문 인원은 현재 95명. 오 위원장도 1990년대 중반 LG홈쇼핑 사장을 지낸 대기업 임원 출신이다. 대기업 임원 출신 자문위원들이 바라본 국내 중소기업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일까.

“흔히 중소기업의 가장 큰 문제는 자금과 인재라고 하지만 절대 아닙니다. 오히려 ‘소통’과 ‘전략’이 없는 것이 결정적인 문제죠.”

워낙 현장 경력이 오래된 중소기업 경영자들이 현장 생산에만 빠져 내외부의 경영 조언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는 의미다. 또 장기 성장전략이나 비전이 없으니 오래 근무할 수 있는 인재가 없는 악순환이 계속된다는 설명이다.

오 위원장은 “자문 활동을 나가서 ‘원하는 인재와 자금을 주면 3년 후에는 똑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인가’라고 물으면 확실하게 ‘그렇다’고 대답하는 중소기업이 없다”며 “그만큼 경영 시스템 자체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것이 중기자문봉사단처럼 중소기업 경영을 ‘수술’해 줄 수 있는 단체가 필요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오 위원장은 자금 지원 위주의 중소기업 지원 정책도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로 기업 경영에 참여해 보지 않은 사람들이 탁상공론식으로 무조건 자금을 지원하고 세제 관련 정책만 만들면 기업이 살아나는 줄 안다”며 “실물 기업 경영을 위해서는 중소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는 ‘성공 인자’를 키워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중소기업의 경영 방식을 개선하도록 돕는 정부 차원의 ‘중소기업 클리닉’을 만드는 것도 검토해 볼 때라고 말했다.

설립 이후 5년이 지나며 중기자문봉사단의 경쟁력도 많이 높아졌다.

처음에는 “대기업 재직 당시 경험을 바탕으로 자문에 응하면 되겠지” 하고 다소 안이하게 생각하던 자문위원들도 이제는 매일 밤 최신 경영정보를 습득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오 위원장은 “예전 경영 방식을 중소기업 경영자들에게 알려주면 ‘그런 건 우리도 하고 있다’고 얘기하는 중소기업인들도 많다”며 “최신 경영 트렌드를 따라잡기 위해 나부터도 한 달에 10번씩 조찬 강연회에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경련 중기자문봉사단의 목표는 최근 경영 트렌드를 풍부한 실무 경험에 접목한 중소기업 자문단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장에서 중소기업의 자문에 응하면서 가장 기쁠 때는 언제일까.

오 위원장은 주저 없이 “죽어가던 중소기업이 다시 살아날 때”라고 말했다. 그는 “8일 개최된 발족 5주년 기념 심포지엄에서 2006년 경영 자문을 했던 자동차부품업체인 동아전기 법정관리인이 ‘자문위원들에게 고맙다’고 말했는데 3년이 지난 지금도 뿌듯하다”며 “앞으로도 중소기업들을 설득해 열악한 중소기업의 ‘경영 시스템’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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