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와 나]홍양자/"사회성 기르는데 그만"

  • 입력 2001년 1월 31일 18시 33분


나는 배구선수 출신이지만 다시 태어난다면 꼭 축구선수를 하고 싶다. 축구의 엄청난 힘에 눈을 떴기 때문이다.

축구의 보이지 않는 힘을 느낀 것은 94년 장애인 축구단인 ‘곰두리 사랑회’ 회장을 맡으면서부터였다. 그들은 불편한 몸이었지만 공을 차는 순간에는 눈에서 빛이 나고 온몸에서 활력이 솟아나는 것을 옆에서 보면서 축구의 위력에 놀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장애인 체육을 전공한 나로서는 ‘무슨 스포츠가 장애인들에게 좋을까’하고 고민을 해왔던 게 사실이다. 결국 답은 축구였다. 축구야말로 장애인에게 필요한 사회성을 길러주고 눈과 발의 조정작용을 한꺼번에 발달시킬 수 있어 사회학적이고 생리적인 측면에서 모두 좋은 운동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실제로 이화여대연구실과 일본 미야자키국립대학 연구실이 함께 축구가 어떤 효과를 주는지 연구한 결과 ‘장애인 축구단원들이 다른 장애인에 비해 훨씬 건강하고 생기가 넘친다’는 사실이 증명됐다.

나와 축구의 인연은 이것뿐만이 아니다. 91년 영국 셰필드에서 열린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때 한국선수단 여자감독으로 참가한 나는 당시 한국축구가 네덜란드를 꺾고 우승을 차지한 그 현장에 있으면서 느낀 감격은 지금도 생생하다.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이 이화여대를 방문했을 때 우리 학교 출신으로 여자심판인 임은주씨를 소개하자 여왕은 한국 여성들의 폭넓은 활약에 놀라는 눈치였다. 90년 이화여대여자축구팀을 창단해 3년 동안 운영하면서 최선을 다했지만 안타깝게 국내여자축구의 선도 역할을 못한 게 아쉽다. 기회가 된다면 축구팀을 재창단해 활성화에 나서고 싶다.

내년 월드컵축구대회가 우리나라에서 열린다. 나는 우리 장애인축구단 선수들의 손을 잡고 경기장에서 다시 한번 축구의 힘을 느끼고 싶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