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GM에 하이브리드카 한국서 생산 요구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5월 30일 02시 59분



“GM대우 전략적 거점 육성 보장돼야 자금 지원”
전문가들 “GM 동의 의문” “GM에도 이득” 갈려


한국산업은행이 GM대우에 자금을 지원하는 조건으로 미국 제너럴모터스(GM)에 대해 하이브리드 자동차나 저(低)연비 소형차를 한국에서 생산해달라고 요구한 사실이 29일 확인됐다.
지금처럼 소형차를 단순 조립하는 구조로는 경쟁력을 높이기 힘들 뿐 아니라 GM이 나중에 한국 내 공장을 중국 등 인건비가 싼 나라로 옮길 수 있음을 염두에 둔 카드다. GM대우가 쌍용자동차처럼 부가가치가 낮은 차종에 주력했다가 나중에 전략적 가치를 상실해 용도 폐기되는 상황을 막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GM대우 지원에 유보적인 태도를 보여온 산은이 GM 본사 측에 유동성 지원의 핵심 조건을 제시함에 따라 GM대우 처리 문제는 새 국면을 맞게 됐다.
○ “전략적 생산거점 보장 있어야 자금 지원”
산은 고위 관계자는 29일 “GM대우가 영속 기업으로 살아남으려면 GM의 하이브리드 차나 저연비 소형차 생산기지가 돼야 한다”며 “GM대우를 전략적인 거점으로 육성한다는 보장이 있어야 자금지원이 가능하다는 점을 GM 측에 설명했다”고 밝혔다. 현재의 생산시스템을 그대로 둔 채 유동성만 지원하면 GM은 2, 3년 뒤 GM대우의 생산물량을 중국이나 인도 같은 인건비가 싼 지역으로 옮기려 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산은으로선 지원의 실익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산은은 GM과의 협상에서 GM대우 공장의 생산량을 지금 수준 이상으로 유지해 달라고 요구했다. 하이브리드 차 생산체제 구축 등으로 부가가치를 높이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생산량이 줄면 납품업체들이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산은은 GM 측이 이런 조건에 동의하고 유동성 지원에 따른 담보도 제공하면 주채권은행이자 28%의 지분을 보유한 2대 주주로서 자금을 지원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산은 고위 관계자는 “본질은 GM대우의 경쟁력 강화이고, 지분 인수 같은 요구 조건은 부수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산은은 GM 본사에 유동성 지원 대가로 △경영권을 확보할 정도의 지분 인수 △GM의 연구개발(R&D) 센터 국내 이전 △호주 생산공장 국내 이전 등을 요구해왔다.
닉 라일리 GM 아태지역본부 사장은 28일 비공개 면담에서 “GM 보유 주식을 담보로 제공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 ‘GM이 신기술 한국에 넘길까’ 의문
산은의 제안을 GM이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김기찬 한국자동차산업학회장은 “친환경차 생산기지 설립 요구는 한국으로선 좋은 카드”라면서도 “이 제안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GM의 주인이 될 미국 정부가 자동차산업의 미래 성장동력인 친환경차 기술을 한국의 공장으로 넘기지 않을 것이라는 논리다. GM의 하이브리드 차량 기술은 일본 업체엔 못 미치지만 한국보다는 앞서 있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도 “GM으로서는 미국 노조의 반발도 의식해야 할 처지여서 하이브리드 차를 한국에서 생산하는 데 동의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한국 정부의 지원이 아쉬운 GM으로서는 고민이 될 것”이라며 “기술 유출은 부담이 되겠지만 잘만 하면 GM으로서도 ‘윈윈’ 카드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소형차 기술력이 뛰어난 GM대우를 하이브리드 차량 생산기지로 만들면 경쟁력 있는 제품을 만들 수 있어 GM에도 득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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