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회사는 대부분 신약 개발이 거의 없는 ‘복제약 제조 회사’여서 수출에 나서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첨단 신약은 아니더라도 국내에서 스테디셀러로 ‘1차 검증’을 받은 뒤 특정 국가에 맞는 마케팅을 통해 해외 시장 공략에 성공한 제품들이 많다.
24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대표적인 ‘해외 1등’ 제약 제품은 보령제약의 ‘겔포스’다. 짜먹는 액체형 제산제인 겔포스는 1980년 대만시장에 진출한 후 29년 동안 대만 제산제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시장점유율 98%.
회사 측은 “겔포스가 대만에서 사실상의 독점상품”이라고 설명했다. 겔포스가 이처럼 성공할 수 있었던 데는 발 빠른 시장 선점 전략이 주효했다. 대만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자극적인 음식과 독한 술을 즐기는 편이어서 위장병 환자가 많았지만 액체형 제산제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기 때문에 겔포스는 진출 후 시장을 휘어잡을 수 있었다.
출시된 지 올해로 50년이 지난 일동제약의 ‘비오비타’도 베트남의 1위 제품이다. 비오비타는 2004년부터 ‘비오베이비’라는 이름으로 베트남에서 판매되고 있다. 어린이들의 장을 튼튼하게 하고 배변을 돕는 정장지사제인 이 제품은 지난해 베트남의 관련 시장 점유율 25%를 달성했다. 회사 관계자는 “최근 베트남에서도 아이들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 정장지사제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다”며 “올해 150만 달러의 매출을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올해 4월 러시아 시장에 진출한 동아제약의 발기부전 치료제 ‘자이데나’ 등도 해당 국가에서 선전하고 있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국내 제약사들이 신약 개발 후 수출에 나설 수 있을 때까지는 국내에서 검증된 일반 제품 위주로 해외 시장을 공략해야 한다”며 “적극적인 현지 마케팅, 그리고 해외 협력사와의 돈독한 관계가 해외 시장 1위 제품의 공통적인 특성”이라고 말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