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도 해외시장 ‘넘버원 코리아’ 있다

  • 입력 2009년 5월 25일 03시 05분


“해외시장 1위 수출상품이라면 대부분 삼성전자와 LG전자를 떠올리시죠. 제약분야도 1등 제품이 있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기업들의 수출 성장세가 주춤한 가운데 해외 각국에서 꾸준히 1위를 차지하는 제약 제품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국내 제약회사는 대부분 신약 개발이 거의 없는 ‘복제약 제조 회사’여서 수출에 나서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첨단 신약은 아니더라도 국내에서 스테디셀러로 ‘1차 검증’을 받은 뒤 특정 국가에 맞는 마케팅을 통해 해외 시장 공략에 성공한 제품들이 많다.

24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대표적인 ‘해외 1등’ 제약 제품은 보령제약의 ‘겔포스’다. 짜먹는 액체형 제산제인 겔포스는 1980년 대만시장에 진출한 후 29년 동안 대만 제산제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시장점유율 98%.

회사 측은 “겔포스가 대만에서 사실상의 독점상품”이라고 설명했다. 겔포스가 이처럼 성공할 수 있었던 데는 발 빠른 시장 선점 전략이 주효했다. 대만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자극적인 음식과 독한 술을 즐기는 편이어서 위장병 환자가 많았지만 액체형 제산제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기 때문에 겔포스는 진출 후 시장을 휘어잡을 수 있었다.

출시된 지 올해로 50년이 지난 일동제약의 ‘비오비타’도 베트남의 1위 제품이다. 비오비타는 2004년부터 ‘비오베이비’라는 이름으로 베트남에서 판매되고 있다. 어린이들의 장을 튼튼하게 하고 배변을 돕는 정장지사제인 이 제품은 지난해 베트남의 관련 시장 점유율 25%를 달성했다. 회사 관계자는 “최근 베트남에서도 아이들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 정장지사제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다”며 “올해 150만 달러의 매출을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올해 4월 러시아 시장에 진출한 동아제약의 발기부전 치료제 ‘자이데나’ 등도 해당 국가에서 선전하고 있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국내 제약사들이 신약 개발 후 수출에 나설 수 있을 때까지는 국내에서 검증된 일반 제품 위주로 해외 시장을 공략해야 한다”며 “적극적인 현지 마케팅, 그리고 해외 협력사와의 돈독한 관계가 해외 시장 1위 제품의 공통적인 특성”이라고 말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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