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 웰빙바람 타고 소비확산…지역-수출 산업으로 키운다

  • 입력 2009년 5월 20일 02시 57분


■ 떡 브랜드 잇달아 선보여

“몸을 이롭게하는 간식”
커피설기 등 퓨전떡 등장…주부-젊은층 많이 찾아
‘참살이떡 클러스터’ 사업, 농식품부 전략적 지원
해외수출 주력품목 육성

“다이어트용으로 연잎을 넣은 떡을 만들어보면 어떨까요?” “적은 양으로도 건강을 챙길 수 있는 흑마늘을 재료로 써도 좋을 것 같습니다.”

지난달 23일 찾은 경기 시흥시 정왕동 SPC그룹의 떡 브랜드 ‘빚은’ 연구소. 전통 한식요리를 전공한 허은희 연구원과 ‘떡집 사장님’ 출신인 이창훈 연구원, 그리고 삼립식품에서 신제품 빵을 개발해 온 유재훈 연구원이 머리를 맞댄 채 퓨전 떡 연구에 한창이었다.

30평 남짓한 작은 연구소에서 출신도 경력도 다양한 6명의 전문가들이 매달 50여 가지의 퓨전 떡을 개발해낸다. 20대 여성을 위해 달콤한 크레인베리를 넣어 만든 하트 모양 설기, 아이들 간식으로 인기 만점인 불고기 떡 샌드위치와 초코칩 떡, 그리고 달지 않아 30대 주부들이 좋아하는 ‘호박맛 설기’ 모두 이곳에서 탄생했다.

○ 21세기 영양 간식, 떡의 재해석

‘떡 바람’이 다시 불고 있다. 비타민B1과 비타민E 등이 풍부한 쌀을 주 원료로 하는 데다 비만과 당뇨병, 변비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보니 ‘참살이(웰빙)’에 딱 맞는 음식으로 각광받고 있는 것. 최근 현대적인 맛과 위생적인 생산시스템을 갖춘 전문 회사와 브랜드들이 젊은층을 효과적으로 공략하면서 소비자 층의 평균 연령대도 빠르게 낮아지는 추세다.

2006년 떡 전문 브랜드 ‘빚은’을 선보인 SPC그룹은 2005년 4월부터 떡 연구개발(R&D)을 위한 연구소를 차리고 전문 생산 공장을 운영해왔다. 연구소와 생산 공장 모두 지역단위 농협과의 수매계약으로 재배한 100% 국내산 쌀을 사용한다. 2007년 300t에 이어 지난해에는 총 400t의 쌀을 소비했다. 김진억 빚은 마케팅팀 부장은 “국내산 쌀을 사용한 덕분에 안전한 먹을거리를 찾는 30대 주부들 사이에 반응이 좋아 지난 4개월 사이 점포가 10개 늘었다”며 “2012년에는 해외로도 진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지역 경제 살리는 떡

민간 기업들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들도 ‘떡 세일’에 적극 나서고 있다. 광주의 떡 브랜드 ‘예담은’은 지난달 처음으로 미국 수출 길에 올랐다. 미국 시장 조사 결과 가장 인기인 것으로 조사된 송편, 흑미영양떡, 경단 등 총 8000만 원어치의 떡 4.2t을 뉴욕 등 미국 동부지역 5개주 대형마트에 납품한 것. 광주시 측은 “미국뿐 아니라 일본, 러시아 등으로 해외 수출길을 다변화할 것”이라면서 “떡이 지역 경제 활성화에 일조하도록 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서울 종로구 역시 ‘종로떡’을 글로벌 식품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종로구는 지난해 11월부터 전통 떡에 대한 기초자료를 수집해 올해 4월엔 종로 떡 음식문화 보존 및 개발보급을 위한 학습동아리 ‘종로 떡사랑 연구회’를 출범시켰다. 이를 통해 취약점으로 여겨지던 떡 보관 문제 등에 대한 해결책을 학계와 공동으로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경기도는 경기미(米) 소비를 늘리고 떡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일찍이 지난해 11월 ‘모닝메이트’ 브랜드를 선보였다. 위생 상태나 품질 관리 등이 양호한 도내 떡집 30여 곳을 모닝메이트 브랜드 떡집으로 선정해 인증 받은 경기미를 안정된 가격에 공급한다. 경기도는 올해 도내에 지점을 30여 개 늘려 연간 1000여 t의 경기미를 소비할 예정이다.

경기 김포시 사우동에서 모닝메이트 프랜차이즈로 ‘예쁜 떡방’을 운영 중인 김성숙 씨는 “묵은 쌀 대신 경기미를 사용하면서 원료 부담은 늘었지만 그만큼 판매량과 소득도 늘었다”며 “하루 평균 1, 2가마씩 쓰던 쌀을 최근에는 판매량이 늘어 1가마 정도 더 쓴다”고 말했다.

○ 정부도 떡 산업 육성 나서

이 같은 ‘떡 바람’ 속에 정부에서도 떡 산업에 주목하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 산하 농수산물유통공사(aT)와 한국전통음식연구소는 ‘세계 떡 산업 박람회’에 올해 처음 외국인 경연대회를 신설해 떡을 세계인의 간식으로 키우려 하고 있다. 박람회에선 ‘커피 설기’, ‘퓨전 떡 요리’ 등 젊은 취향의 떡을 내놔 눈길을 끌었다.

농식품부는 지난해부터 시작된 ‘웰빙 떡 클러스터’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이 클러스터는 경기 화성시를 기반으로 식품업계, 한국농업대, 한국식품연구원 등 각계가 참여해 시너지 효과를 모으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떡 클러스터 사업을 떡 수출의 좋은 발판으로 삼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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