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호수가 눈앞에… ‘그린 테마’ 아파트 뜬다

  • 입력 2009년 5월 12일 03시 03분


웰빙바람 타고 고소득층에 인기

동-호수 지정해 대기계약서 쓰기도

《#1 골프 마니아인 60대 사업가 김모 씨는 최근 경기 용인시 기흥구에 있는 한 골프장을 찾았다가 바로 옆에 있는 새 타운하우스에 마음을 뺏겼다. 거실에서 골프장의 푸른색 잔디는 물론이고 롱 홀인 ‘서코스 2번홀’을 시원하게 조망할 수 있어 집 안에서도 골프장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김 씨는 골프장이 가장 잘 보이는 동과 호수를 지정해 대기 계약서를 썼다.

#2 산을 바라볼 수 있는 조용한 집에서 사는 게 오랜 꿈이었던 기업체 대표 이모 씨는 지난 주말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서 분양 중인 아파트의 매입 계약서에 사인했다. 228m² 규모로 분양가만 16억 원이 넘었지만 베란다에 서면 북한산이 한눈에 들어오고 문만 열고 나가면 북악스카이웨이 산책로를 거닐 수 있다는 점이 이 씨의 마음을 움직였다.》

부동산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특정 조망을 내세운 ‘테마 주택’이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다.

삼성중공업이 경기 가평군 설악면 일대에서 분양 중인 ‘청평라폴리움’은 청평호수가 내려다보인다는 입소문으로 최근 일주일간 고소득 전문직 70여 명이 다녀갔다.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아 자연 그대로의 상태이고 호수를 볼 수 있다는 희소성이 작용했다. 시행사인 하임공영 이규명 이사는 “강남 고급주택 거주자들의 주거 트렌드가 ‘참살이’와 ‘환경’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자체 조사에 따라 사업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한국산업개발이 충북 충주시 앙성면 본평리에 지은 목조주택은 가구마다 66m²의 텃밭을 제공해 자연과 더불어 살기를 원하는 중장년층 실수요자들의 관심이 크다. 한국산업개발 측은 “전원생활의 향수를 갖고 있는 사람이 많다는 점에 착안해 가구마다 330m²의 용지에 텃밭을 함께 주는 사업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 신당동 옛 타워호텔 근처의 고급빌라 ‘남산 포레스트하우스’도 40∼60대 고소득 전문직들의 문의가 꾸준하다. 지상 10층짜리 1개동에 300∼500m² 9채로 한 채당 분양가는 25억∼35억 원 정도다. 층별로 한 가구만 배치했고 시야를 가로막는 다른 건물이 없어 모든 가구의 거실에서 남산이 한눈에 보인다.

테마 주택들은 고유의 조망을 강점으로 내세운 만큼 특정 동, 호수만 고집하는 수요자가 많은 게 특징이다. 우남건설이 경기 용인시 흥덕지구에 공급한 타운하우스인 ‘우남퍼스트빌리젠트’는 대기 수요자 중 상당수가 골프장을 조망할 수 있는 1505, 1506동을 선호하고 있다. 롯데건설이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 공급한 ‘롯데캐슬로잔’도 베란다에서 북악산이 바로 보이는 동의 고층은 매물이 모두 팔렸다.

김승배 피데스개발 사장은 “소득수준이 올라가면서 자연환경을 중요시하는 쪽으로 주거 성향이 바뀌고 있다”며 “희소성 있는 조망을 갖춘 주택일수록 가격이 올라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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