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 직장서 네가 한 일 알고 있다”

  • 입력 2009년 4월 21일 10시 40분


경력직 채용 ‘평판조회’ 보편화… 사소한 거짓말도 밝혀지면 치명적

외국계 화학업체 여러 곳에서 10년 경력을 쌓은 여성 A씨는 얼마 전 역시 외국계 화학업체 B사의 경력직 채용에 응시했다가 떨어졌다. A씨가 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실세’ 임원과 부적절한 관계였음이 '평판조회'에서 드러난 것이다.

외국에서는 당연한 채용절차로 여겨져 온 평판조회(Reference Check)가 국내 기업에서도 점차 일반화하는 추세다. 평판조회란 기업에서 직원을 채용하기 전에 후보자의 이력사항이나 성품, 업무 능력에 대해 후보자 주변인을 통해 확인하는 절차. 최근 온라인 취업사이트 ‘사람인’이 기업 인사 담당자 41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인사담당자 10명 중 4명이 ‘경력직 채용시 평판조회를 한다’고 답했다. 이들 중 75.6%는 평판조회 결과에 따라 후보자를 탈락시킨 경험이 있다고 했다. 기업들이 평판조회를 하는 것은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면접 등을 통해 드러나는 것만으로는 후보자를 정확하게 알 수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

평판조회를 통해 가장 먼저 드러나는 것은 이력서 내용이 모두 사실이냐는 점이다. 헤드헌팅업체 커리어케어의 서혜진 부장은 “재직 기간이나 담당 업무 등을 약간만 부풀려 적었더라도 허위로 밝혀지면 도덕성을 의심 받게 된다”고 지적했다.

C씨는 업무 스트레스가 심각해 1년간 휴직하고 정신과 진료를 받았다. 그는 다른 회사 경력직에 지원하면서 휴직 사유를 ‘교통사고’라고 둘러댔다. 그러나 평판조회를 통해 사실을 알게 된 회사는 C씨를 채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특히 주의해야 할 점은 이직 사유. 면접에서 이직 사유에 대해 솔직하지 않게 대답했다가 나중에 평판조회에서 들통이 나면 불이익을 당하게 된다.

평판조회는 보통 후보자가 전에 일하던 회사의 상사, 동료, 부하직원 각각 1명씩 등 최소 3인과의 심층면담으로 이뤄진다. 이드로컨설팅 이민수 대표는 “4~5년씩 같이 일한 사이인데도 후보자에 대해 두루뭉술하게 언급하거나 별로 할 말이 없다고 한다면, 그 자체가 좋지 않은 평가로 이해될 수 있다”고 말했다.

평판조회 과정에서 문제점이 드러났다 해도 해당 후보자가 꼭 필요하다면 채용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 경우 드러난 문제점을 회사가 관리한다. 후보자가 보유한 네트워크가 꼭 필요한데, 그가 과거 금융 문제를 일으킨 전력이 있다면 일단 데리고 온 뒤 금융 관련 업무는 맡기지 않는 식이다.

오진영 주간동아 자유기고가 ohno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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