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89주년]현장 속으로…직원과 함께…발로 뛰는 행장님들

  • 입력 2009년 4월 1일 02시 59분


▼강정원 국민은행장 호랑이처럼 매섭게, 황소처럼 우직하게▼

강정원 KB국민은행장의 리더십은 ‘호시우보(虎視牛步)’란 말로 요약된다. 호시우보는 강 행장이 평소 강조하는 말로 ‘호랑이의 눈으로 살피되 황소의 발걸음으로 신중하고 끊임없이 길을 간다’는 뜻이다.

강 행장은 은행권 자산 확대 경쟁이 벌어질 때도 황소의 걸음처럼 꿋꿋하게 내실을 다지는 데 주력해 최근 위기 상황 속에서 더욱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강 행장은 은행 경영에서 리스크관리를 최우선으로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4년 11월 국민은행장으로 부임할 당시부터 이를 강조해 취임 초기 업계 최고 수준이던 부실채권 비율이 현재는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리스크관리와 함께 강 행장이 취임 초기부터 강조한 것으로는 고객만족 경영이 있다. 다른 은행에 비해 고객이 매우 많아 상대적으로 ‘불친절한 은행’이라는 인식을 취임 후에 완전히 바꾸어 놓은 것이다. 강 행장은 고객만족 개선 활동을 적극 추진하며 임직원들에게 획기적인 변화를 주문했다. 그 결과 한국생산성본부에서 주관하는 국가고객만족도 조사에서 2006년부터 3년 내내 1위를 차지했다.

강 행장은 올해 ‘뉴스타트’라는 체질개선 경영혁신운동과 함께 녹색경영을 강조하고 나섰다. 뉴스타트경영은 효율경영, 스피드 및 현장경영, 창조경영을 아우른 새로운 경영혁신운동으로 특히 비용절감 문화를 고유의 기업문화로 정착시킬 방침이다. 또 미래 성장동력으로 녹색성장 산업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와 지원을 해나갈 계획이다.

강 행장은 “녹색성장은 전 세계가 처한 환경위험과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이미 주요 선진국이 경쟁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녹색경영 및 그린마케팅 활동을 통해 녹색금융을 선도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김정태 하나은행장 “함께 즐거워하자” 리더십 원천은 Fun▼

김정태 하나은행장은 스스로를 ‘JT교(敎) 교주’라고 부른다. 본인의 이름 이니셜을 딴 것이지만 하나은행에서는 또 다른 뜻이 있다.

김 행장은 출근길에 직원들을 만나면 ‘조이(Joy)’ 하고 손을 들어 인사를 건넨다. 그러면 직원들은 어김없이 ‘투게더(Together)!’로 맞받으며 손을 마주쳐 ‘하이파이브’ 인사를 한다. 본점 7층 은행장실도 이름을 ‘JT룸’으로 바꿨다.

‘함께 즐거워하자(Joy Together)’가 JT교의 핵심 교리이며 ‘펀(Fun) 경영’이 김 행장 리더십의 원천인 셈이다. 김 행장은 “오늘날 은행산업은 고객에게 예술 차원의 감동과 행복을 줘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직원들이 행복하고 즐겁게 일할 수 있는 근무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최고경영자(CEO)의 임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김 행장은 단합대회에 ‘머슴’ 복장으로 나타나고 호프집에서 ‘웨이터’를 자처하는 등 스스로 망가지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사내 전산망에서는 ‘JT블로그’를 직접 운용하며 직원들과 소통하고 있다.

김 행장은 올해 하나은행의 경영 목표를 ‘자산건전성 관리와 효율성 향상’으로 잡았다. 여신심사 및 리뷰 기능을 강화하고 업종별로도 리스크 관리 시스템을 구축해 금융위기에 대처할 방침이다. 또 급변하는 경제 환경에 빠르게 적응하기 위해 조직의 효율화도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김 행장은 “어려울 때일수록 기업과 은행이 동반자로 함께 성공할 수 있도록 은행이 제 역할을 해줘야 한다”며 “금융 환경 악화에 대비해 자산 건전성을 유지하면서도 고객 기반을 확대해 위기 이후를 대비하겠다”고 밝혔다.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윤용로 기업은행장 시간 날때마다 중기인 만나 애로 청취▼

“위기는 고통스럽지만 반드시 끝난다.”

윤용로 기업은행장은 지난달 6일 열린 ‘2009년 상반기 전국 영업점장 회의’에서 이렇게 말했다.

시중은행과 경쟁하는 상황에서 중소기업 대출확대 등 기업은행에 대한 금융당국의 주문이 늘고 있어 부담이 크지만 위기극복이 가능하다는 신념을 갖고 일하면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이다.

윤 행장은 이처럼 중소기업 지원업무를 맡은 국책은행의 역할에 충실하면서도 은행의 건전성과 수익성 면에서 상당한 성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기업은행은 매출액 22조7493억 원에 당기순이익 7670억 원의 실적을 냈다. 매출액은 전년의 2.2배 수준으로 늘었고 순이익은 34.3% 감소했다. 대손충당금 적립 등으로 수익성이 급감하긴 했지만 이는 대부분의 은행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윤 행장이 지난 1년간 가장 강조한 것은 현장과의 소통이었다. 이전까지 거래 중소기업 사장들을 한자리에 모아 놓고 기업은행의 방침을 홍보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지역 중소기업들을 방문해 애로사항을 듣고 문제점을 바로 시정한 것이다.

실제 윤 행장은 지난해 3월 18일 경기 광주를 시작으로 12월 17일 부산 지역까지 전국 17개 지역에서 900여 명의 중소기업인을 만났다. 대출신청 후 심사기간이 오래 걸려 금방 대출을 받을 수 없는 애로사항을 개선하기 위해 ‘사전여신 한도제’를 도입한 것도 이런 현장 경영의 성과다. 윤 행장은 “국내 기업의 99%가 중소기업이고, 근로자의 88%가 중소기업 임직원”이라며 “위기 때 ‘중소기업 금융의 안전판’ 역할을 할 수 있는 ‘중소기업 전문 금융회사’를 지향하겠다”고 말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이백순 신한은행장 ‘토참 문화’ 확산 노력… 경청하는 리더

이백순 신한은행장은 ‘단계 5의 리더십’을 즐겨 인용한다.

‘단계 5의 리더십’은 짐 콜린스의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Good to Great)’에 나오는 용어로 개인적인 겸양과 함께 자기 일에 대해서는 강한 의지와 성실함을 지닌 리더십을 뜻한다. 일이 잘될 때 공은 외부로 돌리고, 일이 잘 안 풀릴 때는 스스로의 책임을 살피는 겸손함,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보다는 다음 세대를 위해 헌신하는 리더를 지향하는 것.

지난달 이사회를 거쳐 공식 취임한 이 행장은 전 은행에 ‘토참 문화’를 확산시키려 애쓰고 있다. ‘토참 문화’란 토론과 참여의 문화를 뜻하는 것으로 토론을 즐기는 이 행장의 경영 스타일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는 의사결정이 필요한 사안이 있을 때는 직원들을 불러 모아 결론이 날 때까지 토론을 하곤 한다. 인용과 비유를 즐겨 하는 이 행장의 ‘보물 1호’는 신문과 책을 읽고 메모해놓은 수십 권의 노트. 그는 직원들에게 업무 지시를 할 때도 알기 쉬운 비유를 통해 이해를 돕는다.

이 행장은 취임사에서 “눈앞의 경제위기를 극복하면서 동시에 뿌리가 튼튼해 가뭄에도 마르지 않는 강하고 건실한 은행, 고객과 사회로부터 존경과 신뢰를 받는 은행을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이 목표를 위해 조직의 문화와 직원의 의식을 변화시키고 사업전략을 재조정함으로써 건실한 성장기반을 구축할 방침이다.

이 행장은 1971년 제일은행에 입행한 뒤 1982년 신한은행 창립 멤버로 합류해 비서실장, 테헤란로기업금융지점장, 도쿄지점장, 중소기업영업추진본부장 등을 거쳤다. 2004년 신한지주 상무에 선임된 데 이어 신한은행 부행장과 신한지주 부사장을 지냈다.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이종휘 우리은행장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끊임없는 스킨십▼

이종휘 우리은행장은 ‘소통경영을 통해 경영철학을 구현해 나가는 부드러운 카리스마의 소유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행장은 취임하면서 전임 행장 때 폐지했던 월례조회를 부활시켰다. 일방적 설교나 지시가 아닌 쌍방향 소통 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해 명칭도 ‘은행장과 함께’로 바꿨다. 월례조회는 생방송으로 진행되고 특정 영업점에 불시에 전화해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다.

영업점 건의사항이 있으면 담당 부서장에게 즉석 답변을 시키기도 한다. 지난해 7월엔 입행 5년차 미만의 젊은 직원들과 빗속에서 3km 거리의 남산 산책로를 함께 걸으며 이들의 참신한 아이디어를 듣기도 했다. 소통경영을 중시하는 이 행장의 리더십이 잘 녹아있는 예다.

이 행장은 직접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이 제일이라는 현장중심 경영철학도 갖고 있다. 중소기업을 수시로 방문해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와 애로사항을 듣는가 하면 지난해 6월 취임 후 40여 차례에 걸쳐 예고 없이 영업점을 방문해 직원들의 건의사항을 들었다.

올해는 고객행복 경영을 강조하고 나섰다. 올해 2월 우리은행은 ‘고객행복 경영 선포식’을 갖고 모든 의사결정과 영업활동에 있어 고객의 이익과 신뢰를 가장 먼저 생각하는 진정한 고객행복 은행으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고객행복 경영과 함께 올해 핵심 경영전략으로 내실경영, 정도경영을 내세웠다. 모든 영업활동에서 수익성과 건전성을 고려한 균형 잡힌 성장을 기본원칙으로 하면서 중소기업 및 서민금융 지원에 선도적 역할을 해나가겠다는 것이다.

이 행장은 “고객 신뢰와 행복을 키워가는 영업에 충실하면서 중소기업과 서민, 은행이 상생할 수 있는 창의적인 지원방안을 적극적으로 발굴해 신속하게 실행하겠다”고 말했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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