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공격파 집중 발탁… 임원 160명 줄여

  • 입력 2009년 1월 20일 02시 57분


■ 삼성그룹 부사장급 이하 247명 임원 승진

윤부근 신상흥 김현석 박재순씨 등 TV부문 약진

해외영업망-R&D 중시로 수익성-기술조직 독려

이재용전무 변동없어… 장녀 이부진씨 전무 승진

‘생존을 위한 조직 축소와 스피드 현장 경영을 위한 세대교체’라는 삼성그룹 사장단 인사(16일 발표)의 기조가 19일 부사장급 이하 임원 승진 인사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삼성그룹은 이날 삼성전자의 김종중 방인배 신상흥 이인용 정유성 전무를 부사장으로 승진시키는 등 전체적으로 부사장 승진 17명, 전무 승진 73명, 상무 승진 157명 등 247명의 임원 승진 인사를 발표했다.

승진 규모만 보면 지난해(223명)보다 10.8% 증가했지만 이번 인사에서 적지 않은 임원이 퇴진함에 따라 그룹 전체 임원 규모(약 1600명)는 10%(약 160명) 감소했다고 삼성 측은 밝혔다.

신임 임원이 매년 줄어드는 추세는 올해도 이어졌다. 신임 임원은 2005년 236명, 2006년 207명, 2007명 206명, 지난해 163명 등이었다.

사장급 인사가 이끌던 그룹 내 주요 연구소나 삼성전자의 북미총괄, 서남아총괄, 구주전략본부 등에는 부사장급 이하의 책임자가 임명되면서 일부 사장 자리가 사라지기도 했다.

삼성경제연구소를 이끌어온 정구현(62) 사장도 이번 인사에서 상근고문으로 물러났다. 연구소는 당분간 부사장 대행체제로 운영된다.

삼성의 고위 관계자는 “이번 승진 인사에서도 (사장단 인사처럼) 현장 중시, 작고 가볍고 빠른 조직, 불황 극복의 선두에 설 젊고 공격적인 인재의 발탁 등의 기조를 유지했다”고 말했다.

해외영업담당 임원이 신임 임원 157명 중 22명(14.0%)에 이르는 것은 전략 시장 개척을 통해 지속적인 수익 창출의 기반을 확대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기 때문이라고 삼성 측은 설명했다.

또 혁신제품 창출 역량을 극대화하고 원천기술을 확보해서 미래 성장기반 구축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전체 승진 임원의 38.1%(94명)를 연구개발(R&D)과 기술 부문 인력에서 발탁했다.

생존을 위한 비상경영체제 속에서도 ‘성과 있는 곳에 승진 있다’는 삼성의 대표적 인사원칙은 여전히 적용됐다.

특히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에서는 3년 연속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지킨 TV 부문 담당자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16일 사장단 인사에서 윤부근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이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한 데 이어 이날 인사에서 신상흥 영상전략마케팅팀장(전무)이 부사장으로 발탁됐다.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의 개발을 담당했던 김현석 상무와 미국 현지 판매책임자였던 박재순 상무도 각각 전무로 승진했다.

올해 TV 부문 신규 임원은 지난해(6명)보다 4명 늘었다.

사장단 인사에서 대표이사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한 삼성중공업과 삼성물산에서도 각각 부사장 승진자가 3명씩 나왔다.

삼성전자 삼성중공업 삼성물산 3개사의 부사장 승진자(13명)는 전체(17명)의 76.5%를 차지했다.

한편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의 외아들인 이재용(41) 삼성전자 전무와 차녀인 이서현(36) 제일모직 상무는 이번 승진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삼성 측은 “통상 부사장으로 승진하려면 전무 승진 뒤 3년이 지나야 하는데 이 전무의 경우 2007년 1월에 전무가 됐기 때문에 아직 그 기간을 채우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이 전 회장의 장녀인 이부진(39) 호텔신라 상무와 둘째 사위인 김재열(41) 제일모직 상무는 각각 전무로 승진했다.

삼성 안팎에서는 “이부진 전무가 앞으로 호텔신라와 삼성에버랜드 간 시너지 효과를 크게 하는 다양한 사업을 진두지휘할 가능성이 크다”며 “그 역할이 계속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홍석민 기자 smhong@donga.com

앵커출신 이인용씨 그룹홍보담당 부사장에

디프라에테레 상무, 2번째 외국인 임원으로

이번 임원 인사에서는 MBC 앵커 출신인 이인용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한 대목이 가장 눈에 띈다.

이 전무는 삼성전자의 새로운 ‘투 톱’ 가운데 한 축인 최지성 사장과 함께 이재용 전무의 최측근으로 꼽힌다.

2005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뒤 최근까지 홍보팀장을 맡아온 이 부사장은 이번에 사장단협의회 직속으로 신설된 ‘삼성커뮤니케이션팀’을 맡아 그룹 홍보를 총괄하게 된다.

삼성은 또 2007년 11월 이종왕 고문 사퇴 이후 공석이었던 법무실장에 김상균 부사장을 임명했다.

지난해 12월 ‘자랑스러운 삼성인상’을 받은 8명 중 4명이 대거 승진명단에 포함된 것도 특징이다. 이는 삼성이 “실적 위주 인사”라고 거듭 강조하고 있는 것과 맥락을 같이한다.

삼성코닝정밀유리의 박원규 상무는 중요한 공정의 불량률을 19.3%에서 8.8%로 낮춰 경쟁사 대비 원가경쟁력의 우위를 확보하는 데 공헌한 것을 인정받아 전무로 승진했다. 같은 회사 이창하 부장은 8세대 초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LCD) 양산에서 생산성을 높이는 데 기여해 상무로 한 계단 올라섰다.

크리스털 로즈 TV에 적용된 신공법을 개발해 LCD TV 경쟁력을 높인 삼성전자 이상훈 수석과, 국내 최초로 액화천연가스(LNG) 지분 참여에 성공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삼성물산 최기형 부장도 새로운 임원 진용에 포함됐다.

삼성전자 해외정보전략을 맡아온 벨기에 출신의 요한 디프라에테레 신임 상무는 영국인 데이비드 스틸 상무(2002년 승진) 이후 두 번째 외국인 임원(해외 지사가 아닌 삼성전자 국내 본사 기준)이 됐다. 그는 모건스탠리, 맥킨지, P&G 등을 거쳐 2003년 삼성생명에 입사한 뒤 2005년 삼성전자에 합류했다.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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