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잘 파는 것만큼 잘 사는게 중요”

  • 입력 2008년 12월 9일 03시 00분


‘구매혁신’ 통해 감원 없이 불황 극복 나서

내년 ‘3개월 이후 가격예측 시스템’ 구축

LG그룹이 인위적 감원(減員) 없이 글로벌 불황을 극복하는 대표적 방안 중 하나로 ‘구매 혁신’을 선택했다. 불황기에는 ‘잘 파는 것(판매)’ 못지않게 ‘잘 사는 것(구매)’이 중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LG그룹 고위 관계자는 8일 “환율과 원자재 가격의 변동성이 심해지면서 구매 역량이 기업의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했다”며 “구매 혁신은 구본무 회장의 ‘(경제가) 어렵다고 사람 내보내면 안 된다’는 경영기조를 뒷받침하는 노력 중 하나”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LG전자는 내년 상반기(1∼6월)에 휴대전화 TV 에어컨 등 모든 제품의 3개월 후 원자재 가격까지 예측이 가능한 ‘구매재료비분석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LG전자는 이미 각 사업본부의 구매담당자를 중심으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으며 새 구매시스템이 작동하면 중장기 구매전략 수립 능력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LG화학도 최근 각종 구매 관련 정보를 쉽게 조회하고 언제든 구매 의사결정에 바로 활용할 수 있도록 구매 인력의 실무 지원 기능을 대폭 강화한 ‘구매지원시스템’을 구축해 운영 중이다.

다양한 구매 경험과 기법을 LG 임직원 모두 공유할 수 있도록 ‘구매 매뉴얼’도 발간할 예정이다.

LG전자는 자재별 구매법 같은 실무 지침과 협력사와의 상생 구매 경험 등을 담은 ‘굿 북(Good Book·가칭)’을, LG화학은 그동안 구매의 단위 업무별로 나눠져 있던 여러 매뉴얼을 하나로 합친 ‘통합 매뉴얼’을 각각 내년 초 내놓을 계획이다.

LG그룹은 구매 전문가 육성도 대폭 강화할 방침이다.

그룹 관계자는 “LG의 사업영역이 글로벌 시장으로 크게 확대되면서 구매의 기능이 크게 강조되고 구매 전문가 확충의 필요성도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LG의 사내 연수원인 LG인화원은 올해 구매전문가 자격 제도인 ‘국제공인구매공급전문가(CPSM)’ 과정을 신설해 운영한 데 이어 내년에는 ‘구매협상과정’과 ‘구매원가과정’도 새로 만들 계획이다.

계열사별로도 구매 관련 교육이 활발해졌다.

LG전자는 최근 구매부문 신입사원 대상 교육과정을 처음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는 해외 거래처와 구매 협상을 할 때 필요한 대화 기법과 예절까지 가르친다.

LG화학도 구매부문 팀장급 상사가 후배 사원들에게 전략 구매, 원가 분석 등과 관련된 실전 노하우를 전수하는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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