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배송-판매 통합관리, 국내기업 4곳중 1곳만 도입

  • 입력 2008년 12월 9일 03시 00분


삼성전자의 모든 공장은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 판매법인, 운송법인과 SCM 통합망으로 연결돼 있어 정확한 수요예측에 따라 생산계획을 짠다. 사진은 경기 수원에 있는 이 회사 액정표시장치(LCD) TV 생산라인. 사진 제공 삼성전자
삼성전자의 모든 공장은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 판매법인, 운송법인과 SCM 통합망으로 연결돼 있어 정확한 수요예측에 따라 생산계획을 짠다. 사진은 경기 수원에 있는 이 회사 액정표시장치(LCD) TV 생산라인. 사진 제공 삼성전자
“불황엔 적기납품-재고감축이 경쟁력”

금융위기 신속 대응 가능… 협력사와 연계 ‘상생경영’ 효과도

《#1. 삼성전자는 1998년 공급망관리(SCM) 시스템에 투자하기로 했다. SCM이란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만 공급한다’는 것을 목표로 △원재료 공급 △생산 △제품 배송 △판매 등 모든 과정을 통합 관리하는 것을 말한다. 삼성전자 본사와 판매, 생산, 물류법인은 물론이고 국내외 대형 유통업체들 간에도 거미줄 같은 전산망이 깔렸다. 지역별 생산, 판매, 운송 실적이 실시간 집계되자 전 제품의 재고(在庫)가 크게 줄었고, 적기 납품은 판매 호조로 이어졌다. 올해 미국 블랙프라이데이 시즌에서 선전(善戰)한 원동력도 SCM 덕분이라는 평가가 많다.

#2. 호주 최대 유선통신회사 텔스트라는 SCM을 구매 부문에 도입하기 위해 2006년 9월 IBM과 아웃소싱 계약을 체결했다. IBM은 텔스트라에 SCM을 도입하면 설비 자재 및 물류 재고의 50∼60%를 줄일 수 있다고 진단했고, 2013년까지 6억3000만 호주달러(약 5985억 원)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처럼 SCM 도입으로 재고 감축과 적기 납품에 성공한 회사들은 불황에서도 나름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상당수 한국 기업은 SCM 도입에 소극적이다.

동아일보가 8일 입수한 삼성SDS와 한국정보산업연합회의 ‘2009년 정보기술(IT) 서비스 시장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 대상인 국내 기업 311곳 중 SCM을 도입한 기업은 24.8%인 77곳에 그쳤다.

제조업이 270곳 중 24.1%인 65곳만 도입했고 서비스업종 기업 41곳 중에서는 29.3%인 12곳만 SCM을 운용 중이었다.

업종별 SCM 도입 비율은 자동차·부품회사와 반도체회사가 각각 46.0%, 40.0%로 도입 비율이 높은 편이었고 기계(10%), 조선·항공(10%), 건설(9%) 등이 낮았다.

삼성SDS SCM전략팀의 최병석 수석은 “한국 기업들은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등 대표적 글로벌 기업들을 제외하면 여전히 SCM 투자가 미흡하다”며 “그러나 조사 대상 기업 중 20% 정도는 향후 SCM 도입 의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도 8월 ‘경쟁우위의 새로운 원천, SCM’이라는 보고서에서 매출 1000억 원 이상의 국내 193개 제조사 중 2006년까지 SCM을 도입한 기업은 19.7%에 불과하다고 밝힌 바 있다.

SCM의 효과가 가장 크게 드러나는 것은 재고 관리 분야. 부품이나 완제품 재고가 넘쳐날 경우 현금 유동성에 문제가 생기고 재고를 관리하는 비용 또한 만만치 않다.

한 IT 전문가는 “원재료 및 완성품의 공급, 운송, 판매 상황을 알지 못하면 수요예측이 부정확해질 수밖에 없다”며 “그에 따라 생산 및 판매 계획에도 거품이 끼고 결과적으로 과잉재고에 시달리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처럼 국내외 변수가 수시로 발생할 때는 SCM 연결망을 통한 빠른 대응속도가 엄청난 경쟁력이 된다”고 덧붙였다.

최근 경제 위기가 심화하면서 대기업들은 저마다 중소 협력사들 챙기기에 앞 다퉈 나서고 있다. 이러한 상생경영도 SCM을 기반으로 할 때 성공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IBM SCM서비스 총괄리더인 김성열 파트너는 “삼성과 LG가 경쟁한다고 보면 이는 두 회사 간 싸움이 아니라 ‘협력사 그룹’ 간 싸움으로 봐야 한다”며 “부품 생산, 가격 협상, 운송 등 모든 분야에서 누가 협력사들과 더 효율적으로 협의하느냐가 승패를 결정한다”고 말했다.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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