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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1월 12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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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적’전망 납득 못해”
한국을 대표하는 증권사들이 영국계 피치의 신용등급 전망 조정에 대해 공개 반박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세계 3대 신용평가사의 하나인 피치가 한국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한 단계 내렸다고 10일 발표하자 다음 날 일어난 일입니다.
피치는 “한국 은행권의 차입이 어려워지면서 한국의 대외신인도가 악화될 우려가 있고 중앙은행이 환율 방어를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할 경우 특히 악화될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글로벌 신용경색의 여파로 한국의 은행들이 국제시장에서 자금 회수를 당하면 외채 상환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 있지요.
이에 대해 삼성증권은 △국제신용평가사보다 영향력이 몇 배는 더 강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통화스와프가 체결됐고 △달러 경색이 다소 완화돼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 필요성이 이전보다 크게 낮아졌다고 반박했습니다.
그러면서 “은행의 유동성 부족 문제는 중앙은행의 무제한적인 유동성 공급이 없다면 당장 연명하기도 어려운 유럽이나 미국의 금융기관의 상황이 더 심각하다. 그런 논리라면 향후 국가신용등급이 부정적일 수 있는 국가는 1등이 미국이고, 2등이 유럽이 아닌가”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습니다.
대우증권은 한 발 더 나아가 ‘피치의 신용’을 문제 삼았습니다. 외환위기 당시 S&P가 한국의 신용등급을 4차례에 걸쳐 10단계 하향조정하는 동안 피치는 12단계를 내리는 등 국가신용등급 조정의 변동성이 크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어쨌거나 경제는 냉철한 이성으로 대처해야 합니다. 피치가 지적했듯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가 글로벌 경기침체로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것, 국내 경기침체 등으로 은행 자산이 부실화할 수 있는 것 또한 엄연한 사실입니다.
나아가 개방화된 국제경제 환경에 처해 있는 한국의 처지에서 피치와 한국 증권사 측 주장의 논리적 타당성은 물론, 어떤 반응이 상황 타개에 도움이 될지도 곰곰 생각해보게 됩니다.
이태훈 경제부 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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