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크루그먼 교수, 美 주택버블 2005년부터 경고

  • 입력 2008년 10월 14일 03시 00분


NYT - 동아일보 칼럼서 “2010년前 위기올것”

은행에 정부자금 투입 ‘영국식 위기대처’ 옹호

폴 크루그먼 교수가 올해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데에는 지난해부터 시작된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가 영향을 미쳤다는 시각도 있다.

교수인 동시에 ‘왕성한 언론인’인 그는 뉴욕타임스(NYT)에 쓴 일련의 칼럼 등을 통해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주택가격 부양책의 문제점과 버블(거품)이 꺼질 때 경제에 닥칠 충격에 대해 오래전부터 경고해 왔다.

그는 “미국의 경상적자를 메워 주던 외국자금의 상당 부분을 부동산 버블이 흡수하고, 세계 경제의 불균형을 심화시키고 있어 2006∼2010년 이 거품이 꺼지며 위기가 닥칠 수 있다”고 2005년 예견했다. 같은 해 8월 19일 NYT와 동아일보에 함께 실린 ‘집 사고팔며 먹고사는 미국’이라는 칼럼에서도 그는 “오늘날 미국인들은 중국에서 빌린 돈으로 집을 사고팔면서 먹고산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최근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금융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과 관련해 그의 반응은 일단 긍정적이다.

미 연방 상원이 구제금융 법안을 통과시킨 이달 3일 그는 MS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여전히 문제가 많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다”며 “만족할 수준은 아니지만 경제가 최악의 상황으로 급속도로 빨려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선 이 정도 법안이라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주 말 워싱턴에서 열렸지만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한 선진7개국(G7) 및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와 관련해서는 “원론 수준을 넘지 못한 G7 회담은 낙제이며, 잘해 봐야 ‘C-’ 점수를 받을 것 같다”고 혹평했다.

가장 최근에는 은행에 직접 정부자금을 투입하기로 한 영국 정부의 결정을 옹호하면서 미국 정부의 대처방식을 비판했다. 그는 13일자 NYT에 게재한 ‘고든이 제대로 했다(Gordon Does Good)’라는 칼럼에서 “영국 정부는 이번 금융위기를 냉철하게 파악하려는 의지를 보였고, 이에 따른 결론을 신속하게 행동으로 옮겼다”면서 “이런 냉철함과 결단력은 미국은 물론 서구의 어느 정부와도 비교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제에 대한 그의 전망은 몹시 우울하다.

경제전문지 포천과 올 3월에 한 인터뷰에서 그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시작된 미국 경제의 침체가 2010년까지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달 23일 프린스턴대에서 개최된 ‘월가의 위기(crisis on wall street) 토론회’에서는 앞으로 2년간 주택 가격이 25% 더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미국발(發) 금융위기로 전 세계 경제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정부의 개입이 없는 시장을 이상적으로 보는 ‘신고전학파 경제학’에 대한 반성이 제기되는 것도 크루그먼 교수의 수상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동안 스웨덴 한림원은 지나치게 미국 시카고대 중심의 신고전주의 학파 경제학자들에게 상을 몰아줬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크루그먼 교수의 강의를 들었던 한국개발연구원(KDI) 공공투자관리센터 안상훈 박사는 “정부의 과도한 개입이 폐해를 불러올 수 있지만 정부의 역할이 분명히 존재한다고도 주장하는 그는 학문적으로 ‘뉴케인스주의자’에 가깝다”고 말했다.

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

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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