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쌀 때 땅 사둬 공공개발 비용 절감

  • 입력 2008년 10월 7일 02시 57분


내년 7월 출범 토지은행에 농지수용권 부여 추진

개발예정지-국공유지-그린벨트 등 대상

공공개발 확정지역은 강제수용도 가능

“농지 감소-투기 우려 등 대책 마련해야”

국토해양부가 토지은행의 토지 비축 권한을 대폭 높이려는 데는 땅값이 더 많이 오르기 전에 토지를 최대한 사뒀다가 공공개발과 땅값 안정에 활용하겠다는 복안이 담겨 있다.

국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산업단지를 저렴하게 공급하고, 도로와 항만 시설을 확대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정부와 한나라당 사이에 형성돼 있어 입법 작업은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토지은행이 농지를 사실상 무제한으로 취득할 경우 식량 수급계획에 차질이 생기는 등 사업추진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땅값 총액 3053조 원

국토부가 2일 위기관리대책회의 때 참고자료로 내놓은 ‘국가별 국내총생산(GDP) 대비 땅값 총액’ 비율 자료에 따르면 2006년 기준 한국의 토지자산 총액은 3053조 원으로 같은 해 국내총생산(GDP·848조 원)의 3.6배 수준이었다.

GDP 대비 땅값 비율은 일본이 2.5배, 미국 1.7배로 한국보다 크게 낮았다. 캐나다는 땅값 총액이 GDP의 25% 정도밖에 안됐다.

실제 한국의 땅값 급등 때문에 수도권 산업용지 분양가는 1997년 당시 3.3m²당 50만 원 선이었지만 지난해에는 140만 원으로 급등했다. 경기 화성시 동탄신도시의 도로용지 보상가격도 지난해 3.3m²당 60만 원으로 2001년의 6.9배 수준으로 상승했다.

이처럼 지금도 땅값 때문에 정부가 공공개발을 하기 힘든데 여기서 땅값이 더 오르면 공익 목적의 사업이 사실상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정부 안팎에 팽배해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토지를 저렴하게 미리 확보할 뿐 아니라 개발이익이 개인에게 돌아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토지은행의 비축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 경자유전 원칙 실질적 수정

‘농사를 짓는 사람만 농지를 소유할 수 있다’는 원칙은 8월 농림수산식품부가 입법예고한 농지법 개정안에서 이미 일부 무너졌다. 이때 농식품부는 경사율이 15% 이상이어서 생산성이 떨어지는 ‘한계농지’를 외지인이 소유할 수 있도록 했을 뿐 아니라 이들 농지를 신고만으로 농업용 이외의 용도로 전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런 개정안은 농사를 짓는 게 사실상 불가능한 농지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것이었다. 이와는 달리 토지은행에 농지 소유권을 ‘제한 없이’ 허용하는 국토부 방침이 관철되면 평평한 땅에 있는 네모반듯한 농지의 소유권도 토지은행으로 넘어갈 수 있게 된다. 경자유전 원칙이 실질적으로 대폭 수정되는 계기가 마련되는 것이다.

국토부 측은 “계획관리지역이나 자연녹지 내 농지는 아메바처럼 울퉁불퉁한 모양으로 산재해 개발이 쉽지 않다”며 농지를 대규모로 매입해 비축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다만 비축한 농지를 개발하기 전에는 한국농촌공사에 위탁해 경작이 가능하도록 했다. 쌀, 보리 등 식량 생산량이 금방 줄어들지 않도록 한 안전장치다.

공공개발이 확정된 농지 구릉지 산지 매립지 등을 토지은행이 강제 수용할 수 있도록 한 것과 관련해 일각에선 재산권 침해 등 위헌의 소지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공익적 판단을 거쳐 공공사업이 확정된 용지에 한해 수용하는 것이어서 재산권 침해는 없을 것이라고 판단한다.

○ 세제 지원하되 투기방지책 필요

위기관리대책회의 보고 때 국토부는 토지은행에 대해 국가에 준하는 수준의 세금감면 혜택을 달라고 요청했다.

현행 조세 관련 법령에 따르면 토지은행이 토지를 취득해 5년간 보유할 경우 취득·등록세,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지방교육세, 농어촌특별세 등의 명목으로 취득가액의 31.6%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또 비축한 토지를 시중에 매각하는 단계에서 비사업용 토지로 분류되면 양도차익의 60.5%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원활한 토지 비축이 힘들어질 수 있는 것.

부동산 전문가들은 토지은행 출범으로 부동산 시장이 다소 불안해질 소지가 있는 만큼 투기방지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토지은행이 농지를 미리 매수하면서 지급한 보상금이 인근 토지시장에 풀려 땅값이 연쇄적으로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국토부는 “토지은행의 토지 매수는 공공개발 용지에 국한되기 때문에 일반 토지시장에는 영향을 주지 않을 뿐 아니라 일부 개인이 개발 이익을 독점하는 것을 방지하는 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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