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8년 9월 12일 02시 57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연내 처리”서 “美대선 봐가며 결정”으로 선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과 관련한 한나라당 내 기류가 ‘올해 정기국회 회기 내 처리’에서 ‘신중 대응’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자칫 협상 내용 자체가 바뀔 수 있는 데다 경기 침체 등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또 다른 논란의 불씨를 제공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은 전날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에서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기 때문에 FTA 비준 동의에 대한 판단을 다시 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조윤선 대변인이 11일 전했다.
이 의원은 “국내외 정치 상황이 처음 FTA를 논의하던 때와 달라졌기 때문에 많은 검토가 필요하다”며 신중론을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의에서 공성진 의원 등 최근 미국을 다녀온 인사들도 “비준안 처리를 강행하기보다는 좀 더 시간을 갖고 충분한 논의를 거친 뒤 상정 시점 등을 결정해야 한다”며 이 의원의 의견에 동조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변화는 미국이 대선 정국에 들어선 상황에서 한국이 FTA 비준안을 처리할 경우 자칫 미국 내 반(反)FTA 기류가 형성될 수 있다는 우려에 기인한다.
조 대변인은 “한국에서 FTA 비준안이 수면 위로 올라오면 FTA에 부정적인 미국 민주당을 자극할 수 있다”며 “특히 버락 오바마 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주요 지지 세력이 자동차 노조라는 점을 감안하면 협상 내용의 변경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FTA 비준안 처리가 자칫 ‘제2의 촛불’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신중론의 배경이다.
한국의 민주당도 FTA 비준안 처리 문제가 지지 세력을 결집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이에 따른 치밀한 대응전략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기존 방침대로 이번 정기국회에서 비준안을 통과시켜 미국에 대한 압박 수단으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도 여전하다.
안경률 사무총장은 “최근 들어 FTA에 대해 소극적인 의견이 나오고 있는데 미국 민주당 내에서도 FTA에 긍정적인 의원이 많기 때문에 우리가 먼저 처리하면 미국도 레임덕 세션(대선 이후 새 국회 임기 시작 전에 열리는 의회)에서 통과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