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먼저 처리하면 美통과 확률 50%… 못하면 20%”

  • 입력 2008년 5월 26일 02시 57분


더 완강해진 오바마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유력시되는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이 24일 푸에르토리코대를 찾아 “민주당의 대선 승리를 이끌어내자”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오바마 의원은 앞서 23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아주 결함 많은 협정”이라고 주장하며 한미 FTA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바야몬=로이터 연합뉴스
더 완강해진 오바마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유력시되는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이 24일 푸에르토리코대를 찾아 “민주당의 대선 승리를 이끌어내자”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오바마 의원은 앞서 23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아주 결함 많은 협정”이라고 주장하며 한미 FTA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바야몬=로이터 연합뉴스
■ 오바마 강경반대 서한… FTA 어디로

《버락 오바마 미국 민주당 대선 주자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결함이 많다며 비준동의안을 의회에 내지 말 것을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요구한 서한이 공개되면서 FTA 비준안의 국회 처리를 둘러싸고 다양한 ‘경우의 수’가 거론되고 있다. 》

<1>17대 국회서 통과?

한나라, 물밑 접촉 시도…野 “백지수표 주나”반대

<2>6월 임시국회?

원 구성 협상부터 난관…與 단독처리도 부담감

<3>9월 정기국회?

한국, 비준안 통과해도…美 대선앞둬 처리 한계

<4>오바마 vs 매케인?

오바마 美대선 승리땐…무산 가능성 배제못해

여권은 오바마 상원의원 발언을 계기로 미국 대선전이 본격화하기 전 FTA 비준안 통과를 관철하기 위한 단계별 시나리오 검토에 들어간 반면 통합민주당 등 야당은 미국 내에서 FTA 비준 불투명성을 이유로 비준 반대의 목청을 더욱 높이고 있다.

▽17대 국회 통과=여권은 “민주당의 유력 대선후보인 오바마 의원의 발언이야말로 한미 FTA가 한국에 불리한 것이라는 국내 반대론의 명분을 약화시키는 것(청와대 관계자)”이라며 26∼29일 열리는 17대 마지막 임시국회에서의 비준동의안 처리를 압박하고 있다.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25일 “미국이 대선전에 들어가면 대선후보들이 표를 의식해 비준이 힘들다. 한국의 조기비준이 미 의회에 압박으로 작용하면 미국이 대선 전에 비준을 끝낼 수도 있다”며 7월 임시국회에서 비준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한나라당은 이를 위해 26일부터 민주당 측과 원내대표 회동은 물론이고 당 대표 간 회동도 추진하는 등 다양한 물밑 협상을 시도할 방침이다.

그러나 민주당 차영 대변인은 “한국이 조기비준을 해준다면 자칫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돼 미국에 (FTA 재협상 과정에서) 백지수표를 내줄 수 있다”며 조기처리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임채정 국회의장도 한나라당의 직권상정 요구에 응할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에 17대 국회 처리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18대 국회 초기 통과=여권은 부시 대통령도 FTA 비준안의 대선 전 통과를 미 의회에 요청하고 있는 만큼 한국이 그에 보조를 맞춰 18대 국회가 개원하는 6월, 늦어도 7월까지는 통과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청와대의 핵심관계자는 “8월부터는 여름휴가와 대선 분위기에 따라 미 의회에서의 처리가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6월 개원 국회에서 비준안을 통과시켜 미 의회에서 통과론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질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6월부터 시작되는 18대 국회에서 임시국회를 열어 FTA 처리를 시도한다는 것이 여권의 복안이다. 6월 임시국회가 열릴 경우 한나라당은 비준안을 상정해 즉시 처리를 시도할 계획이다.

논리적으로는 민주당이 반대하더라도 한나라당 출신의 국회의장이 직권상정할 경우 과반수인 한나라당의 찬성만으로 비준안 처리가 가능하다.

하지만 18대 국회 첫 임시국회에서 여당 단독 처리를 강행한다면 남은 18대 임기 동안 야당의 협조는 물건너갈 가능성이 높아 여당도 부담감이 커진다. 민주당 등 야당이 새로 한미 FTA를 검토해야 한다며 청문회, 공청회 개최 등을 요청하며 지연시킬 경우에도 6월 처리는 불투명해진다.

더욱이 쇠고기 재협상을 요구하며 FTA 타결을 최대한 늦추려는 민주당의 지연전술로 원(院) 구성 자체가 늦어질 경우 국회 처리는 7, 8월까지 늦어질 수 있다.

▽정기국회 통과=여권은 8월까지도 비준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을 경우 9월 정기국회에서 마지막 처리를 시도한다는 전략이다. 물론 이 시점에는 우리나라에서 비준동의안을 통과시키더라도 미 의회에 대선전 비준안 통과를 압박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해진다는 것이 여권 핵심 관계자의 설명이다.

더욱이 미 의회에서는 오바마 의원 외에도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등 민주당 지도부가 한미 FTA 반대를 분명히 하고 있다. 또한 선순위 의제로 여겨지는 미-콜롬비아 FTA 처리가 무한정 연기돼 있는 가운데 오바마 의원이 기존보다 훨씬 강경한 어조로 반대를 분명히 함에 따라 미 행정부가 비준동의안을 의회에 제출하기는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불발 시=미국 대선이 있는 11월을 넘기면 현실적으로 FTA는 실질적으로 차기 행정부의 손으로 넘어가는 만큼 미 의회에서 비준안 통과의 동력은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한미 FTA 비준안을 우리가 통과시키면 부시 대통령 임기 내 미 의회에서 통과될 확률이 50%가량이고, 우리가 처리를 못하면 미 의회에서의 통과 확률은 20%가량으로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 경우 국내에서의 FTA 반대론 또는 재협상론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비준안의 국회 통과는 사실상 물건너갈 공산이 크다. 민주노동당 박승흡 대변인은 “한미 FTA는 수많은 불공정 독소조항을 가진 채 졸속으로 이루어져 재협상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청와대는 한미 FTA가 체결되지 못할 경우 한-일, 한-유럽연합(EU), 한-중 간에 논의가 시작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다양한 FTA 협상에서 한국이 유리한 고지에서 협상 조건을 이끌어냄으로써 경제 살리기의 결정적인 모멘텀을 얻겠다는 전략에 중대한 차질이 빚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오바마 승리 경우 vs 매케인 승리 경우=여권은 특히 오바마 상원의원이 11월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한미 FTA는 무산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보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우리도 비준안을 통과시키지 못하고 오바마가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현 한미 FTA 협상은 물론이고 재협상을 통해 FTA 안을 체결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진단했다.

반면 한미 FTA 지지 의사를 보여온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가 승리할 경우 국내에서는 FTA 통과론이 힘을 받겠지만, 한미 보수정권의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는 ‘반(反)FTA’ 진영의 이념적 투쟁도 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성원 기자 swpark@donga.com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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