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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4월 12일 02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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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준웅 특별검사팀이 11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을 두 번째로 소환 조사했다.
이 회장은 이날 5시간가량 조사받고 오후 7시경 돌아가면서 “모든 것이 제 불찰이다. 도의적이든 법적이든 제가 모두 책임을 지겠다. 아랫사람한테는 선처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그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그룹 경영 체제와 저를 포함한 경영진의 쇄신 문제를 깊이 생각해 보겠다”고 덧붙였다.
삼성그룹은 “회장이나 경영진의 퇴진을 의미하는 것은 전혀 아니다. 특검 결과 만일 잘못이 지적되면 그 분야에 대한 제도 개선이나 후속조치를 해서 새롭게 태어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조세 포탈 규모 확정=특검팀은 이 회장의 차명 주식 계좌 1300여 개의 거래 차익에 대한 양도소득세 포탈(조세 포탈) 규모를 확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회장에 대한 구체적인 기소 내용을 곧 결정한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 특검팀은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인 김현철 씨와 관련된 대법원 판결문의 조세 포탈 논리를 원용했다.
김 씨는 조세 포탈 혐의로 구속 기소돼 1999년 4월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조세 포탈로 형사처벌을 받은 첫 사례였다.
특검팀 관계자는 “이 회장에게 적용한 논리는 김 씨 관련 판결문을 보면 자세하게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판결문은 차명계좌가 어떤 경우에 형사처벌이 되는지를 밝힌 최초의 대법원 해석이다.
▽차명계좌를 형사처벌하는 경우=차명계좌를 이용했다는 사실만으로 처벌하지는 않는다.
김 씨의 판결문에는 ‘차명계좌 이용행위 한 가지만으로 구체적 행위의 동기, 경위 등 정황을 떠나 어느 경우에나 적극적 소득 은닉 행위가 된다고 단정할 것은 아니(다)’라고 돼 있다.
그러나 △여러 곳의 차명계좌에 분산 입금하거나 △다른 차명계좌에 입금을 반복하거나 △단 1회의 차명계좌 입금이라도 명의자와의 특수한 관계 덕분에 소득을 숨기는 효과가 뚜렷하면 소득을 숨긴 적극적 행위라고 해석했다.
이런 기준에 따르면 삼성의 차명계좌는 형사처벌을 피하기 어렵다.
특검팀은 △삼성이 여러 개(1300여 개)의 차명계좌에 분산 입금했고 △계좌 명의자인 임원이 사망, 퇴직, 보직 이동한 경우 다른 계좌에 입금을 반복했고 △명의자 모두 이 회장과 특수한 관계에 있는 그룹 임원임을 1차 수사 기간에 확인했다.
▽포탈 규모=삼성은 차명계좌의 주식 매매 거래가 한 번밖에 없다면 소득을 숨긴 적극적인 행위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한다.
삼성은 또 이 회장이 기소되더라도 차명 주식 보유 사실을 시인한 일부 임원의 사례를 내세워 소득을 숨긴 행위가 그다지 적극적이거나 완벽하지 않았음을 강조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검 주변에서는 “삼성이 이 회장 기소를 기정사실화하고 포탈 세액 규모를 최소화하는 데 주력했지만 11일까지 확인된 포탈 세액이 1000억 원을 넘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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