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인도… 버스승강장… 도시를 웃게하는 광고물들

최근 미국 여러 대도시의 도로 한복판에 2m가 넘는 규모의 대형 ‘화이트 펜’이 설치됐다. 횡단보도에 그어진 흰 선을 마치 이 펜으로 그린 것처럼 뚜껑은 열리고, 붓은 바닥에 놓인 모습이었다. 차도와 인도를 구분하는 노란 안전선 위에도 2m가 넘는 노란색 형광펜①이 세워졌다. 형광펜으로 노란 안전선을 그린 듯한 착각을 일으킬 만한 형태였다.

이는 세계적인 사무용품업체 ‘페덱스킨코스’가 세운 거대 조형물. 이 회사는 이처럼 톡톡 튀는 거리 광고물을 설치해 소비자들에게 ‘사무용품은 페덱스킨코스’라는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었다.

예상치 못한 독특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거리 광고물이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수많은 광고물이 거리를 뒤덮고 있는 가운데 소비자의 머릿 속에 확실히 각인되는 광고물을 만들기 위해 기업들이 각종 참신한 아이디어를 접목하고 있는 것.

동서대 곽준식(경영학) 교수는 “단순히 거대한 구조물만 세우면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것에 그치지만 신기하거나 예상치 못한 새로운 정보를 주는 거리 광고물을 만들면 소비자에게 차별화된 브랜드 이미지를 확실히 심어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이디어가 독특하고 괴상할수록 더 자극적이고, 기억에 오래 남는다는 이른바 ‘레스토르프 효과’에서 기인한 것이다.

일본 전자업체 캐논은 최근 차량 진입을 차단하기 위해 인도에 세워진 원통형 장애물②을 거리 광고물로 활용했다. 원통형 장애물을 카메라 렌즈처럼 꾸며 마치 캐논 카메라가 거리 한가운데 누워 있는 것처럼 만든 것.

곽 교수는 “작은 아이디어 하나로 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차량 진입 장애물이 카메라로 변신했다”며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거리 조형물에 톡톡 튀는 아이디어만 접목하면 훌륭한 광고 매체로 활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커피 전문업체 ‘뉴카페 프레스코’는 버스 및 지하철 노선지도③를 옥외광고판으로 활용했다. 노선지도를 자사 신제품을 마시는 사람의 모습으로 그린 것.

천편일률적으로 그려진 지도가 작은 아이디어 하나로 소비자에게 정보뿐만 아니라 즐거움을 주는 기발한 광고로 바뀐 셈이다.

곽 교수는 “지형지물을 이용한 커뮤니케이션은 소비자에게 강한 인상을 남길 뿐만 아니라 기업이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자사 제품을 효과적으로 홍보할 수 있다”며 “거리는 아이디어로 채색할 수 있는 훌륭한 캔버스”라고 덧붙였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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