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같은 시기에 K건설사가 울산 중구 반구동에서 935채를 분양한 아파트와, M건설사가 울산 북구 신천동에서 741채를 분양한 아파트는 모두 청약률 '제로'가 나와 지역 부동산 시장에 충격을 줬다.
부동산정보업체 스피드뱅크의 박원갑 부사장은 "부동산 시장에서 주요 변수에 따라 '국지(局地)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면서 같은 지역이라도 특정 아파트에만 수요가 몰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국적으로 청약률 '제로'의 분양 아파트가 속출하고 있지만 일부 단지는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런 아파트는 부동산 시장 상황과 상관없이 지역 내 '랜드마크'가 될 것으로 기대되거나 실수요자들의 요구를 정확히 예측한 상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확실한 '랜드마크' 인기
'문수로 2차 아이파크'에 수요가 몰린 것은 이 아파트가 울산의 최상층이 거주하는 랜드마크가 될 것이란 기대감이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아파트가 들어설 신정동은 교육환경이 울산에서 가장 좋은데다 '문수로 1차 아이파크'가 지역 내 최고가 아파트로 이미 자리 잡았기 때문.
SK건설 컨소시엄이 지난해 9월 충남 천안시 불당동에서 분양한 지역 내 최고 높이(66층) 의 '펜타포트' 주상복합 아파트도 최고 청약경쟁률이 9 대 1로 나오면서 분양권 전매를 노린 일명 '떴다 방'이 등장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부동산컨설팅업체 와이플래닝의 황용천 사장은 "지방의 투기과열지구 해제 시기와 아파트 분양 시점이 절묘하게 맞아 시세차익을 기대하는 수요까지 가세해 과열 양상을 빚었다"고 분석했다.
●실수요자 입맛에 맞는 아파트에도 줄서
실수요자들이 원하는 곳에, 필요한 규모의 신규 상품을 공급한 건설사들도 분양에 성공했다. 대표적인 사례는 최고 1.27 대 1의 청약경쟁률을 보인 경기 안양시 평촌동 '평촌 e-편한세상'. 중대형(157~187m²) 위주로 구성된 소형 단지(220채 규모)였지만 수요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분양홍보를 맡은 미디어파워 이성규 국장은 "평촌신도시 내에서 신규 중대형 아파트를 찾는 실수요자들의 입맛에 맞는 상품을 공급한 것이 적중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이 개별 상품 위주로 움직이면서 과거 부동산 시장의 법칙 중 하나였던 이른바 '후광(後光) 효과'가 점차 약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후광 효과란 특정 분양 아파트가 인기를 끌면 주변 아파트도 덩달아 분양이 잘 되는 현상이다.
과거에는 전체 부동산 시장이 좋으면 아파트가 쉽게 팔렸지만 최근에는 시세 차익이 확실하거나 실수요자의 입맛에 딱 맞는 상품이 아니면 분양이 잘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이런 이유를 들어 시장 상황이 좋아져도 전국적으로 12만 채가 넘는 미분양 아파트가 단 기간에 줄어들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내놓는다.
정세진기자 mint4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