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Travel]시승기/인피니티 뉴 M45

  • 입력 2008년 3월 17일 02시 53분


V8엔진 “부릉∼” 강한듯 유연하다, 럭셔리 세단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BMW.’

과거 인피니티가 미국에서 얻은 별명이다. BMW처럼 강력한 주행성능과 운전의 재미를 중시하는 자동차 제조 철학을 갖고 있지만 품질과 가격은 그에 미치지 못하는 것을 빗댄 냉소적인 유머다.

그러나 그 별명을 지어낸 사람이 인피니티 뉴 M45을 몰아본다면 생각을 바꿔야 할 듯하다. BMW가 긴장해야 할 정도로 주행성능과 품질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인피니티 차종들은 직선에서만 빠르고 커브길에선 BMW를 따라잡지 못한다는 평가가 많았다. 강하긴 하지만 부드러움이 떨어져 주행감성이 거칠다는 말도 나왔다.

M45는 그런 폄훼를 완전히 떨쳐버렸다. 일단 시동을 걸면 우렁찬 V8 엔진의 배기음이 가슴을 뛰게 만든다. 지하 주차장에서 그 소리를 감상하기 위해 시동 스위치를 20번도 넘게 눌러봤다.

낮게 깔리면서도 확실한 존재감을 느끼게 해주는 엔진의 포효는 그냥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별도의 연구진이 아름다운 배기음을 만들기 위해 수많은 불면의 밤을 보냈을 것이 분명하다. 자동차가 명품 단계에 진입하려면 성능과 품질 뿐만 아니라 음(音)과 감촉, 조명 등 감성적인 부분에 천착하게 되는데 인피니티는 이미 그 작업을 시작한 것 같다. 문이 여닫히는 감각도 독일산 럭셔리 세단들의 수준에 근접했다.

주차장을 빠져나와 도로 위에 차를 올렸다. 부드럽게 가속페달을 밟자 차는 정확히 밟은 만큼 가속됐다. 이전의 인피니티 모델들처럼 거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페달을 밟는 각도에 따라 정확히 반응하는 엔진과 변속기는 차와 일체가 된 느낌을 준다. 고급 스포츠세단들이 갖춰야 할 중요한 덕목이다.

335마력의 4.5L엔진은 정지상태에서 6.5초 만에 M45를 시속 100km까지 견인했다. 출력으로 보면 더 빨리 가속될 것도 같았지만 연료소비효율과 승차감을 위해 의도적으로 초기 발진 가속을 줄여놓은 듯하다. 시속 100km를 넘어서도 가속감은 그대로 이어져 속도제한장치가 작동하는 시점인 시속 237km까지 스트레스 없이 밀어버린다.

핸들링과 브레이크도 출력을 뒷받침한다. 운전자의 의도를 정확히 읽어내는 서스펜션은 거친 노면에서도 쉽사리 접지력을 놓지 않았다. 인피니티가 닮고 싶어 했던 BMW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 인테리어는 약간 산만한 듯하지만 쓰임새나 오디오시스템의 음질은 수준급이다.

BMW를 뛰어넘는 점도 하나 발견됐다. 서울∼부산을 왕복하는 데 25만 원의 기름값이 들었다. 고속주행 연비는 살인적이었다.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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