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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3월 7일 02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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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과 철강은 관계가 깊은 것 같아요. 철강은 철을 녹여서 하는 비즈니스고, 금융은 금(金)을 ‘녹여서(融)’ 하는 비즈니스 아닙니까(웃음). ‘융합’의 시대인 만큼 금융도 정보기술(IT)을 접목하거나 휴먼 리소스를 통합하는 등의 방법으로 융합적으로 발전해야 합니다.”
5일 초대 금융위원장으로 임명된 전광우(59) 씨는 이날 오후 동아일보와 만나 “지난달에 포스코 이사회 의장에 선임됐는데 (금융위원장 취임으로) 그만두게 됐다”며 이렇게 말했다.
인터뷰는 경기 성남시 분당신도시 전 위원장의 자택에서 이뤄졌다.
―금융 정책과 감독을 총괄하는 신설 부처의 책임을 맡게 된 소감은….
“책임이 너무 막중하다. 금융은 새 정부 조직개편의 중요한 부분이고, 대통령도 신경을 쓰는 분야다. 다른 산업 분야에 비해 국제 경쟁력이 떨어지는 금융 분야를 발전시키는 것은 경제 발전을 위해 필수적이다. 민간 금융섹터를 활성화하고 (금융이) 새로운 성장 엔진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조직이니 기대가 큰 만큼 부담도 클 수밖에 없다.”
―새 정부의 금산분리(산업자본의 금융회사 지분 소유제한) 원칙 완화 방침에 대한 생각은….
“금산분리 완화의 필요성을 처음 공식적으로 제기한 사람이 내가 아닌가 싶다. 2001년 우리금융그룹 부회장으로 있을 때 금산분리의 신축적 적용을 주장했다. 지금은 기업들이 자금사정이 좋기 때문에 은행을 사(私)금고화할 염려가 없다. 지배구조도 개선돼 투자한 금융회사를 자의적으로 운영할 가능성도 적다. 4% 투자제한 비율을 늘리고 연기금을 참여시키는 등 다양한 방안을 마련해 관련 규제를 점진적으로 완화하겠다.”
―금융 규제를 완화하면 외국인들만 이익을 챙길 것이라는 시각이 있는데….
“윔블던 효과(Wimbledon Effect)라는 말이 있다. 영국에서 윔블던 테니스 대회가 열리지만 정작 영국 선수들은 우승을 못하고 다른 나라 선수들의 잔치가 된다. 하지만 영국은 관광 수입을 챙기는 등 효과를 거둔다는 얘기다. 외국 금융회사들이 돈을 벌면 우리는 그 동안 한국을 동북아 지역의 중요한 금융 허브로 키워나가면 된다.”
―지난 정부가 추진했던 ‘금융 허브’ 정책은 잘 추진됐다고 보는가.
“금융 허브를 지향하는 로드맵은 잘 돼 있다. 문제는 액션(실행)이다. 로드맵을 실행하기 위해 구체적인 움직임이 없었던 거다. 방향을 정했으면 돈 문제도 해결하고, 인력강화도 실질적으로 진행되도록 부서 간 협조를 해야 한다. 싱가포르, 아일랜드 등을 다니면서 느낀 점은 정부 부처 간 조정과 협조가 잘 돼 엇박자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외환은행 매각문제가 금융 감독당국의 최대 현안으로 남아 있는데….
“외교통상부 국제금융대사를 하면서 싱가포르의 테마섹 회장 등 외국 금융인들을 만나면 (외환은행 문제와 관련해) 한국의 반(反)외자정서를 지적하기도 한다. 내 원칙은 이렇다. 기본적으로 ‘오픈’은 하지만 시장규율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적용할 건 해야 한다. 증권관계 룰이나 세금의 룰을 깼을 때의 대응은 선진국이 더 강하다. 합리적이고 논리적으로 우리의 입장을 외국에 전달할 생각이며 법원의 판결을 따를 것이다.”
―요즘 재산문제로 낙마하는 공직 후보자들이 적지 않다.
“(웃으며) 나처럼 재산이 없는 사람도 별로 없을 거다. 집 외에는 땅 한 평 가진 게 없다. 재테크는 신경을 써야 하는데 맡겨진 일을 하느라 재테크를 할 시간이 없었다. 이번에 재산내용을 기록하는데 빈 칸이 너무 많아서 잘못 쓴 게 아니냐고 (청와대에서) 전화가 왔더라. 교회도 (이명박 대통령이 다니는 소망교회가 아닌) 정동교회에 다닌다.”
―새 정부 들어 공무원들의 출근시간이 빨라졌다. 어려움은 없겠나.
“요즘들어 ‘얼리 버드(Early Bird·일찍 일어나는 새)’라는 말이 많이 나오지만 나는 오래전부터 5시에 일어나 7시 전에 회사에 나간다. 세계은행에 있을 때도 그랬고 우리금융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일찍 가서 1∼2시간 공부한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공부하지 않으면 발전할 수 없다.”
전 위원장은 금융위원회의 첫 업무보고를 6일 오전 7시부터 자신이 대표로 있던 딜로이트코리아의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사무실에서 받았다. “보고를 다 받고 일을 시작했는데 굳이 할 필요가 있겠느냐”며 취임식도 생략했다.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