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저가차 ‘나노’에 자극받은 세계 車업계

  • 동아일보
  • 입력 2008년 1월 28일 02시 52분



“개도국 시장 눈뜨고 넘겨줄 순 없다”

《현대자동차가 2010년부터 인도에서 개발도상국을 겨냥한 저가(低價) 자동차를 생산한다. 세계 최저가 승용차인 인도 타타자동차의 ‘나노’(대당 2500달러·약 237만 원)를 겨냥한 것이다. 르노-닛산과 폴크스바겐, GM, 도요타 등도 나노와 경쟁할 수 있는 모델을 개발하기로 하는 등 세계 자동차업계에서 ‘나노’발(發) 저가 자동차 개발 경쟁이 불붙기 시작했다.》

○ 현대차 ‘나노’ 대항마 만들까

임흥수 현대차 인도법인장은 25일(현지 시간) 인도에서 열린 자동차전시장 개설 기자회견에서 “가격이 싼 ‘퍼블릭 카(Public Car)’를 3년 안에 인도에서 생산해 인도는 물론이고 전 세계 개발도상국에 판매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차가 구체적인 저가 차 개발 계획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현지 언론은 “현대차가 나노 공개 이후 생산 일정을 발표한 데다 다른 업체들이 초저가 차인 나노와 비슷한 수준의 차를 내놓기로 한 만큼 퍼블릭 카 가격이 나노와 경쟁할 수준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자동차업체들이 급증하는 개도국 수요를 겨냥해 나노와 경쟁할 차를 생산하기로 한 만큼 현대차가 홀로 ‘고가 정책’을 펼칠 수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이 이달 말 인도 공장을 방문하기로 한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고 현지 언론은 해석했다.

현대차는 그동안 “안전성이 검증된 저가 차를 만들려면 대당 가격이 470만∼600만 원은 돼야 한다”고 밝혀 왔다.

○ ‘나노’ 잡기에 나선 글로벌 업체

카를로스 곤 르노-닛산 회장은 23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한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인도에서 나노와 경쟁할 수 있는 2550달러 수준의 소형차를 팔 계획”이라고 밝혔다. 자동차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개도국 시장에서 싼값을 무기로 인기몰이를 할 가능성이 있는 나노의 ‘대항마’를 내놓겠다는 뜻이다.

안드레아스 프린츠 폴크스바겐 인도법인 승용차 담당 임원도 최근 인도 경제지인 비즈니스스탠더드와의 인터뷰에서 “나노와 가격 경쟁을 할 수 있는 모델을 개발할 의향이 있다”고 말하는 등 나노 견제에 나섰다.

후쿠이 다케오 혼다 사장도 최근 열린 미국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기자들과 만나 “현재 인도에서 팔고 있는 소형 승용차 ‘피트’보다 낮은 클래스의 차종을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나노를 염두에 둔 저가 차를 인도 시장에 투입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세계 10대 자동차 회사 대부분이 저가 차 개발에 나서면서 2010년경부터 판매 경쟁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주요 업체의 저가차 개발 계획
업체모델가격판매 시기판매 지역
타타모터스(인도)나노230만 원대2008년인도
르노(프랑스)로간 후속300만 원대비공개
닛산(일본)티다 후속2010년 이후
도요타(일본)비공개400만 원대2010년인도 브라질
혼다(일본)500만 원대2009년인도 중국
GM(미국)2010년 이후
폴크스바겐(독일)2009년인도 중국 러시아
현대(한국)470만 원대와 600만 원대-600만 원대는 2010년경

-470만 원대는 2012년경
인도를 비롯한 개발도상국
자료: 각 업체


송진흡 기자 jinhup@donga.com

조인직 기자 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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