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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월 19일 03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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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인터내셔널은 종합상사 가운데 해외 네트워크가 가장 많다. 옛 ㈜대우 상사 부문인 이 회사는 이 때문에 ‘대한민국 넘버원 종합상사’라고 자부한다.
종합상사 본연의 역할인 ‘수출 대행’ 업무가 줄어들면서 상당수 종합상사는 기능이 점차 축소되거나 현상 유지 수준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대우인터내셔널은 몸집을 지속적으로 불리며 종합상사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이 회사는 전 세계 6000여 개 업체와 3000여 개 품목을 거래하면서 매출의 97%를 국제 무역 관련 업무로 올리고 있다.
이 같은 종합상사로서의 끈질긴 생명력은 비즈니스 영역의 심화와 틈새 발굴, 사업다각화의 결과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강영원 대우인터내셔널 사장은 “우리가 일단 먹잇감으로 찍은 사업 아이템은 어떻게든 확보한다”면서 “전 세계를 누비는 대우 상사 맨들은 최고의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수요자와 공급자 연결해 비즈니스 창출
국내 종합상사 업계에서 대우인터내셔널은 ‘비즈니스계의 마당발’로 통한다. 단순한 수출대행에 머물지 않고, 될 만한 사업을 찾아 수요자와 공급자를 연결해 비즈니스를 엮어내는 탁월한 재주를 빗댄 말이다.
이 회사는 21세기 종합상사의 역할을 마케팅, 물류, 금융 등 비즈니스에 수반되는 일련의 업무를 종합적으로 수행하는 ‘프로젝트 오거나이저(project organizer)’에서 찾았다.
파푸아뉴기니 발전소 사업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1996년 파푸아뉴기니에 국내 최초로 지사를 설립한 대우인터내셔널은 전기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현지 사정에 착안해 발전소 수출을 결정했다.
발전소를 짓기까지 현지 정부와의 계약, 엔지니어링업체 섭외, 자금 조달 등 풀어야 할 문제가 한두 개가 아니었지만 대우인터내셔널의 ‘작업 능력’은 이때 진가를 발휘했다. 사업 준비 단계에서 발전소 건설, 가동, 운영 등 모든 단계에 대한 계획을 세워 분야마다 국내 전문업체를 섭외해 전체 판을 짜는 것이다.
프로젝트 오거나이저가 기존 비즈니스의 심화라면 ‘3국간 거래’는 틈새를 발굴하는 것이다.
3국간 거래란 해외에서 생산된 제품을 국내를 거치지 않고 제3국으로 바로 수출하는 무역 형태. 예컨대 대우인터내셔널 싱가포르법인은 싱가포르 석유제품 현물시장에 나온 경쟁력 있는 제품을 산 다음 세계 곳곳의 기업들에 판매한다. 지난해 싱가포르법인의 석유제품 거래실적은 8억 달러(약 7600억 원)로 웬만한 정유업체 수준이다.
강 사장은 “대우인터내셔널의 3국간 거래 비중은 전체 매출의 40%가 넘는다”면서 “3국간 거래는 리스크도 크지만 단순 수출 대행에 비해 수익률이 높은 데다 환리스크를 회피하는 효과도 만만치 않아 전략적으로 키우고 있는 사업영역”이라고 말했다.
●미얀마 가스전 등 해외 자원개발 사업에서 두각
대우인터내셔널이 업종과 사업영역을 뛰어넘어 종횡무진 활약할 수 있는 것은 50개국 106개 지점에 해외 거점을 두고 있는 광범위한 네트워크 덕분이다.
서울 본사는 세계 곳곳에 나가 있는 해외 거점에서 실시간으로 경영정보와 영업정보를 공유하면서 다양한 사업 기회를 포착한다.
윤병은 경영기획총괄 부사장은 “해외지점으로부터 쏟아지는 정보를 취사선택해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 2004년 무역업계 최초로 해외지사를 온라인으로 한데 묶는 정보기술(IT) 인프라를 구축했다”면서 “대우인터내셔널의 컴퓨터는 ‘24시간 로그인’ 돼 있다”고 말했다.
대우인터내셔널의 신(新)성장사업으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해외 자원개발도 이처럼 탄탄한 해외 네트워크의 힘이 바탕이 됐다.
실제로 이 회사는 2004년 미얀마 가스전 탐사에 성공했으며 러시아 해상광구, 페루 유전, 오만 가스전, 마다가스카르 니켈광산, 우즈베키스탄 금광 등 9개국 15개 지역에서 석유와 가스, 광물자원을 개발하고 있다.
이 가운데 페루 유전과 오만 및 베트남 가스전에서는 매년 200억 원 이상의 이익을 내고 있고, 미얀마 가스전도 2010년부터 본격 생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특히 미얀마 가스전은 지난해 8월 국제 공인기관으로부터 사업성을 인정받았으며 지금까지 한국 기업들이 개발한 해외 가스전 가운데 가장 큰 ‘자이언트급’으로 평가됐다.
삼성증권 이을수 애널리스트는 “국내 종합상사들이 앞 다퉈 해외 자원개발 사업에 진출하고 있지만 아직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면서 “대우인터내셔널은 자원개발 전문팀을 갖추고 있는 유일한 종합상사로 자원개발 능력이 상당히 앞서 있다”고 말했다.
대우인터내셔널은 이 밖에 자동차용 내장재와 신발용 자재를 생산하는 부산공장과 마산 대우백화점도 보유하고 있다.
●달라진 경영 성과…‘주인 없는 회사’한계도
대우인터내셔널은 기존 사업의 심화 발전과 사업다각화 전략에 힘입어 최근 7년 동안 놀라운 경영 성과를 올렸다.
2000년 말 ㈜대우로부터 기업 분할됐을 당시 이 회사의 부채는 2조5000억 원으로 부채비율이 940%에 달했지만 지난해 9월 말 현재 부채비율은 141%로 낮아졌다.
반면 2001년 당시 4조2500억 원이던 매출액은 2006년 6조4000억 원으로 늘었다. 또 2006년까지 600억∼700억 원에 머물던 영업이익도 지난해 1000억 원(9월 말 현재 900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워크아웃 졸업 후에도 아직 ‘주인 없는 회사’로 남아있는 대우인터내셔널의 지분구조는 불안한 요인으로 꼽힌다. 대우인터내셔널은 전체 지분의 68.9%를 한국자산관리공사와 채권단이 소유하고 있어 ‘주인 찾기’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SK증권 김기영 애널리스트는 “대우인터내셔널의 사업구조는 안정적이지만 불안한 지배구조는 이 회사의 미래성장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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