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종별 입사선호 기업 2부]<36>한국야쿠르트

  • 입력 2008년 1월 12일 02시 56분


“딩∼동! 좋은 아침입니다”

아침 여는 건강지킴이 39년… 발효유 시장 43% 차지

자산운용업 진출 등 ‘새 먹을거리 찾기’ 현재진행형

“좋은 아침입니다.”

1971년 한국야쿠르트가 유산균 발효유 야쿠르트를 내놓은 뒤 많은 한국인의 아침은 가정과 사무실에서 노란 제복을 입고 야쿠르트 병을 건네는 ‘야쿠르트 아줌마’들을 만나면서 시작됐다.

기능성 음료가 드물던 1980, 90년대 당시 성장기 자녀를 둔 가정이면 집 현관 앞에 야쿠르트용 천 주머니를 내건 풍경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야쿠르트의 매출이 정점에 달했던 1994년 하루 매출량은 740만 병. 전 국민의 20%가량은 야쿠르트를 마신 셈이다. 최근에는 고가(高價) 제품 수요가 늘면서 야쿠르트의 일일 매출량이 250만 병 수준으로 줄었다.

야쿠르트를 발판으로 한국야쿠르트는 유산균 발효유 시장의 43%를 차지하고 있다. 야쿠르트의 명성 때문인지 해외에 나가서도 ‘요거트(yogurt)’ 대신 ‘야쿠르트(yakult)’를 찾는 이가 많다.

1969년 설립된 한국야쿠르트의 창업이념은 ‘건강사회 건설’. 창업주 윤덕병(81) 한국야쿠르트 회장은 ‘먹고사는 것’이 힘들던 당시 국민이 큰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는 기능성 음료를 만드는 데 착안했다.

원자재 가격 인상에도 불구하고 야쿠르트 가격을 2004년 110원에서 130원으로 올린 후 4년째 같은 가격을 고수하는 것도 창업 이념과 맞닿아 있다.

윤 회장은 1971년 야쿠르트를 내놓으면서 ‘부인(婦人) 판매제도’를 도입했다. 유통 과정에서 쉽게 변질될 수 있는 만큼 유통회사에 판매를 맡기는 것보다 직접 소비자에게 배달하는 게 소비자에게 신뢰를 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1990년대 중반에는 유통회사의 냉동보관 시설이 좋아지고 주부들의 일자리가 늘면서 야쿠르트 아줌마가 존폐 논란에도 휩싸이기도 했다.

한국야쿠르트는 1998년 외환위기가 닥쳤을 때 오히려 방문판매 조직을 더욱 확대했다. 불황 속에서도 야쿠르트 아줌마 특유의 스킨십 마케팅은 빛을 발했다.

한국야쿠르트는 야쿠르트와 마찬가지로 윌, 메치니코프, 쿠퍼스 등 발효유 제품만은 시장에 내놓지 않고 야쿠르트 아줌마들이 직접 배달하는 시스템을 고집하고 있다.

한국야쿠르트는 1969년 설립된 후 여태껏 사장을 거친 사람이 단 4명밖에 없다. 초대 사장인 고 윤쾌병 씨는 회사 설립 초기부터 1989년까지 무려 20여 년간 대표이사로 일해 왔다. 2대 사장인 이은선 씨는 1989년부터 11년간 대표이사를 맡아 오다 2000년 은퇴했다.

3대 사장인 김순무 전 사장은 한국야쿠르트 공채 1기로 입사해 2000년부터 지난해 초까지 사장으로 있었다. 김 전 사장에 이어 대표이사 사장직에 취임한 양기락 현 사장 역시 평사원으로 입사해 대표이사직에 올랐다.

윤덕병 회장은 일찌감치 소유와 경영을 분리해 전문경영인들이 소신대로 회사를 이끌어 나갈 수 있도록 경영에 일절 참여하지 않고 있다.

이처럼 장수(長壽) 사장이 이어진 것은 내수에 주력한 사업 특성상 시장 변화가 심하지 않았고 장기 프로젝트가 많아 한 회사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가’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한국야쿠르트는 2006년 플러스자산운용을 인수하며 자산운용업계에 진출했다. 식품 한길만 걸어온 한국야쿠르트의 행적을 비춰 볼 때 이례적인 ‘사건’이었다.

1997년 식혜, 건강식품 등을 생산하는 비락을, 2004년 파스퇴르유업을 인수하며 외형 확장에 나서기는 했지만 금융업 진출은 파격이었다.

이장성 한국야쿠르트 홍보팀장은 “업종 특성상 현금이 풍부해 자산운용사를 계열로 둬 자금을 더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말했다.

내수 시장이 답보 상태에 빠지면서 한국야쿠르트도 새로운 먹을거리를 찾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채용 과정에서도 이 같은 회사 측의 고민이 드러난다.

한국야쿠르트는 몇 해 전부터 신입사원 공채에서 전공제한을 없앴다. 상경계열 전공자를 선호하던 과거와 달리 기계, 물리 등 이공계에서부터 베트남, 카자흐스탄 등 새롭게 떠오르는 지역 언어 능통자, 심리학 등 인문학 전공자를 선호한다.

정용찬 한국야쿠르트 인력개발팀장은 “새 사업 진출을 위해서는 다양한 인력이 필요하다”며 “‘식품회사는 보수적일 것’이라는 선입견과 달리 우리 회사는 열정적이고 창의적인 인재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 기업성장 산실 중앙연구소

유산균… 헬리코박터… ‘한국의 파스퇴르연구소’ 자부심

한국야쿠르트 중앙연구소는 이 기업의 성장을 이끈 원동력이다. 1976년 세워진 중앙연구소는 30여 년간 유산균과 기능성 음료 연구에 힘써왔다. 여기서 개발한 각종 유산균은 수많은 히트 상품의 밑거름이 됐다.

1995년 한국인 유아(乳兒)의 장에서 분리한 한국형 비피더스 유산균 HY8001을 개발해 제품 생산에 응용한 것은 이 연구소가 자랑할 만한 성과다. HY8001은 국내 최초로 생산된 발효유 종균이다.

2000년 선보여 히트를 친 ‘헬리코박터 프로젝트 윌’도 중앙연구소가 5년 동안 공들여 내놓은 작품이다. 이 연구소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을 억제하는 항체 계란 생산 기술과 위암을 억제하는 생약추출물 기술로 특허를 받았다.

이어 개발한 제품이 ‘쿠퍼스’. 2004년 첫선을 보인 쿠퍼스는 간 기능 활성화에 초점을 맞춘 발효유다. 임상실험을 통해 효능이 입증됐다고 연구소 측은 밝혔다. 위(胃)에 이어 간 기능을 개선하는 유산균 발효유 제품으로 이름값을 높인 이 연구소는 몇 년 전부터는 기능성 음료 연구로까지 영역을 넓혔다.

2005년 내놓은 유기농 야채즙 ‘하루 야채’와 지난해 내놓은 흑마늘 음료 ‘천년의 식물 산’은 음료연구팀의 성과다. ‘약처럼’ 효과가 있는 유산균 발효유와 음료 제품 개발이 이 연구소의 강점으로 꼽힌다. 연구소의 활동 영역은 점점 넓어져 현재는 50여 명의 연구 인력이 유산균을 중심으로 생명공학, 음료, 면(麵) 제품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를 하고 있다. 이 연구소는 자체 개발한 유산균 200여 가지를 포함해 2000여 가지의 유산균을 보유하고 있다.

허철성 중앙연구소장은 “지속적인 연구개발(R&D) 투자를 통해 프랑스의 파스퇴르연구소와 같은 세계적인 연구소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 Q&A / 입사후 영업근무 필수인가요

채용때 홍보-기획 등 분야별 선발

영업직 아니면 영업장 근무 안해

한국야쿠르트 임직원의 연봉 (단위: 원)
직급평균 연봉해당 직급
평균 재직기간
임원1억3500만9∼12년
부장 7000만4년
차장 5800만4년
과장 5000만6년
대리 4100만3년
주임 3500만2년
사원 3200만 2년
주: 상여금 및 성과급 포함, 세전 기준. 자료: 한국야쿠르트

한국야쿠르트는 취업 사이트에 올라온 취업준비생들의 질문에 대해 다음과 같은 답변을 보내왔다.

Q. 올해 채용 계획은….

A. 상반기(5, 6월경)에 세일즈컨설턴트(영업) 30여 명, 하반기(10, 11월경)에 영업, 광고·홍보, 기획, 인사·교육, 법무 등의 분야에서 총 70여 명을 뽑을 예정이다.

Q. 지난해 채용 결과는….

A. 상하반기 합쳐 총 101명을 뽑았다. 경쟁률은 264 대 1이었다. 남성 72명, 여성 29명을 채용했다. 앞으로 여성 인력을 더 뽑을 계획이다. 인턴십 제도는 아직 없다.

Q. 채용 절차는….

A. 서류전형→인성 및 적성검사→직무면접→역량면접→인성면접의 순으로 진행된다. 인성 및 적성검사는 온라인으로 실시한다. 직무면접에서는 본인이 지원한 분야의 사업장에서 실무자들과 함께 직무를 체험하며 평가를 받는다. 역량면접에서는 팀장급 면접관 3∼5명이 토론과 프레젠테이션 능력을 평가한다. 인성면접에서는 4∼5명의 임원이 면접관으로 참석한다. Q. 모든 사원이 전국의 영업장 근무를 거쳐야 하나.

A. 과거에는 영업사원만 뽑아 전국의 영업장에서 영업을 경험한 뒤 다른 부서로 옮겼으나 지난해 상반기부터 바뀌었다. 지금은 채용 때 영업뿐 아니라 광고·홍보, 기획, 인사·교육, 법무 등 다양한 분야별로 미리 지원을 받은 뒤 뽑으므로 영업사원이 아니면 영업장에서 근무할 필요가 없다.

Q. 지방 영업장 근무 시 복리후생은 어떤가.

A. 지방 영업장은 해당 지역 출신자나 지원자에 한해 배치하므로 별도의 복리후생제도는 없다. 단, 전보돼 영업장을 옮길 경우 임차보증금(2000만∼3000만 원)을 무이자로 빌려준다.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 한국야쿠르트 히트상품은?

위에 좋은 발효유 ‘윌’ 첫손 꼽혀

‘팔도 비빔면’ ‘비락식혜’도 효자

한국야쿠르트의 히트 상품 가운데는 유산균 발효유 ‘윌’이 첫손에 꼽힌다.

정식 명칭이 ‘헬리코박터 프로젝트 윌’인 이 제품은 ‘요구르트’로 분류되던 기존 유산균 발효유의 개념을 바꾼 것으로 유명하다. 발효유가 장(腸)에 좋다는 이전의 상식을 깨고 위(胃)에 좋은 발효유로 개발한 것이 성공 이유로 꼽힌다. 위 건강을 위한 발효유라는 새 시장을 개척한 게 맞아 떨어진 것이다.

윌에는 위염, 위궤양의 대표적인 원인균으로 알려진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을 효과적으로 억제하는 성분이 들어 있다. 이런 새로운 개념을 부각하는 한편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을 발견한 호주 의학자 배리 마셜 박사를 광고 모델로 써 주목을 끌었다.

2000년 9월 선보인 윌은 당초 하루 20만 개 정도 팔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시장에 내놓은 지 2주 만에 주문량이 하루 30만 개를 넘어섰다. 현재는 하루 70만 개가량 팔린다. 2005년 마셜 박사가 노벨 의학상을 받아 윌의 신뢰도는 더욱 높아지게 됐다. 윌의 지난해 매출액은 2400억 원이다.

한국야쿠르트는 1983년 라면 사업에 뛰어들어 ‘팔도 비빔면’ ‘도시락’ ‘왕뚜껑’ 등 다양한 제품을 선보였다. 이 가운데 왕뚜껑은 18년 동안 모두 9억 개 이상이 팔렸다. 한 해 평균 7500만 개(약 630억 원어치)가 팔리는 히트 상품이다.

1995년 음료 사업을 시작한 한국야쿠르트는 1997년 ㈜비락을 인수하면서 음료 사업을 본격화했다. ‘비락식혜’ ‘산타페’ ‘하루 야채’ 등이 대표적인 상품이다. 지난해 235억 원어치를 판 비락식혜는 전통음료 시장에서 점유율 60%를 기록하고 있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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