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13대 금융리스크’ 선제 관리

  • 입력 2008년 1월 3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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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이 올해 부동산 경기 침체와 가계대출의 연체율 증가 등 금융시장과 관련된 리스크(위험)가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선제적인 관리에 나섰다. 또 예금이 대거 증시로 빠져나가 은행이 경영상 위기를 맞을 수 있는 국면이라는 분석도 내놨다. 은행이 경영 위기에 빠지면 기업이나 가계 등 실물경제에 커다란 악영향을 준다.

금융감독원은 이런 내용을 담은 ‘2008년 13대 금융 리스크 분석 보고서’를 마련해 3일 열리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업무보고 때 브리핑할 예정이다.

○ 건설회사 연쇄 파산 우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금융 관련 리스크는 △부동산 경기 침체 △시장금리 상승 △가계신용 악화 △원화가치 절상 △중소기업 대출 부실화 △은행의 예금 부족 현상 등 6가지다.

금감원은 지난해 10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이 1998년 말 이후 처음 10만 채를 넘어설 정도로 부동산 경기가 부진하다는 점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건설회사가 연쇄부도에 빠질 경우 건설회사에 대출을 해 준 은행과 저축은행 역시 위기를 맞을 수 있다. 또 건설투자가 제대로 안돼 성장이 부진한 상태에서 시중금리마저 오르면 적지 않은 가계가 대출금에 대한 이자를 내지 못하게 된다. 이는 가계대출 부실로 인한 은행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또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하락(원화가치는 상승)하면 기업의 수출 경쟁력이 떨어진다. 특히 중소기업은 지난해 40조 원 이상 늘어난 대출 때문에 자금난을 겪을 수 있다.

최근 각 시중은행은 예금 잔액이 대출 잔액보다 부족한 상황이 고착화됨에 따라 고금리로 은행채를 발행해 대출 재원을 마련하고 있다. 시중에 풀리는 채권이 많아져 시중금리가 오르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

금감원 당국자는 “저원가성 대출재원인 예금이 줄면서 은행의 수익성을 나타내는 순이자마진이 급격히 하락하는 위기의 전조가 보인다”고 우려했다.

○ ‘베이징 올림픽 이후가 걱정’

해외 부문에선 △차이나 리스크 가시화 △글로벌 인플레이션 △미국 부동산 경기 침체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미국 달러화 가치 하락 △국제유가 상승 △글로벌 신용경색 지속 등 7가지가 우려되는 리스크로 지목됐다.

중국의 8월 베이징 올림픽 특수가 끝나면서 소비가 급속히 위축되면 중국이 주요 수출 상대국인 한국의 수출전선에 ‘빨간불’이 켜질 것이란 위기감도 크다. 국제 유가와 철강 곡물 등 각종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각국의 물가가 비정상적으로 올라 당국이 금리 조정에 애를 먹을 수 있다.

또 금감원은 일본에서 엔화를 저금리로 빌려 달러로 바꾼 뒤 한국 등 신흥시장에 투자했던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일본의 금리 인상 조치로 회수되기 시작하면 세계적인 신용경색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 “완화할 규제와 강화할 규제 구분해야”

이런 금융 리스크와 관련해 재정경제부 고위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 초기 경제 정책의 드라이브를 강하게 거는 상황에서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지면 모든 업무가 차질을 빚게 된다”며 “은행 등 금융기관들이 모든 리스크를 상시 감시하면서 미리 대응하는 것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홍익대 박원암(경제학) 교수는 “건설 투자를 늘리기 위해 부동산 경기를 살려야 하지만 집값 급등을 막기 위한 규제는 유지돼야 한다”며 “완화할 규제와 강화할 규제를 명확하게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금융감독원이 본 올해 13대 금융 관련 리스크

국내 리스크
6

-부동산 경기 침체
-시장금리 상승
-원화가치 절상
-가계신용 악화
-중소기업 대출 부실화
-은행의 예금 부족 현상

해외 리스크
7

-차이나 리스크 가시화
-미국 부동산 경기 침체
-글로벌 신용경색 지속
-미국 달러화 가치 하락
-국제유가 상승
-글로벌 인플레이션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자료: 금융감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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