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뚜라미그룹 김규원 총괄사장 “반값 에어컨 기대하세요”

  • 입력 2007년 12월 13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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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내에 중국산과 품질은 물론 가격에서도 경쟁할 수 있는 절반 값의 ‘국민 에어컨’을 내놓겠습니다.”

김규원(44·사진) 귀뚜라미그룹 총괄사장은 최근 서울 강서구 화곡동 귀뚜라미그룹 본사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100만∼150만 원에 팔리는 스탠드형 에어컨을 40만∼50만 원대로 낮추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귀뚜라미그룹은 2003년 센추리 아산공장, 지난해 범양냉방을 인수하면서 에어컨 등 냉방기로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다.

김 사장은 “보일러는 성숙기에 들어선 한계 시장”이라며 “종합 냉난방회사로 성장하고 5년 내에 그룹 매출액을 1조 원 이상 올릴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귀뚜라미그룹은 지난해 45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아산공장에서 올해 초부터 세계 최초로 에어컨과 보일러를 생산하는 냉난방기 복합 생산라인을 가동하고 있습니다. 공장 가동률이 높아지면서 원가 경쟁력이 20% 정도 높아졌습니다.”

그가 ‘에어컨 가격파괴’를 선언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보일러와 에어컨을 동시 생산하면서 공장의 가동률이 높아졌다. 보일러만 생산할 때는 비수기에는 단축 근로를 해야 했다.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도 크다. 이 회사가 보유한 특허만 500여 개에 이른다. 보일러 금형부터 모터와 펌프 등의 부품까지 자체 생산하는 독특한 생산 시스템도 갖췄다. 엄격한 품질관리와 기술 개발을 위해서다. 보일러를 위해 개발한 순환 펌프는 대기업의 식기세척기 부품으로 납품할 정도다.

김 사장은 “보일러 가격이 20년 전보다 싼 이유는 끊임없는 연구개발(R&D)을 통한 기술 혁신 덕분”이라며 “에어컨도 가격은 낮추고 품질은 높이는 전략이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사장이 사업 다각화의 한 축으로 역점을 두고 있는 분야는 집수리 원스톱 서비스를 지향하는 귀뚜라미 홈시스마트 사업과 해외 시장 개척이다.

중국 톈진(天津)에 진출한 귀뚜라미그룹은 내년 상하이(上海)에 제2공장을 짓고 중국 진출을 확대할 계획이다. 올해 초 터키에 합작회사를 세우고 유럽 공략에 나섰고, 러시아 물류기지 건설과 일본 진출도 추진 중이다.

김 사장은 “5년 후 해외 매출은 현재 2000만 달러에서 1억 달러로 늘릴 계획”이라며 “냉방기 사업 분야에서 인수합병 제의가 오면 언제든지 협의할 계획이 있다”고 말했다.

“일을 벌이다가 사고를 치면 문책하지 않지만, 결과가 두려워 일을 시작하지도 않는 직원은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귀뚜라미그룹에는 매년 수천 건의 업무제안이 나온다. 올해에만 사원 업무 제안이 5000여 건 접수됐다. 직원 2000명이 1인당 2.5건의 업무제안을 한 셈이다. 그는 “사원들의 업무제안으로 올해 100억 원의 비용 절감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1989년 입사한 그는 14년 만인 2003년 귀뚜라미보일러 사장이 됐고, 올해 8월 그룹 총괄사장에 오르며 고속 승진 가도를 달려온 인물. 능력 중심의 조직 문화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가 올해 그룹 총괄사장으로 승진하면서 창업주 최진민(67) 명예회장의 아들인 최성환(30) 경영기획팀장이 잠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전문 경영인에게 힘을 실어 주고, 창업주 2세에게 회사를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는 최 회장의 배려였다. 그는 최근 대리급 직원을 과장으로 특진시켜 부장급 자리인 지사장에 임명하는 파격 인사를 단행하며 그룹의 변화와 혁신을 이끌고 있다.

박용 기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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