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공사 빚내 인건비 충당, 조폐공사는 부채 387% 급증

  • 입력 2007년 11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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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 들어 공기업들의 부채가 급증하면서 재무건전성이 떨어졌는데도 오히려 인력이 늘어난 것은 공기업들이 얼마나 방만하게 운영돼 왔는지를 단적으로 보여 준다.

사업에서 나오는 이익과 정부 보조금을 합쳐도 인건비조차 충당하지 못하는 공기업이 적지 않다.

○ 비대해지고 빚 늘어나는 공기업

김대중 정부가 공기업 민영화와 인력 감축을 실시했던 것과 달리 현 정부는 공기업의 운영시스템과 내부 지배구조 개선에 초점을 맞춘다는 명분으로 민영화를 외면했다. 하지만 공기업 시스템 혁신은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한 채 부채가 급증하고 인력이 늘어나는 결과만 낳았다.

대한주택공사는 부채가 2002년 말 9조7663억 원에서 올해 6월 말 34조9907억 원으로 258.2%나 늘었고 인력도 같은 기간 3238명에서 4385명으로 35.4% 증가했다.

한국토지공사는 현 정부 들어 행정중심복합도시 개발 등 택지개발 사업이 확대되면서 부채가 2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2002년 말 11조1339억 원이던 부채는 올 6월 말 24조7023억 원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인원도 2125명에서 2677명으로 25.9% 증가했다.

한국조폐공사는 올 6월 말 현재 부채가 2002년 말에 비해 387.5% 급증해 24개 공기업 가운데 가장 높은 부채 증가율을 보였다.

석탄산업의 사양화로 완전 자본잠식에 빠져 있는 대한석탄공사는 해마다 영업 손실을 보고 있어 차입금으로 인건비 등을 충당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02년 말 8971억 원이던 부채는 올해 6월 말 1조1371억 원으로 급증했다.

○ 수익성도 악화일로

공기업들이 내실은 소홀히 한 채 몸집 키우기에만 주력하면서 수익성도 나빠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최근 대한주택공사 대한석탄공사 한국관광공사 등 13개 주요 공기업의 경영 상황을 분석한 결과 매출액순이익률이 2002년 10.63%에서 지난해 7.04%까지 떨어졌고, 자기자본이익률(ROE)도 같은 기간 5.44%에서 3.47%로 낮아졌다. ROE는 당기순이익을 자기자본으로 나눈 비율로 기업의 이익 창출 능력을 보여 준다.

전문가들은 현 정부 들어 공기업 민영화와 구조조정이 중단되면서 공기업 조직의 비대화나 수익성 악화 문제가 더욱 심각해졌다고 진단한다.

연세대 김정식(경제학) 교수는 “현 정부는 공기업의 가치와 필요성만 부각시키고 공기업의 적자나 방만 경영, 과다 지출 등의 문제는 눈감아 주고 있다”며 “공기업 조직이 계속 커지는 등 큰 정부를 지향할수록 국민의 세금 부담은 늘어난다”고 비판했다.

신치영 기자 higgledy@donga.com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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