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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11월 2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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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에서의 생활이 불편하지 않은지 물었더니 이들은 의외의 대답을 내놓았습니다.
“해상(海上) 생활보다 육지 생활이 더 힘들지요. 배를 탄다고 하면 ‘뱃놈’이라며 깔보기 십상이지요. 사람들은 똑같은 해외 운송 업무를 맡는데도 선원과 파일럿을 다르게 바라보는 것 같습니다.”(강용기 기관장·50)
그는 보험사에 보험을 들러 갔다가 거절당했던 일화도 소개했습니다. 선박 사고율이 자동차 사고율보다 높지 않은데도 선원들은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지요.
지난해 목포해양대를 졸업한 한 새내기 선원도 “2, 3개월 정도 배를 탄 뒤 고향에 돌아갔더니 2년이나 사귄 여자친구가 떠나버렸다”며 고충을 토로했습니다.
그래서인지 한진해운은 기혼(旣婚) 선원에 한해서는 배우자가 함께 승선할 수 있도록 하는 ‘궁여지책’을 만들기도 했답니다.
하지만 이들은 한결같이 선원으로서의 자부심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배를 그만 타려고 1년 가까이 다른 일을 한 적이 있습니다. 어느 날 부산항 근처에 갔다가 우연히 배를 봤는데, 마치 연인을 본 듯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습니다. 다음 날 한달음에 배를 타러 갔지요.”(홍이문 선장·45)
홍 선장은 ‘수출 한국’의 최전선에서 뛰고 있다는 게 자랑스럽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해운업이 해상운송 부문에서 지난해 벌어들인 외화는 203억1880만 달러(약 18조2869억 원)로 서비스업의 해외 수입 중 40% 가까이 됩니다.
해운업이 자동차나 반도체 제조업 못지않게 한국 경제에 이바지하는 셈이지요.
더욱이 수출품의 99%는 배로 실어 나른다는 점에서 해운업은 수출에서 없어서는 안 될 산업이지요.
이달에는 ‘수출의 날’(30일)이 있습니다. 지금과 같은 ‘수출 초호황 시대’에 묵묵히 일하는 선원들의 노고를 한 번쯤은 되새겨봐야 할 것 같습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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