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기업 “성장흐름 올라타고… 노조는 끌어안고”

  • 입력 2007년 10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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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멘스는 1일 의료 장비를 연구 및 개발, 생산하는 메디컬초음파사업부를 출범시켰다.

고령화 추세에 맞춰 바이오산업이 부상하자 ‘초음파기술’이라는 한국 벤처기업을 인수합병(M&A)해 사업부를 세운 것이다.

지멘스 독일 본사는 한국지멘스를 이 분야의 아시아지역 연구개발(R&D) 전략기지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한국에 진출한 1세대 외국계 기업들이 반세기를 훌쩍 넘기면서 외국계 ‘장수(長壽)기업’의 성공 비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지멘스와 한국IBM 등 외국계 장수기업은 1960년대 전쟁의 폐허에서 벗어나기 위한 경제 부흥 프로젝트에 동참한 것을 계기로 한국과 인연을 맺었다.

연 매출이 1조 원이 넘는 이들 기업은 한국에서 성공한 비결로 과감한 혁신과 사업 다각화,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꼽았다.

한국 바스프, 외환위기때도 공격적 투자로 성과

한국 베링거잉겔하임, 노조와 경영 정보 공유

외국계 장수 기업 현황
진출 시기회사대표 업종지난해 매출액국가
1954년한국바스프화학2조460억 원독일
1967년한국IBM정보기술1조713억 원미국
1967년한국씨티은행금융미국
1967년한국지멘스전기전자1조7000억 원독일
1976년한국베링거잉겔하임제약1045억 원독일
1977년한국쓰리엠제조 1조1156억 원미국
자료: 각 기업

○ 외환위기 때도 공격적인 투자

1967년 설립된 한국지멘스는 지난해 연 매출이 1조7000억 원에 이른다.

한국지멘스 측은 “한국에서 꾸준히 성장한 비결은 경제 성장의 트렌드에 맞춰 지속적인 R&D와 과감한 M&A를 추진한 덕분”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지멘스는 1960년대 발전 설비, 화학공장, 케이블 설치 등 산업 인프라스트럭처 사업에 착수해 발판을 다졌고 중화학공업의 전성기였던 1970, 80년대에는 철강 등 플랜트 사업부를 강화했으며 1990년대 말에는 정보기술(IT) 붐을 타고 통신사업부를 설립하는 등 주력 산업을 꾸준히 바꿔 왔다.

한국바스프는 1954년 한국 경제 및 산업 부흥 활동을 위한 각종 화학원료를 공급하기 위해 국내에 진출했다. 이후 박정희 정부가 중공업 우선 육성책을 본격적으로 밀어붙일 때 화학산업의 성장을 주도적으로 이끌었다.

유화, 폴리우레탄, 생화학제품, 화학 및 기능성 제품 등 4개 사업 부문을 운영할 정도로 몸집이 커졌다.

한국바스프는 위기를 기회로 포착한 점을 성공 비결로 꼽았다.

외환위기 당시 한국 사업 부문을 강화하며 공격적 M&A를 통해 효성바스프 및 한화바스프우레탄, 대상 라이신 사업, 동성화학 폴리올 사업부 등을 인수했다. 이어 2006년에는 바스프건설화학과 존슨폴리머를 인수하며 덩치를 키웠다.

한국바스프 관계자는 “한국에서 수십 년간 사업을 벌이면서 한국 시장에 대한 신뢰가 있었기 때문에 공격적인 투자를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 덕분에 한국바스프는 지난해 매출 2조460억 원, 순이익 1300억 원이라는 성과를 냈다.

○ 노조와의 탄탄한 신뢰

한국IBM은 1967년 당시 경제기획원 조사통계국 ‘IBM 1401’을 가동하면서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

한국IBM은 컴퓨터 제조회사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고 판단해 국내 대학 및 연구기관, 대기업, 벤처기업 등과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폭넓은 IT 솔루션을 지원했다.

이 과정에서 무한벤처투자조합, 중소기업 리엔지니어링센터 등과 벤처 및 중소기업 지원에 나서기도 했다.

한국베링거잉겔하임은 경영 정보 공유와 신뢰를 바탕으로 한 안정적인 노사 관례를 성공 비결로 꼽았다. 이 회사는 1976년 설립 이후 무분규를 지켜 왔다. 외환위기 상황에서도 직원을 줄이지 않았고, 이에 노조도 임금을 동결했다.

특히 올해 7월 충북 청주공장 자산 매각에 대한 계약을 하면서 사전에 노조와 정보를 공유했다.

○ “한국의 기업 환경 개선해야”

외국계 장수기업들은 한국에서 사업을 벌이면서 겪은 애로사항도 함께 지적했다.

IT 기업인 A 기업은 한국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국산을 장려하고 있다는 점에 당혹스러움을 느낀다고 호소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는 등 경제가 개방되고 있는 글로벌 추세와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제조업체인 B 기업은 “그동안 아시아 시장에서 수출 허브로서의 위치를 다져 왔지만 최근 환율 하락과 고유가, 고임금, 경직된 인력 구조 등으로 경쟁력을 잃고 있다”며 “기업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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