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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9월 18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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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아 게이트’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신정아 씨가 근무하던 성곡미술관을 후원한 김창록 산업은행 총재와 박세흠 대한주택공사 사장(당시 대우건설 사장)의 역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변양균 전 대통령정책실장의 고교 동기동창인 데다 다른 기업보다 지원 금액도 큰 편이어서 변 전 실장의 영향력 행사 여부와 관련해 주목받는 두 사람은 취재진의 면담 요청에 응하지 않거나 아예 귀가하지 않는 방법으로 외부와의 접촉을 피하고 있다.
박 사장은 대우건설 사장으로 있던 2004∼2006년 성곡미술관에 2억9000만 원을 지원한 경위에 대한 의혹이 불거지자 서울 은평구의 자택을 비워둔 채 외부에서 경기 성남시에 있는 주공 집무실로 출퇴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본보는 성곡미술관 지원 과정에서 변 전 실장의 요청이나 압력이 있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지난주부터 박 사장에게 면담과 통화를 요청했지만 박 사장은 응하지 않았다. 또 12일과 14일에는 자택 앞에서 밤늦게까지 기다렸지만 가족 중 아무도 귀가하지 않았고 집 전화도 외부 전화로 연결되도록 조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박 사장은 13일 서울 금천구청에서 열린 도심재개발 관련 행사에서도 15분 정도만 참석한 뒤 자리를 떴고, 14일 주택공사 파주사업단 방문에서도 임직원 회의 뒤 정문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피해 빠져나갔다.
그는 17일 오후 국회 건설교통위원회가 전체 회의가 열린 국회 회의장에서 본보 기자를 만났지만 “유구무언(有口無言)”이라며 일체의 답변을 회피한 채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주공 측은 “박 사장이 본인에 대한 최근 언론 보도에 대해 ‘소문만 갖고 쓴 것이다.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부인했다”고 전했다.
김 총재도 16일 늦게까지 귀가하지 않았고 17일 오전 본보가 면담 신청을 했지만 거부했다.
그는 이날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산업은행 본점 8층 집무실을 나와 점심식사를 하러 가던 중 그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본보 기자와 만나자 “내가 얼마나 깐깐한 사람인지는 동창들이 다 안다”며 “난 학연(學緣)으로 공적인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니다”라고 이번 사태와 무관함을 주장했다.
그는 ‘신 씨를 변 전 실장과 함께 만난 적이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없다”고 답했지만 ‘신 씨를 본 적이 없느냐’고 하자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은 채 답변을 회피했다.
본보 취재 결과 김 총재는 2006년 7월 열린 성곡미술관 기획전 ‘존 버닝햄-나의 그림책 이야기’에 산업은행이 2000만 원을 후원했을 때 신 씨와 만났다. 또 당시 산은의 실무 책임자가 후원 건과 관련해 신 씨를 몇 차례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신 씨가 성곡미술관에서 큐레이터로 일한 2003년 이후 대기업과 은행 등으로부터 후원받은 8억5000만 원 가운데 대우건설이 2억9000만 원, 산업은행은 7000만 원을 후원해 다른 기업에 비해 유독 지원 규모가 컸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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