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선호 업종별 No1]<10>삼성증권…내 손 안의 에이스

  • 입력 2007년 6월 2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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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증권은 국내 증권사 중 가장 먼저 고객에 대한 ‘종합자산관리 서비스’라는 차별화된 전략을 내세워 국내 자산관리시장 선점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뛰어난 인력과 네트워크를 보유한 삼성증권이 이제 선진 투자은행(IB)으로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 제공 삼성증권
삼성증권은 국내 증권사 중 가장 먼저 고객에 대한 ‘종합자산관리 서비스’라는 차별화된 전략을 내세워 국내 자산관리시장 선점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뛰어난 인력과 네트워크를 보유한 삼성증권이 이제 선진 투자은행(IB)으로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 제공 삼성증권
《“삼성증권과 경쟁사인 A, B증권사에 모두 합격한 입사 지원자의 최종 ‘선택’을 봐라. 거의 대부분은 삼성증권이다.”(A증권사 사장)

삼성증권을 국내 증권업종을 선도하는 1등 회사라고 딱히 말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증권은 대학생들이 입사하고 싶은 1위 증권사로 꼽힌다. 이직(移職)이 보편화된 증권업계에서도 “삼성증권 출신에겐 프리미엄이 있다”고 인정하는 분위기다. 삼성증권에 어떤 강점이 있기에 그럴까.》

■ ‘삼성의 날개’ 달고 날아오르다

든든한 브랜드 파워 바탕 외환위기 딛고 고속성장…

주식약정 실적 대신 종합자산관리 분야 승부 걸어

본보 취재팀은 삼성증권 임직원 40명과 다른 3개 증권사 직원 60명 등 모두 100명에게 ‘타 증권사와 비교한 삼성증권의 강점은 □다’라는 간단한 질문을 던졌다.

삼성증권 소속 18명(45%)은 ‘우수한 인력과 시스템’을, 타 증권사 43명(72%)은 ‘브랜드와 이미지’를 각각 첫손에 꼽았다.

삼성증권의 급성장에는 삼성의 ‘이름’이 큰 힘이 됐다.

1992년 국제증권을 인수해 출범한 삼성증권은 1997년 외환위기를 급성장의 기회로 활용했다.

투자자는 절대 망할 것 같지 않았던 은행 증권 등 금융회사들이 줄줄이 무너지는 것을 보면서 안정성을 선택의 최우선 순위로 삼았다.

삼성증권의 위상도 외환위기를 거치며 눈에 띄게 격상됐다. 주식약정금액 기준 시장점유율은 1997년 8위(3.6%)에서 2000년엔 1위(10.35%)로 뛰어올랐다.

삼성증권은 “안정성의 가치가 부각된 가운데 ‘삼성’ 브랜드 파워와 영업력으로 8년 만에 소형 증권사에서 업계 1위로 도약했다”고 인정했다.

다른 증권사에서 2년 근무하다 삼성증권에 신입사원으로 들어간 A 차장도 “삼성그룹의 일원으로 일하고 싶었다”고 했다.

“외환위기 직후엔 건실한 기업이 연 20∼30%의 금리를 주고 회사채를 발행해도 고객들은 불안해했다. 하지만 삼성그룹이 발행한 채권은 달리 대했다. ‘삼성’이라는 기업의 채권을 ‘삼성증권’이 팔면 더더욱 그랬다.”(A 차장)

삼성증권 정동원 영업부 차장은 “지점에서 일하다 보면 브랜드를 따지는 고객이 상당히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삼성’ 브랜드를 갖고 일을 하는 게 든든하다”고 말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삼성증권의 급성장에는 그룹 계열사가 삼성증권을 통해 자사주(自社株)를 매입하고, 임직원들이 자산을 예탁하는 등 직간접 지원도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삼성증권은 2001년 이러한 ‘입지’를 바탕으로 새로운 승부수를 던졌다. 국내 증권업계에선 처음 주식 약정이 아닌 종합자산관리로 승부를 거는 모험을 시도했다.

약정 수수료가 증권사 수익의 60∼80%를 차지하는 현실에서 약정 경쟁을 포기하는 모험에 나선 이유가 무엇일까.

“고객의 매매 횟수를 늘리는 데 치중하면 증권사는 수수료를 챙기지만, 고객은 손해를 본다. 고객의 신뢰를 잃으면 증권사는 생존하기 어렵다. 다양한 금융상품으로 고객자산을 운용해 수익이 나면 고객도 살고 증권사도 산다.”(배호원 삼성증권 사장)

이후 삼성증권은 지점을 자산관리를 위한 프라이빗뱅킹(PB)센터로 바꾸고 직원을 교육시키는 등 ‘수술’에 들어갔다. 2005년 4월엔 ‘모든 지점의 PB센터화, 모든 영업직원의 PB화’를 선언했다.

‘형식’만 달라진 것이 아니었다.

삼성증권 측은 “영업직 신입사원은 지점에서 2년간 각종 교육을 받은 뒤 영업할 수 있다”며 “영업직원의 주요 업무는 주식 약정이지만, PB는 고객자산의 분석과 관리”라고 강조했다.

2006년 1월 증권업계 처음으로 ‘펀드 판매 자격제’도 도입했다. 펀드를 투자위험 난이도 등에 따라 3등급으로 나누고 일정 기간의 교육과 단계별 시험을 통과한 PB에게만 펀드 판매의 자격을 줬다. PB가 잘 알지 못하는 상품을 고객에게 권하는 ‘불완전 판매’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다.

메리츠증권 박석현 연구위원은 “대부분의 증권사들은 증시 시황에 좌우되는 수익 기반을 바꿔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수익성 악화 우려 때문에 행동에 나서지 못 한다”며 “이에 반해 삼성은 치밀히 전략을 세우고 꾸준히 밀고 나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삼성증권 수익 중 약정 수수료 비중은 증권업계 최저 수준인 46%이고, 자산관리 부문은 최고 수준인 21%였다. 간접투자시장이 활성화되면서 자산관리 시장을 선점한 삼성증권의 수혜가 커질 것이란 분석도 있다.

삼성증권의 ‘고객과 증권사의 윈윈전략’은 ‘고객으로부터 신뢰받는 증권사’로서의 위상도 공고히 했다. 금융감독원이 2002년부터 고객의 민원 건수와 불만, 그리고 해당 금융회사의 처리 등으로 평가하는 ‘민원평가’에서 삼성증권은 총 10차례(연간 2회) 중 1위를 다섯 번 차지했다.

한국투자증권 이철호 연구원은 “삼성그룹의 보수적인 문화가 지배적인 삼성증권은 고객신뢰, 안정, 사회공헌 등을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삼성그룹의 후광은 떼어낼 수 없는 그림자라는 지적도 나온다.

삼성증권의 한 직원은 “삼성그룹이 2004년 2월 모든 계열사에 도입한 ‘6시그마’(생산의 각 단계를 세밀히 분석해 불량률을 떨어뜨리는 경영혁신 기법)는 사실 제조업체에 적합한 경영기법”이라며 “증권업에 필요 없는 각종 보고서 작성 등 비효율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고 했다.

전직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몇 해 전 연말 해외 현지법인의 직원을 포함해 해외영업을 담당하는 모든 직원이 본사에 모였다”며 “‘교육받고 보신각 타종을 함께 듣는’, 개인 능력을 중시하는 증권업과는 어울리지 않는 모임이었다”고 털어놓았다.

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애널리스트에 대한 오해와 진실

최고급 양복… 여유로운 삶?

“헝클어진 머리에 늘 잠 부족 실적 맞춰 고액 연봉 받지만 재테크엔 신경 쓸 시간도 없어”

고급 양복을 깔끔하게 차려입고 전망이 멋진 사무실에 앉아 각종 자료를 분석해 보고서를 쓴다.

‘증권사 애널리스트’ 하면 일반적으로 떠오르는 이미지다.

하지만 실제 애널리스트의 생활은 이와 상당히 거리가 있다.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들에게서 그들의 생활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익명으로 들어봤다.

입사 후 애널리스트에 대해 가장 먼저 ‘깬’ 환상은 순수 연구직이 아니라는 점이다.

“보고서 작성이 전체 업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분의 1 정도다. 종목을 분석하는 동시에 투자자 미팅, 기업 방문, 프레젠테이션 참석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고객을 설득하고 관리해야 한다.”(A 씨)

“결국 애널리스트도 주식을 파는 세일즈맨이기 때문에 고객과 커뮤니케이션하는 능력이 중요하다.”(B 씨)

주어진 업무만 열심히 해서는 뛰어난 애널리스트가 될 수 없다. 매일 달라지는 주가를 보고 끊임없이 고민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고 시장에 대한 생각을 자신만의 표현으로 설명해야 한다.

실력이 뛰어나면 높은 연봉을 받지만 정작 자신의 재테크에는 능하지 않다고 한다.

“업무량이 너무 많아 오히려 재테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주식 투자는커녕 펀드 계좌를 만들 시간도 없다”(C 씨)

또 예상보다 노동 강도가 훨씬 높다. 며칠씩 밤을 새우는 건 물론 주말 출근도 잦다.

“헝클어진 머리, 잠이 부족해 푸석해진 얼굴의 애널리스트가 적지 않습니다. 요즘처럼 경쟁이 치열할 때는 체력적인 조건도 애널리스트가 갖춰야 할 중요한 덕목입니다.”(D 씨)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이런 게 궁금해요

Q: 영업실적 달달 볶는다던데…

A: 개인별 평가시스템 잘 돼 있어 단기적 성과 스트레스 적어요

삼성증권 직급별 연봉
직급 연봉 직급별 평균 재직기간
임원 수억 원 -
부장 7200만∼1억4900만 원 -
차장 6200만∼1억2300만 원 5년
과장 5200만∼1억 원 5년
대리 4000만∼7500만 원 4년
주임 2900만∼5700만 원 4년
2006년 기준, 성과급 포함. 성과에 따라 매년 변동. 자료: 삼성증권

본보는 인터넷 취업 사이트 게시판의 글을 토대로 취업 준비생들이 삼성증권에 대해 궁금해하는 내용을 질문했다. 다음은 삼성증권의 답변이다.

Q. 삼성증권은 삼성그룹 관계사 중 삼성직무적성검사(SSAT) 커트라인이 가장 높다고 하던데….

A. 삼성그룹 계열사별 커트라인은 큰 차이가 없지만 삼성증권은 그중 다소 높은 수준이다.

Q. 경영학이나 경제학을 전공하지 않은 지원자는 입사 시 불리한가.

A. 특정 분야 전공자에게 가점을 주지는 않는다. 다만 금융시장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관심이 많은 지원자가 면접 전형에서 유리하다.

Q. 삼성증권은 명문대 출신이면서 학점, 토익, 자격증 등 다방면에서 유능한 지원자만 합격할 수 있다던데, 사실인가.

A. 지원자의 출신 학교는 상관이 없다. 토익, 학점은 요구하는 수준만 충족하면 된다. 토익 점수, 학점이 높다거나 금융 관련 자격증이 있다고 해서 가점을 주지는 않는다.

Q. 증권사는 지원자의 가정형편을 많이 본다는 말이 있다.

A. 채용전형의 어느 단계에서도 평가자가 지원자의 가정형편을 알 수 있는 자료를 제공하지 않는다. 삼성증권은 연봉제와 성과급제가 잘 돼 있어 성취욕이 높은 지원자에게 잘 맞는 직장이다.

Q. 삼성증권은 ‘증권사’라는 업종 고유의 특성과 ‘삼성’이라는 조직 문화가 결합돼 영업 실적에 대한 압박이 매우 심하다고 하던데….

A. 개인별 성과에 따른 평가와 성과급 체계가 정착돼 있어 영업성과에 대해 별도의 압박을 주지는 않는다. 자산관리형 증권사를 지향하기 때문에 단기적인 주식 약정 실적에 따른 스트레스는 오히려 적은 편이다.

Q. 증권사는 일반 기업에 비해 재직기간이 짧고, 이른바 ‘스타’로 뜨지 못하면 빨리 회사를 그만둬야 한다는 게 사실인가.

A. 과거 주식매매 위주의 영업을 할 때는 높은 수익을 내야 한다는 유혹에 빠져 단명하는 사례가 많았다. 하지만 삼성증권은 자산관리영업이 정착단계에 있어 자산관리자인 프라이빗뱅커(PB)가 안정적인 고객 기반을 확보하면 정년까지 일하는 것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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