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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4월 15일 12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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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여… 복지… 톱 클래스
안정적이지만 답답하기도
이런 질문을 던져 보자.
‘당신은 얼마나 자신의 업무에 몰입하고 있는가.’
놀랍게도 국민은행 직원들의 ‘성과 몰입도(Employee Engagement)’는 100점 만점에 80점으로 나타났다. 성과 몰입은 직원들이 회사의 경영 성과 향상을 위해 얼마나 지적, 정서적으로 몰입돼 있는지를 평가하는 지표다.
세계적인 인사관리 컨설팅회사인 휴잇이 지난해 9월부터 올해 2월까지 국민은행 삼성전자 포스코 등 10개 업체를 ‘한국 최고의 직장’으로 꼽은 조사에서 나온 결과였다.
이는 국민은행 직원 10명 중 8명이 주변에 ‘국민은행은 좋은 회사’라고 말하고, 다른 회사의 스카우트 제안이 들어와도 이를 뿌리치는 의지가 있다는 뜻이다.
국내 기업의 성과 몰입도 평균 점수는 40점대. ‘한국 최고의 직장’ 10곳의 평균 점수는 72점이었다.
도대체 무엇이 국민은행 직원들을 회사와 업무에 몰입하게 만드는 걸까.
박혜영 휴잇 상무는 “이 조사를 위해 국민은행 직원 500명을 인터뷰하면서 밖에서 보는 것보다 구성원들이 느끼는 ‘1등 은행’의 자부심이 훨씬 강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국민은행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본보 취재 결과 ‘1등 은행’으로서의 만족감을 ‘1등 처우’에서 찾는 직원이 많았다.
국민은행은 2005년 ‘직원만족부’란 부서를 신설했다. 당시 정규직 2000명이 조기 퇴직하면서 퇴직자 지원 등 직원 복지 프로그램의 필요성을 반영한 것이었다.
직원만족부는 장례 지원단을 둬 국민은행 직원과 가족의 장례 절차를 돕는 일도 한다.
국민은행 로고가 새겨진 부의록, 향, 양초, 장갑, 넥타이, 종이컵, 밥그릇 등 두 박스 분량의 장례물품을 지원하고 부장급 이상 조사에는 장례지도사도 파견한다.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되고,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된다’는 우리 조상의 가르침을 따르는 것이리라.
국민은행은 본인 사망 시 2000만 원, 배우자 사망 시 800만 원의 조의금을 지원하고, 본인 결혼 시 100만 원, 자녀 출산 시 80만 원 등의 축의금도 지원한다.
김동원 국민은행 부행장은 “국민은행은 여러 은행의 다양한 문화가 합쳐진 ‘용광로’ 조직이기 때문에 최대한 직원들의 일과 생활의 균형을 찾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시중은행 부행장은 “국민은행이 이렇게 빠르게 변할 줄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은행의 직원 퇴출제도인 ‘후선역 제도’를 변화의 한 요인으로 꼽았다.
실적이 안 좋은 지점장을 본부 한직에 배치한 뒤 급여를 삭감하는 이 제도로 지금까지 100여 명이 후선 배치됐다고 한다. 한직으로 밀린 뒤 2년이 지나면 원래 받던 급여의 20% 수준밖에 못 받는 ‘살벌한’ 제도다.
다른 은행들은 이 같은 성과제도를 도입하려고 해도 노조의 입김이 세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2005년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국민은행 오목교지점에서 터진 ‘오목교지점 횡령사건’은 국민은행에 ‘쓰지만 유용한 약’이 됐다.
국민은행은 당시 한 직원이 고객의 850억 원대 양도성예금증서(CD)를 횡령한 이 사건을 계기로 내부 통제시스템을 철저히 점검했다. 그리고 지난해 9월 국내 은행 중 처음으로 영업점 업무분리제도를 도입했다.
주택은행장 출신으로 통합 국민은행의 초대 행장을 지낸 김정태 씨가 성과주의로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었다면 강정원 현 행장은 조직의 글로벌 규범 확립에 공을 들이고 있다.
그는 2005년부터 국제적 최고관행(IBP)이란 이름의 임직원 의식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행장부터 청원경찰에 이르기까지 전체 직원의 96.4%인 2만3424명이 이 프로그램에 참여해 국민은행의 현실과 비전을 공유했다.
본보 취재팀이 국민은행 임직원 6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임원급의 10%만 ‘이직을 고려해 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에 비해 부장급 이상 이직 고려 비율은 30%, 평사원은 42.5%로 올라갔다.
하지만 이직을 고려한 직원 중 직접 행동으로 옮기는 직원은 계속 줄고 있다.
최근 신입사원 중 입사 1년 이내 퇴직자 비율은 2005년 7월 입사자는 4.58%였으나 △2006년 1월 입사자는 3.57% △2006년 7월 입사자는 2.94%로 점점 떨어지는 추세다.
다른 시중은행의 한 부행장은 “국민은행은 여유가 있어서인지 다른 은행처럼 치열하게 영업하지 않는 측면이 있다”면서 “안정적이고 편하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에 취업준비생에게 인기가 있는 것 같다”고 풀이했다.
지난해 7월 입사한 한 신입사원은 “국민은행에 들어와 보니 생각한 것보다 일이 훨씬 많다”며 “다만 힘들거나 실수해 주눅이 들어 있을 때면 선배들이 돌아가며 ‘괜찮다’고 위로해 줘서 좋다”고 말했다.
국민은행에서 10년가량 근무하다 2005년 외국계 기업으로 이직한 김모 씨는 “업무체계가 분명한 국민은행은 개인 역량이 다소 떨어져도 시스템의 힘으로 우직하게 움직이는 스타일”이라고 평했다.
하지만 일부 신세대 직원은 ‘큰 조직의 답답함’을 호소하기도 한다.
입사 4년차인 한 직원은 “조직이 크기 때문에 내가 얼마나 역량을 발휘할 여지가 있는지 의구심이 들 때도 있다”고 털어놨다.
‘1등’ 국민은행을 바라보는 다른 은행의 시선은 어떨까.
신한은행의 한 임원은 “주택은행을 인수하면서 자연스럽게 주택청약 고객을 끌어들인 국민은행이 부럽다”며 “국민은행이 외환은행 인수에 성공하면 취약한 기업부문에 날개를 달아 주는 격이 될 것”이라고 했다.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 국민은행 직급별 평균 연봉과 승진 연령 | |||
| 직급 | 평균 연봉 | 해당직급 승진 연령 | |
| 평균 | 최소 | ||
| 임원 | 수억 원 | 54세 | 47세 |
| 지점장 | 1억700만 원 | 47세 | 43세 |
| 차장 | 8600만 원 | 42세 | 38세 |
| 과장 | 6700만 원 | 35세 | 32세 |
| 대리 | 5700만 원 | 30세 | 28세 |
| 계장 | 4000만 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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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표 수익 달성 시 지급되는 보로금(보상금과 위로금) 제외(2006년 300%.) 자료: 국민은행 | |||
■ 금융정책 주도하는 국민은행
정부 모범생? 리딩뱅크 사명?
국민은행은 올해 1월 5000만 원 이상 주택담보대출에 대해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전국 주택에 적용키로 했다.
금융감독원이 DTI 관련 규제대책을 공식적으로 내놓은 건 이보다 1개월 뒤였다.
이에 앞서 작년 말 국민은행은 부동산시장 안정대책이 나오기 전에 주택대출 가산금리를 올려 대출 관리에 나서기도 했다.
국민은행이 정부 의중을 읽고 위험관리를 선제적으로 한 것일까.
금융감독당국은 이에 대해 “리딩뱅크로서 다른 은행을 이끄는 역할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했다.
강정원 국민은행장도 “지난해 다른 은행이 주택대출을 과도하게 늘릴 때도 국민은행은 리딩뱅크의 사명을 생각해 자제했다”고 전했다.
이렇듯 총자산 1위인 국민은행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해 자율적으로 대출 리스크를 관리하는 방향으로 대출정책을 펼쳤고, 그게 우연찮게 당국의 방침과 일치한 것일 수 있다.
반면 금융당국이 개인금융 비중이 가장 큰 국민은행에 대출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협조를 요청하고, 국민은행이 동의하면서 대출 관련 정책이 국민은행을 통해 나오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시중은행의 한 여신 담당자는 작년 말 금감원을 다녀온 뒤 “당국이 은행 담당자를 차례로 불러 대출 축소를 요청하고 있는데, 국민은행과는 이미 협의를 마친 것 같았다”며 “곧 중요한 방침이 나올 것 같다”고 했다. 이 귀띔대로 다음 날 국민은행은 가산금리 인상 방침을 내놨다.
전임 김정태 행장이 감독당국의 중징계로 물러난 뒤 국민은행이 정부 방침을 많이 고려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국민은행 측은 “각종 정책을 선도적으로 내놓는 것은 금감원의 기대에 맞추려는 게 아니라 (주택시장 안정 등) 사회적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 영업시간 단축 어떻게 생각하세요?
부장 이상 75% “반대”
최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추진해 논란이 되고 있는 은행 영업시간 단축 방안과 관련해 국민은행의 차장 이하 직원들은 찬반 의견이 비슷하게 나뉜 반면 부장 이상 직원들은 대체로 반대한다는 견해를 보였다.
국민은행 임직원 6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차장 이하 직원은 10명 중 4명꼴로 영업시간 단축에 찬성했고, 반대한 사람도 비슷한 비율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달리 부장 이상 관리자급 직원 가운데 75%는 영업시간 단축에 반대했고 10%만이 찬성 의견을 보였다.
영업시간 단축에 찬성한 직원들은 “인터넷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은행을 이용할 수 있는 데다 영업점을 직접 찾는 고객이 점점 줄고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반대한 직원들은 “창구 이용 고객들의 불편이 예상되고 국민적 공감을 얻기 힘들다”고 봤다.
연봉과 관련해 차장 이하 직원들의 37.5%는 ‘적다’고 답한 반면 부장과 임원들은 대체로 지금의 연봉 수준에 만족하고 있었다.
한편 응답자들은 국민은행의 장점으로 점포가 많고 고객 기반이 탄탄하다는 점을 꼽았다. 단점으론 덩치가 너무 커 변화에 잘 대처하지 못하고 소액예금 고객이 너무 많아 수익률이 낮다는 점을 들었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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