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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4월 3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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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동맹의 한 계단 높은 ‘화학적 결합’이 기대된다.”
마침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타결됐다는 소식에 미국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들이 보인 반응이다. 군사동맹을 중심으로 한 20세기의 동맹관계가 ‘이완기’ 또는 ‘조정기’를 맞은 위기 시점에 양국이 동맹관계를 21세기형으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대형 호재를 창출했다는 것이다.
외교 안보적 차원을 배제한 순수한 경제적 관점에서도 일단은 “미국의 대(對)한국 수출 규모가 총 290억 달러 이상 늘어날 것”이라는 미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전망을 거론하며 환영하는 반응이 더 많다.
하지만 의회, 특히 민주당 내에선 환영하는 목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았다. 민주당과 자동차 쇠고기 등 한미 FTA에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관철하기 위해 목소리를 높여온 업계는 금명간 공식 반응을 내놓을 예정인데 비판적인 톤이 될 가능성이 크다.
워싱턴의 한 정통한 경제소식통은 “한미 FTA 협상은 사실 한국 측에서 먼저 제안해 시작됐다”고 전했다. 2005년 한미 양측이 세 차례 만나 브레인스토밍 형식의 모임을 갖고 텍스트를 먼저 교환한 뒤 협상 추진을 공식화했다는 것.
미국에 한국 시장은 유럽연합(EU) 및 일본보다 훨씬 작지만 EU나 일본과는 FTA를 맺기가 어렵다. 미국 무역정책의 골간은 다자주의인데 만약 EU나 일본과 쌍무협정인 FTA를 맺으면 다자주의의 틀이 흔들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미 FTA보다 더 큰 규모의 FTA는 앞으로 당분간 나오기 어려울 것이란 점에서 미 행정부는 한미 FTA에 전력을 기울여 왔다.
○…현재로선 미 의회 통과 전망은 그렇게 어둡지는 않다는 게 워싱턴 경제소식통들의 조심스러운 분석이다.
물론 객관적 여건은 좋지 않다. 의회를 장악한 민주당은 전통적으로 자유무역에 반대하는 노조의 지지를 바탕으로 하는 보호무역 성향이다. 특히 지난해 11월 중간선거에서 처음 당선된 민주당 초선 의원 40여 명 가운데 절반가량이 자유무역 반대론자다.
하지만 주목해야 할 점은 FTA 관련 상임위에 소속된 민주당 의원들 가운데는 상대적으로 자유무역을 지지하는 ‘뉴 데모크라츠(New Democrats)’가 많다는 점이다. 앨런 타우셔(캘리포니아 주), 존 태너(테네시 주) 의원 등을 중심으로 뉴 데모크라츠 연맹이 구성돼 있는데 하원의 FTA 주무 상임위원회인 세입위에 추가 배정된 민주당 9명 가운데 6명가량이 뉴 데모크라츠다.
상원 재무위도 국제주의 성향을 보이며, 특히 공화당 의원은 압도적으로 친자유무역 성향이다.
사실 민주당의 무역정책에 대한 관심은 다자간 협상인 도하라운드 협상 부활에 집중돼 있다. 따라서 한미 FTA에 대해서는 자동차 농업에 직접 관련된 의원과 소수의 강경 보호무역주의자를 제외하고는 당 지도부 및 무역정책 전문위원들의 의견을 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쇠고기 자동차 문제에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의원들은 앞으로 비준 과정에서 상당히 애를 먹일 것으로 예상된다.
FTA 비준은 상원에선 ‘재무위→본회의’, 하원에선 ‘무역소위→세입위→본회의’를 거치는데 특히 상원에선 쇠고기 협상 결과, 하원에선 자동차 협상 결과에 대한 불만이 각각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 미국 산업에서 축산업의 비중은 크지 않지만 상원에서의 비중은 매우 크다. 미국의 축산업은 땅이 넓은 서북부, 중부에 몰려 있다. 상원은 인구와 상관없이 한 주당 2명씩을 뽑는데 20여 개 주의 의원이 축산업의 이해관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미국에 한국은 멕시코 일본에 이어 3번째로 큰 쇠고기 시장이다.
미 의회에선 ‘한국의 쌀’에 해당할 만큼 민감한 문제로 여겨 온 자동차에서 미국의 요구사항은 상당 부분 반영됐다. 하지만 “한국은 연간 미국에 70만 대를 파는데 미국은 한국에 4000대밖에 못 판다”라며 불만을 터뜨려 온 미 자동차 업계의 불만이 수그러들 가능성은 많지 않다. 특히 하원에서 한미 FTA 타결 내용을 가장 먼저 심의하게 될 무역소위 위원장인 샌더 레빈 의원은 미 자동차 산업의 메카인 미시간 주 출신으로 동생인 칼 레빈 상원 군사위원장과 함께 자동차 업계와 노조의 대변자로 불린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을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도 이번 최종 타결 내용에 대해 비판적인 태도를 취할 가능성이 크다.
미 대통령이 의회에 비준동의안을 제출해야 하는 시한은 없다. 타결 후 1년이 지난 뒤 비준안을 제출한 경우도 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찰스 랭걸 하원 세입위원장이 주도하고 있는 새 무역정책안의 민주-공화당 간 협상 추이, 한국 국회의 처리 상황을 보아 가며 제출 시기를 저울질할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은 새 무역정책안에 대해 미 의회 내에서 합의가 이뤄질 경우 민주당도 밀고 당기는 협상 끝에 대승적 차원에서 한미 FTA를 비준해 줄 것으로 미 의회 소식통들은 내다본다.
○…그동안 한국의 민주노총 등과 연대해 FTA 반대 투쟁을 벌여온 미국 최대 노동조합 상급단체인 미국노동총동맹-산업별회의(AFL-CIO)도 FTA 의회 비준 반대를 요구하고 나설 채비를 갖추고 있다.
AFL-CIO는 한미 FTA로 인해 미국이 취약해질 부문으로 자동차 강철 섬유 소비자가전을 꼽고 있다. 존 스위니 의장은 지난해 본보와의 회견에서 “한국은 강력한 산업경쟁자이자 공격적이고 경쟁력 있는 산업선진국”이라며 “그게 우리가 한미 FTA를 걱정하는 한 이유”라고 말한 바 있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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