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7년 2월 27일 03시 10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제품에 대한 언급 없이 티저 광고(궁금증을 유발한 뒤 점차 본모습을 드러내는 광고)로 시작한 팬택의 휴대전화 스카이 ‘MUST HAVE’ 광고.
시청자들의 귀에 익숙했던 현대카드 CM송 ‘아버지는 말하셨지, 인생을 즐겨라∼’. 흥얼거리는 사람이 늘어나더니 패러디송이 만들어지고 월드컵 응원가로도 재탄생했다.
다국적 광고회사인 TBWA코리아가 만든 광고들이다.
이제 광고업계뿐만 아니라 고객들도 TBWA코리아가 만든 광고라면 새롭고 특별한 광고를 떠올리게 됐다.
내놓는 광고마다 히트를 치며 TBWA코리아는 1999년 설립 6년 만인 2005년 취급액 기준으로 제일기획, LG애드에 이어 광고업계 3위로 올라섰다. 1, 2위 업체가 대기업에 속한 광고회사이니 순수 독립대행사로는 TBWA코리아가 1위인 셈이다.
강철중(49·사진) TBWA코리아 사장은 “광고는 무(無)에서 유(有)를 만들어 내는 발명이 아니라 발견”이라며 “남보다 앞서 시대 흐름을 발견해야 최대공약수의 소비자들을 설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관객이 300만∼400만 명이 넘는 영화는 자신의 취향과 상관없이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광고회사의 자존심이라고 할 만한 창조성에서 높은 평가를 얻고 있는 TBWA코리아의 경영철학은 ‘체인지 더 룰스(Change the rules·규칙을 바꿔라)’다. 이에 대해 강 사장은 “관습과 단절해야 창조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2002년 월드컵 당시 SK텔레콤이 공식 후원업체가 아니었지만 경기장 안이 아닌 ‘경기장 밖 관중’이라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비 더 레즈(Be the Reds)’ 캠페인이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고 밝혔다.
강 사장은 제일기획 광고기획자(AE) 출신으로 2004년부터 TBWA코리아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광고 수주를 위한 프레젠테이션에 직접 참여하는 강 사장은 “아직도 전장(戰場)에 나가는 스트레스가 즐겁다”고 말했다.
제일기획 도쿄(東京)사무소장으로 일본에 4년간 체류했던 강 사장은 “집단주의가 강한 일본인들이 진흙이라면, 개개인의 특성이 강한 한국인은 거친 모래알에 비유할 수 있다”며 한일 간 문화 차이에 대해 독특한 해석을 내놓았다.
그는 “제조업 중심의 20세기에는 일본인들의 진흙 근성이 돋보였다면, 콘텐츠 시대인 21세기에는 한국인의 모래알 근성이 세계에서 주목을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