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부업 시장 일본계가 장악

  • 입력 2007년 2월 6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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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리 ‘실탄’으로 무장한 일본계 대부업체들이 국내 대부업시장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이들은 토종 대부업체에 비해 업체당 평균 대출규모가 3배가량 많을 뿐 아니라 수익성이나 위험관리 능력도 높아 사실상 국내 대부업시장을 장악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5일 ‘대부업시장의 현황과 과제’라는 보고서에서 자산 규모 70억 원 이상으로 외부 감사 대상인 국내외 대형 대부업체 17곳(토종 3개, 일본계 14곳)의 2005년 경영실태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

이 보고서는 대부업체들이 금융감독원 공시시스템에 공개한 2005년 실적 보고서를 기초로 만들어졌다. 업체별 2006년 실적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 대출규모 증가율 일본계가 갑절

재일교포계 대부업체인 ‘아프로그룹’이 2005년 말 현재 대출 잔액이 6089억 원으로 업계 1위를 차지했다. 2위도 일본계인 ‘산와’로 대출 잔액이 2464억 원이었다.

업체당 평균 대출 잔액은 토종 대부업체가 202억 원으로 일본계(평균 688억 원)의 3분의 1 수준에도 못 미쳤다.

성장성을 나타내는 대출규모 증가율(전년 대비 기준)도 일본계가 토종보다 월등히 높았다. 토종이 17.6%인 데 비해 일본계는 갑절 수준인 30.8%로 일본계 대부업체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이 보고서를 쓴 정길영 한은 은행연구팀 차장은 “대부업체들은 대부분 영업자금을 외부 차입을 통해 조달하는 만큼 조달비용이 적게 드는 일본계 대부업체들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 일본계가 위험관리 능력도 높아

수익성을 나타내는 이자수익비율(이자수익을 대출 잔액으로 나눈 것)도 토종(23.9%)보다 일본계(33.3%)가 높았다. 토종보다 일본계가 ‘대출 장사’를 잘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위험관리 능력을 보여 주는 대손상각(貸損償却)비율은 토종이 7.7%로 일본계(3.8%)보다 갑절 이상 높았다. 대손상각비율은 빌려준 돈 가운데 회수할 가능성이 낮아 손실로 처리한 돈의 비중이 얼마나 되는지를 보여 준다. 이 비율이 높으면 대출금 가운데 못 받을 돈이 많다는 의미로 위험관리 능력이 낮다고 할 수 있다.

일본계가 토종보다 대손상각비율이 낮다는 것은 그만큼 대출 심사나 사후 관리를 잘 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 흑자로 돌아선 국내 대부업계

국내 대부업계 전체로도 경영상태가 많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 17개 업체들은 2004년에 489억 원의 적자를 냈지만 2005년에는 1308억 원의 흑자로 돌아섰다.

대출심사 강화로 대손상각비율도 19.6%에서 4.0%로 떨어져 돈을 떼이는 사례가 확연히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로 대부업계의 대출승인 비율은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60%대였지만 지금은 30%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이 때문에 대출 잔액에서 차지하는 이자수입은 다소 줄었지만 부실 대출이 감소하면서 수익성은 되레 좋아졌다고 한은은 분석했다.

송진흡 기자 jinh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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