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정기 임원인사]이재용 씨 4년 만에 전무 승진

  • 입력 2007년 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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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가 전무로 승진했다.

또 삼성전자 IR팀장인 주우식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격되는 등 삼성그룹 전체로 사상 최대 규모인 472명의 임원이 승진했다.

삼성그룹은 16일 사장단 인사를 발표한데 이어 17일 이와 같은 내용의 부사장급 이하 정기 임원인사를 발표했다.

▶본보 17일자 A2·B1면 참조

▶ 삼성전자 기술총괄 부회장 이기태씨

▶ 삼성그룹 사장단 인사…“삼성은 ‘안정 속 변화’를 택했다”

직급별 승진자는 △부사장 30명 △전무 54명 △상무 182명 △상무보 206명 등 472명이다. 이는 2005년 455명, 2006년 452명을 넘어서는 사상 최대 규모다.

이재용 상무는 그동안 부사장으로 두 단계 승진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있었지만 한 단계 승진에 그쳤다.

이에 대해 삼성그룹 관계자는 “가급적 파격적으로 하지 않는 그룹의 인사 스타일이 반영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사에서는 신기술 개발의 기반을 마련하는 차원에서 연구개발 등 기술 부문에서 사상 최대인 206명(전체 승진자의 44%)이 승진했다.

부사장 인사에서도 승진자 30명 가운데 12명이 기술직, 8명이 영업직 출신으로 현장경험이 풍부한 분야별 전문가들이 대거 발탁됐다.

또 임원 승진자 가운데 박사 66명, 석사 119명 등 185명의 고학력자가 포함돼 있어 지식경영 시대를 선도할 수 있도록 했다.

이로써 삼성 임원은 △박사 224명(14%) △석사 386명(24%) △학사 이하 1015명(62%)의 학력별 분포를 갖추게 됐다.

임원 승진자 가운데는 지방대학 출신이 152명(32%), 외국 대학 출신 70명(15%)이었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 노태문(38) 수석, 삼성카드 이재용(39) 부장, 삼성전자 강윤제(38) 부장 등 30대 임원 승진자도 3명이나 나왔다. 노태문 수석보다 생일이 빠른 강윤제 부장은 삼성그룹의 최연소 임원 승진 기록을 세웠다.

또한 제일기획의 최인아 상무는 삼성그룹의 첫 여성 전무로 승진했으며 삼성카드 이인재 부장도 상무보로 승진해 매년 여성 임원 승진자를 배출해온 삼성의 인사 전통이 이어졌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5년 연속 10조 원 이상의 순이익을 내는 등 계열사들이 어려운 여건에서도 뛰어난 경영실적을 올린 점을 감안해 많은 인원을 승진시켰다”면서 “‘성과 있는 곳에 보상 있다’는 삼성의 원칙은 이번 인사에서도 예외 없이 적용됐다”고 말했다.

신치영 기자 higgledy@donga.com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 이재용 전무 승진 의미

경영권 승계 ‘신호탄’… 보직 관심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외아들 이재용(사진) 삼성전자 상무가 17일 임원 인사에서 전무로 승진했다. 이 신임 전무의 승진은 2003년 상무가 된 지 4년 만이다.

그는 1991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후 2001년 경영기획실 상무보, 2003년 상무로 승진했다. 2005년부터 전무 승진설이 돌았으며 지난해에는 본인의 고사(固辭)로 승진이 유보됐다. 이 때문에 그룹 안팎에서는 이번 승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삼성그룹 안팎에서는 이번 인사를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의 ‘신호탄’으로 해석하고 있다. 삼성전자 전무는 사업부 휘하의 팀장을 맡아 실제 경영에 참여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이 전무는 그동안 ‘경영 수업’을 받는다는 차원에서 일선에서 떨어진 경영 지원과 기획 업무를 주로 맡아 왔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사업부 팀장을 맡는다는 것은 한 부서의 운영과 실적을 책임지는 경영인의 자리에 올라선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에는 5개 사업총괄 아래에 총 11개의 사업부가 있으며 각 사업부 아래에는 영업과 마케팅, 서비스 등 7, 8개의 팀이 있다.

한편 인사 발표 이후 삼성그룹 안팎에서는 이 전무가 어떤 보직을 맡을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룹 내부에서는 이 전무가 최근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통신이나 TV 사업 쪽으로 자리를 옮길 것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그러나 다른 사업부나 계열사로 옮길 가능성도 있다.

삼성전자의 또 다른 관계자는 “승진 임원의 보직 발표는 이르면 이번 주말에 나올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권모 기자 mikemoon@donga.com

▼화제의 인물 누가 있나▼

“스스로 ‘샘플’이 되고자 노력”

이번 인사로 삼성그룹 사상 첫 여성 전무가 된 제일기획 최인아(46·사진) 전무는 국내외에서 공인하는 ‘국가대표급’ 카피라이터.

최 전무는 서문여고와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뒤 1984년 제일기획에 입사했다. ‘그녀는 프로다. 프로는 아름답다(베스띠벨리)’, ‘알아요? 여왕은 부드러운 커피만 드시는 거?(동서식품 맥심)’, ‘고객이 OK할 때까지 OK! SK(SK㈜)’ 등 유명 카피가 그의 손에서 탄생했다.

지난해 11월부터 광고 제작을 총괄하는 제작본부장을 맡고 있는 최 전무는 ‘실무를 계속 맡고 싶다’는 본인 의지에 따라 승진 후에도 현직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 전무는 이날 인사 발표 직후 “여성으로서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혼자 가야 했던 점이 가장 어려웠다”며 “나 자신이 하나의 ‘샘플’이 돼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내가 주저앉으면 따라오는 후배들도 주저앉게 된다’는 마음가짐을 유지했다”고 말했다.

이어 “승진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며 “더 열심히 일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강윤제 상무보 ‘보르도 TV’ 고안… 최연소 임원
주우식 부사장 재경부 공무원 출신 ‘IR 베테랑’

이번 인사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한 주우식(48) 삼성전자 IR팀장은 경제관료 출신이다.

1999년 4월 재경부 경제정책국 지역경제과장에서 삼성전자 자금담당이사로 옮겨 화제를 모았다. 이후 2000년 1월 상무로 승진한 뒤 2001년 1월 IR팀장으로 옮겨 국내외 투자자를 대상으로 삼성의 가치를 알리는 IR 업무를 진두지휘해 왔다.

이번에 사장으로 승진한 이순동 전략기획실장 보좌역이 맡았던 그룹 전략기획실 기획홍보팀장은 장충기(부사장·53) 기획팀장이 이어받았다. 하지만 장 부사장은 예전과 마찬가지로 기획업무를 주로 맡고 이 사장이 담당하던 그룹 홍보업무 총괄업무는 전략기획실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윤순봉(51) 전 삼성경제연구소 부사장이 맡는다.

윤 부사장은 삼성그룹의 핵심 브레인 가운데 한 사람으로 꼽힌다. 다만 과거 홍보업무를 맡은 경험이 없고 언론관련 인적 네트워크도 제한적이어서 ‘삼성의 입’으로서의 역량은 아직 미지수다.

삼성전자 강윤제(38) 부장은 상무보로 승진해 삼성그룹의 최연소 임원승진 기록을 세웠다.

강 상무보는 삼성전자의 간판 액정표시장치(LCD) TV인 ‘보르도’ TV의 디자인을 고안해 전 세계 TV시장 1위 달성에 기여한 점을 인정받아 올해 ‘자랑스러운 삼성인상’ 시상식에서 ‘디자인상’을 수상했다.

한편 그룹 전략기획실의 전략지원팀(옛 재무팀)에서 이상훈(52), 김상홍(52) 전무가 나란히 부사장으로 승진해 눈길을 끌었다. 두 신임 부사장은 원 소속사로 복귀하거나 전략기획실 내 다른 보직을 맡을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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