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한채 달랑… 왜 투기꾼 취급하나”

  • 입력 2006년 11월 29일 02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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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이 종합부동산세 신고 안내문을 일제히 발송한 27일 저녁 서울 강남구 대치동 D아파트 주민회의실.

이 아파트의 부녀회는 종부세 이의신청 및 위헌소송 대행 서비스를 하는 세무법인 코리아베스트를 초청해 ‘종부세 설명회’를 열었다. 주민들은 상당히 격앙된 모습이었다.

이날 설명회에 참석한 67명 가운데 15명가량은 60, 70대 은퇴자들이었다.

○ 강남 사람들의 정부 성토

손자까지 일곱 식구가 60평형에 살고 있다는 A(67) 씨는 “집을 팔고 작은 평수로 옮기고 싶어도 양도(소득)세 때문에 이사 갈 수도 없다”며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어 답답하기만 한데 내년에 종부세가 더 나온다니 기가 찰 노릇”이라고 한탄했다. 그는 “회사 다니는 아들이 연말 보너스를 받아 보태도 세금을 다 낼 수 없다”고 말했다.

현 정권의 ‘강남 때리기’에 대한 불만도 높았다.

한 주부(46)는 “평생 맞벌이로 일하다 노후자금 털어 겨우 집을 마련했는데 정부는 우릴 투기꾼으로 몰아붙이고 있다”면서 “심지어 얼마 전 여행지에서 만난 한 중년남자는 우리에게 사는 곳을 묻더니 ‘대치동 아줌마’, ‘대치동 아저씨’라고 부르기도 했다”고 허탈해 했다.

B(70) 씨는 “현 정부 들어 오른 집값을 왜 우리에게 책임을 지우느냐”면서 “종부세는 강남 사람을 잡기 위한 ‘정치법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27일과 28일 청와대와 국세청 홈페이지에는 “자기만 잘 살면 된다는 생각을 가진 이기적인 사람들은 국가와 사회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는 등 강남 주민들을 비판하는 누리꾼들의 글도 많이 올라왔다.

○ 종부세 효과 논란

‘매물을 유도해 집값을 안정시킨다’는 종부세 본래의 정책 효과에 대한 의문도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내년 종부세 납부 대상자 확정기준일인 6월 1일 직전에 세금 부담을 못 견딘 매물이 쏟아져 나오면서 집값이 안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박재룡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일단 국세청의 안내문을 받아보고 뒤늦게 매도에 나서는 사람들이 생길 수 있다”며 “세금의 체감(體感) 효과는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많은 부동산 전문가들은 다른 의견을 내놓고 있다. 부동산 컨설팅업체인 유엔알컨설팅 박상언 대표는 “벌써부터 종부세 부담을 월세로 떠넘기려는 고객들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런 식으로 월세나 전세금이 오르면 다시 중소형 아파트 매물이 소진돼 집값이 급등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부동산114 김희선 전무도 “비강남권에서는 매물이 나올 가능성이 있지만 투자 수익성이 있는 강남권에서는 매물이 나오지 않고 오히려 종부세가 세입자들에게 전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정부가 양도세를 낮추거나 연금소득자 및 1가구 1주택 소유자에 대한 세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현석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보유세나 양도세 둘 중 하나는 풀어 주택 보유자들이 최소한 매물을 내놓을 수 있도록 해 줘야 한다”며 “올 하반기(7∼12월) 전세대란도 주택 매물 부족이 원인이라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건설산업연구원 박용석 부연구위원은 “연금소득자 등 선의의 피해자를 줄이기 위한 정책적인 배려를 추가로 마련한다면 첨예한 계층 갈등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배극인 기자 bae2150@donga.com

종합부동산세 관련 찬반 논란 주요 쟁점
반대론쟁점찬성론
일부 지역 주민을 투기꾼으로 몰고 있고 부동산 보유를 징벌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정당성부동산 보유자가 국가와 사회로부터 받은 혜택(도로망, 방범시설, 교육환경 등)에 상응해 납부하는 부담이다.
재산세를 내고 있는데 종부세를 부과하는 것은 명백한 이중과세로 위헌.재산세와이중과세공시가격 6억 원 초과분에 대해 낸 재산세만큼 종부세에서 감면해 주고 있으므로 이중과세가 아니다.
종부세는 혼인을 통해 구성된 가족을 차별하고 있어 위헌. 금융소득에 대한 부부합산 과세도 위헌결정이 났다.가구별 합산과세가족 중심의 재산 소유 현실을 고려하면 현실에 부합하는 제도. 선진국에도 유사한 사례가 많다.
종부세는 매년 세금 부담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세금폭탄이다.세금폭탄보유세(종부세+재산세) 부담 상한이 전년 대비 300%. 또 집값이 떨어지면 부담이 늘지 않는다.
세금 부담이 집값과 전·월세에 전가돼 집값이 올라가고 서민 고통만 가중된다.정책 효과내년 종부세 과세기준일이 되는 6월 1일을 앞두고는 정책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 매물이 늘고 집값이 떨어질 것이다.
종부세를 감당 못해 집을 팔려는 사람에게 퇴로를 열어 주기 위해서라도 양도세를 인하해야 한다. 지금은 집 팔아 세금을 내고 나면 집 규모를 줄여야 한다.양도세 인하양도소득세를 내는 고가주택은 전체의 2∼3%에 불과하며 세 부담도 양도차익의 10% 내외로 높지 않다. 양도세를 낮추면 근로소득이나 사업소득보다 세금 부담이 낮아져 형평성이 훼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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