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강파워 삼성의 실패…12년만에 ‘굿바이 유통’

  • 입력 2006년 11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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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플라자 분당점이 애경그룹에 넘어가게 됐다.

삼성물산은 6일 경기 성남시 분당신도시에 위치한 삼성플라자 분당점과 인터넷 쇼핑몰 ‘삼성몰’, 삼성플라자가 입주한 20층 건물에 대한 매각 우선 협상대상자로 애경그룹의 ARD홀딩스㈜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ARD홀딩스는 애경그룹에서 새 사업을 발굴하거나 인수합병(M&A)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다.

인수전(戰)에 참여했던 현대백화점은 예비 협상대상자로 선정됐으나 인수 포기 의사를 밝혔다. 역시 인수전에 뛰어들었던 삼성테스코 홈플러스는 구체적인 생각을 밝히지 않았다.

이에 따라 애경은 이번 주 중 삼성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뒤 다음 달 중순까지 실사를 거쳐 이르면 올해 말 이전에 본계약을 할 계획이다.

인수 금액은 실사를 마친 후 최종 결정되겠지만 현재로선 약 5000억 원대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

○ 유통부문에 날개 단 애경그룹

애경은 1993년 9월 애경백화점 서울 구로점을 개장하며 유통시장에 진출했다. 하지만 10년 만인 2003년에야 경기 수원점을 추가로 여는 데 그칠 정도로 투자에 소극적인 편이었다.

지난해 매출도 면세점 부문을 다 합쳐서 6000억 원 수준에 그쳤다.

롯데-현대-신세계 등 이른바 백화점 업계 ‘빅 3’와 비교해 경쟁력이 크게 떨어진다는 게 유통업계의 평가였다.

하지만 5월 경기 평택점(2009년 개장 예정)을 착공했고, 수도권 서남부의 핵심 상권 중 하나인 삼성플라자 분당점을 인수하기로 함에 따라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애경그룹은 “앞으로 5년 안에 점포를 7개로 늘리고 백화점 업계 ‘빅 4’에 오를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또 그룹 측은 “이번 인수로 유통부문 매출 1조 원을 넘어서게 된다”면서 “지속적인 성장 동력과 함께 백화점 부문의 경쟁력도 갖추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애경이 넘어야 할 산은 적지 않다.

삼성플라자 직원 100% 고용승계와 급여 및 복리의 현행 수준 보장을 약속한 것은 큰 부담이다. 업계에서는 애경그룹 유통부문 직원보다 삼성플라자 직원의 급여가 10% 정도 더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급여 체계를 어떤 식으로 조정하든 간에 애경 또는 삼성플라자 직원들의 반발이 불가피하다.

더욱이 롯데-현대-신세계 등 ‘빅 3’의 견제를 뛰어넘는 것도 과제다.

○ “삼성그룹 구조조정 차원서 정리한 것”

삼성물산이 삼성플라자 분당점을 애경에 넘기기로 함에 따라 삼성그룹은 1994년 유통업 진출을 공식 선언한 뒤 12년 만에 완전히 발을 빼게 됐다.

마지막 남은 삼성테스코 홈플러스 지분 11% 역시 내년 중에 5%를 매각하고 연차적으로 협상해 처분하기로 영국테스코와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강대 임영균(경영학) 교수는 “삼성물산 유통부문이 다른 계열사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고 뚜렷한 미래 성장 동력을 갖추지 못해 삼성그룹이 구조조정 차원에서 정리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우리투자증권 박진 연구원은 “유통업의 경우 입지가 좋은 곳에 많은 점포를 확보하는 것이 성패를 좌우하는데 삼성은 외환위기 이후 소극적인 투자로 일관하면서 점포를 오히려 줄이는 등 경쟁력을 갖추지 못했다”고 말했다.

애경그룹의 유통사업 현황
구분 개점일 매장규모 (평) 매출액(억원)
2005년2006년
백화점 구로점1993년 9월13,5001,9002,000
수원점2003년 3월23,0002,3002,700
평택점(예정)2009년 9월24,000--
면세점 인천공항점2000년 8월680·1,7601,800
김포공항점2005년12월103-300
2006년 매출은 예상치임. 자료: 애경그룹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나성엽 기자 cp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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