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산업은행에 대우증권 등 5개 자회사 매각 권고

  • 입력 2006년 9월 25일 17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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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산업은행의 종합금융그룹화 구상에 적지 않은 차질이 생기게 됐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감사원은 최근 산은에 대우증권, 산은캐피탈, KDB파트너스, 산은자산운용, 한국인프라자산운용 등 5개 자회사를 매각하라고 권고했다.

감사원은 산은이 구조조정 대상기업을 자회사에 편입시켜 운용하는 것은 구조조정 취지에 어긋난다며 조속한 정상화를 거쳐 매각해 투입된 자금을 조기 회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감사원의 권고는 금융부문 자회사들과의 시너지 효과를 통해 해외 진출, 투자은행(IB)부문 강화 등을 이루겠다는 산은의 발전 구상과 배치되는 것이어서 향후 산은 측의 대응이 주목된다.

산은은 구조조정회사인 KDB파트너스에 대해서만 지분 매각을 추진 중일 뿐이며 나머지 4개 자회사의 매각 계획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김창록 산은 총재도 최근 "대우증권을 매각할 계획이 없다"며 "산은을 한국을 대표하는 투자은행으로 육성해 자본시장통합법에 대비하겠다"는 견해를 표명했다.

시중은행 대형화와 외국 금융기관 진출 등으로 은행들의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에 산은의 업무 영역 확장도 불가피하다는 뜻이다.

은행권에서는 이번 감사원 감사 결과가 산은과 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들의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이어질지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산은 등 국책은행의 설립 목적이 상당부분 달성된 만큼 시대 성격에 맞춰 변모해야 한다"는 전윤철 감사원장의 평소 의지가 이번 감사 결과에 실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러나 감사원의 권고는 구속력이 없는데다 마땅한 인수 주체를 찾기도 쉽지 않기 때문에 당장 산은이 대우증권 등 5개 자회사를 시장에 내다팔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산은 관계자는 "감사 결과가 나왔다고 해서 이를 곧바로 이행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며 "현재 정부가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국책은행의 위상과 역할을 논의하고 있는 만큼 그 결과를 기다릴 것"이라고 밝혔다.

산은의 민영화로 결론이 날 경우 시중은행들과 경쟁해야 하는 산은 입장에서 굳이 대우증권 등 자회사를 매각할 이유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이날 서울 증시에서 대우증권 주가는 향후 매각 가능성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반영되면서 지난 주말보다 400원(2.61%) 오른 1만5700원으로 장을 마쳤다.

이 밖에 감사원은 한국은행에 대해 지역본부와 지점의 구조조정을, 수출입은행에는 한국수출보험공사와의 업무 중복 해소를 권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은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산은과 한은 등 금융 공기업에 대한 감사를 실시했으며 감사 결과를 각 금융기관에 통보했다.

유재동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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