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S비율 낮춰 론스타 인수 정당화”

  • 입력 2006년 4월 21일 03시 02분


론스타의 존 그레이켄 회장은 19일 기자회견에서 “론스타가 투자하지 않았다면 외환은행의 2003년 말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 비율은 4.4%로 떨어졌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그동안 외환은행 매각 과정에 대한 논란에서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를 정당화하는 핵심 근거로 제시됐다.

하지만 감사원의 생각은 다르다. 외환은행이 2003년 말 외환카드에 대손충당금을 8000억 원 이상 더 쌓으라고 지시한 대목이 석연치 않기 때문이다. 대손충당금은 빌려준 돈 가운데 회수가 불가능할 것에 대비해 미리 쌓아 두는 돈이다.

금융권에서는 ‘외환카드 부실이 예상보다 심각했다’는 점을 부각해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의 정당성을 주장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외환카드 부실을 한꺼번에 털어내고 새 출발하려는 뜻이라는 의견도 있다.

○ 연말 BIS 비율 꿰맞추기

한나라당 최경환(崔炅煥) 의원은 “외환은행의 2003년 말 BIS 비율 하락 가능성을 뒷받침하기 위해 외환카드 실적을 의도적으로 조작했다”고 했다.

외환은행의 연말 BIS 비율이 6.16%로 떨어질 우려가 있다는 점을 들어 정부가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를 승인했기 때문에 연말 BIS 비율을 낮출 필요가 있었다는 것.

국회 재정경제위원회의 외환은행 문서검증반에 참여한 김경율 공인회계사는 “2003년 말 기준으로 외환카드의 대손충당금을 1000억 원 적게 쌓으면 외환은행의 BIS 비율은 약 0.3%포인트 높아진다”고 했다.

외환카드가 처음 제출했던 대로 충당금을 8000억 원 적게 쌓는다면 외환은행의 BIS 비율은 2.4%포인트 높아진다.

이를 적용하면 외환은행의 BIS 비율은 2003년 7월 금융감독원이 추정한 ‘비관적인 시나리오’의 6.16%보다 높아지게 된다.

○ BIS 비율 진폭 커 의구심

2003년 말 LG카드 사태가 터지면서 외환카드 역시 폭풍에 휘말렸다.

외환카드는 대출금과 카드사용액의 연체비율이 급격히 높아지면서 자본금을 늘려야 하는 상황이었다.

외환카드의 대주주인 외환은행과 올림푸스캐피탈은 “돈이 없다”며 증자를 포기했고 외환은행은 최종적으로 2003년 11월 외환카드를 흡수 합병하기로 결의했다.

외환은행이 외환카드에 대손충당금을 더 쌓으라고 지시한 이유 중에는 카드 부실을 한꺼번에 털고 새롭게 출발하자는 뜻도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외환은행이 외환카드에 보낸 공문에는 대손충당금 조정에 대한 이유가 전혀 설명돼 있지 않다.

감사원은 매각 직전 외환은행이 자체 산정한 BIS 비율이 크게 달라진 것에 주목하고 있다. 당시 경제상황과 주가 등에 따라 숫자가 달라질 수 있지만 진폭이 큰 것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는 것.

감사원은 외환은행 관계자들을 상대로 충당금이 급증한 이유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8월 사망한 허모 차장에게 책임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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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카드가 2004년 1월 외환은행에 제출한 2003년 말 재무제표(위)와 외환은행이 이를 수정한 뒤 외환카드에 내려 보낸 재무제표. 다른 항목은 모두 같고 대손충당금(왼쪽)이 5748억 원에서 1조3979억 원으로, 당기순손실이 6073억 원에서 1조4304억 원으로 늘어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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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김두영 기자 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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