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그룹 ‘소리없이 쑥쑥’…LG계열분리 1년반만에 안착

  • 입력 2005년 11월 30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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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쉿, 소리 없이 강하다.’

GS그룹을 표현하는 데 적절한 말이다.

GS는 지주회사인 GS홀딩스를 포함해 47개 회사를 거느린 재계 자산 순위 7위(공기업 및 민영화된 공기업 제외)의 대그룹. 지난해 매출 23조 원에 순이익만 1조1000억 원을 냈다.

하지만 큰 덩치만큼 요란을 떨지는 않는다. 자신의 목소리를 최대한 줄이는 대신 조용히 내실을 다지는 스타일이다.

재계에서는 차근차근 성장해 나가고 있는 GS그룹이 LG에서 계열분리된 뒤 1년 반 만에 정상 궤도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많다.

○ 연착륙에 성공

GS그룹의 주력 분야는 정유·에너지(GS칼텍스), 유통(GS홈쇼핑·GS리테일), 건설(GS건설).

GS칼텍스는 올 1∼9월 매출액 11조4845억 원에 영업이익 6055억 원을 거두는 등 지난해에 이어 실적 호조를 이어가고 있다.

GS홈쇼핑은 이름을 LG홈쇼핑에서 바꾼 뒤 매출 감소가 예상됐으나 오히려 최대 실적을 거뒀고 GS리테일도 내수 부진 속에 전년 대비 9% 성장으로 선전(善戰)했다.

GS건설은 3분기까지 매출액(4조2331억 원)과 해외도급공사(5934억 원) 1위에 올랐다.

안정된 사업구조뿐 아니라 얼굴 알리기에도 성공했다.

LG에서 떨어져 나간 GS는 그동안 광고와 3400개 주유소·충전소 간판 교체작업 등 기업이미지통합(CI) 작업에만 1000억 원을 쏟아 부었다.

GS 측은 “지속적인 홍보 결과 이젠 소비자들이 GS를 확실히 알게 됐다”며 “지난달 자체 소비자 인지도 조사에서 인지율이 99%에 달했다”고 밝혔다.

○ 양날의 칼 GS칼텍스

GS에도 고민은 있다.

GS에서 정유사 GS칼텍스가 차지하는 자산비중은 80%가 넘는다. 그만큼 GS칼텍스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GS칼텍스는 가장 안정적인 ‘캐시 카우’ 역할을 하고 있지만 이는 장점인 동시에 약점이기도 하다. 올해 초반부터 성장이 둔화된 석유정제산업이 앞으로 침체기에 들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요즘에는 GS칼텍스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다는 점이 더욱 걱정스럽다.

우리투자증권의 김영진 연구위원은 “GS에는 두 가지 길이 있다. 당분간 내실을 다지는 방법과 인수합병(M&A)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유통은 확장에 한계가 있고 정유 쪽에서의 위험을 분산시키기 위해서는 결국 M&A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 M&A 하나, 안 하나?

GS의 자회사들은 부채비율이 낮고 재무구조가 견실해 자금 차입이 용이한 게 장점이다. GS칼텍스만 봐도 신용등급이 국내 정유사 가운데 가장 높은 BBB+(스탠더드 앤드 푸어스 평가).

재계에서는 GS가 자체 보유 현금과 시장에서의 자금 차입 능력을 합하면 당장 동원할 수 있는 현금만 1조50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 때문에 M&A시장에서 GS의 행보는 최대 관심사다.

하지만 GS는 조심스럽다. GS홀딩스의 한 임원은 “앞으로 2년간은 우리 영역을 지키면서 내실을 기하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밝혔다. M&A시장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내부 역량을 먼저 강화한 뒤 공격적인 신(新)성장동력 찾기에 나서겠다는 게 GS의 포석이다.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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