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싸고 더 편리하게…펀드 판매 확 달라진다

  • 입력 2005년 11월 14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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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펀드 가입자가 가장 많이 몰린 미래에셋과 가장 많이 판매한 국민은행이 펀드 판매수수료 ‘가격 파괴’에 나서겠다고 선언함에 따라 펀드시장에 지각변동이 불가피해졌다. 대형 할인점이 기존 백화점 중심의 유통질서를 무너뜨려 소비자가 싼값에 질 좋은 상품을 살 수 있게 된 것처럼 펀드 판매시장에서도 ‘유통혁명’이 시작된 셈이다. 두 회사가 각각 업계의 선도 업체여서 다른 회사들도 비슷한 조치를 취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내년부터는 증권사와 은행만이 아니라 지금까지 펀드 운용만 해 온 자산운용회사도 직접 펀드를 팔 수 있게 된다. 아울러 보험설계사들도 펀드를 파는 것이 허용돼 펀드의 유통혁명은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 인터넷 통해 판매하는 펀드 나온다

펀드 유통혁명의 주요 핵은 미래에셋이다.

미래에셋그룹 계열 3개 자산운용회사는 올해 주식형 펀드에 새로 들어온 자금의 35%를 차지할 정도로 이들 회사가 내놓은 펀드는 투자자에게 인기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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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셋이 인터넷 전용 인덱스 펀드를 내놓기로 한 것은 이런 브랜드 파워가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인덱스 펀드란 코스피200지수 등 증시 대표지수를 목표지수로 정해 지수 움직임과 비슷한 투자수익을 기대하는 펀드.

박현주(朴炫柱) 미래에셋 회장은 인터넷 전용 상품에 대해 “히트작인 ‘인디펜던스 펀드’처럼 공격적인 성장형 펀드는 아니지만 안정적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펀드”라고 말했다.

그는 “내년부터 자산운용사의 직접 판매가 시작되면 인터넷 판매는 더욱 활성화될 것”이라며 “앞으로 투자자는 고급 서비스를 받고 비싼 수수료를 내는 고객과 싼 비용으로 양질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으로 나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적립식 펀드에 장기 투자하세요

국민은행이 적립식 펀드의 수수료 체계를 바꾸기로 한 것은 일반 투자자의 장기 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올해 들어 증시가 활황세를 보이면서 주식형 펀드 가입자는 크게 증가했다. 9월 말 현재 펀드는 모두 805만 계좌로 2가구당 1가구꼴로 펀드에 가입해 있다. 적립식 펀드는 413만 계좌, 주식형 펀드는 360만 계좌.

하지만 펀드에 3년 이상 장기 투자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국민은행 박지우(朴贄愚) 투신상품팀장은 “멀티클래스 펀드를 도입하기 위해 주식형 적립식 펀드 가입자 현황을 살펴보니 3년 이상 가입한 고객은 매우 적었다”고 말했다.

가입 3개월 이후에는 수수료 없이 환매(중도 인출)할 수 있어 수익률이 좋으면 찾거나 다른 펀드로 갈아타는 고객이 많다는 것.

이런 ‘메뚜기식’ 펀드 투자 행태는 펀드 수수료 체계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지금은 펀드 판매회사인 은행과 증권사가 총수수료(주식형 적립식 펀드 평균 2.5%)의 약 70%인 평균 1.7% 정도를 가져간다. 판매수수료를 가입 때만 아니라 매년 받아가는 것.

적립식으로 3년간 투자해 순자산액이 1억 원이라면 펀드 판매회사가 떼는 170만 원을 포함해 매년 수수료로만 250만 원을 내야 한다.

미국에서는 가입 때 판매수수료를 뗀 이후에는 운용회사가 수수료의 대부분을 가져간다. 판매수수료는 해가 지나면 대체로 줄어든다.

따라서 미국의 개인투자자는 연금 형태로 적립식 펀드에 장기 투자하는 게 일반적이다.

한국펀드평가 우재룡(禹在龍) 사장은 “국내에서는 이제야 겨우 장기 적립식 투자 마인드가 생겨나고 있다”며 “판매수수료를 낮춰 펀드로 노후를 대비할 수 있게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 펀드 도매업자도 등장할 듯

내년부터 바뀌는 펀드 판매제도가 이 같은 펀드 유통혁명의 단초가 됐다.

펀드 판매 경로가 다양화돼 보험설계사나 자산운용사가 직접 펀드를 팔 수 있게 되면 판매수수료는 낮아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자산설계 전문가 50∼100명이 모여 펀드를 도매로 떼 와 팔거나 개인투자자에게 자산운용 컨설팅을 해 주는 회사를 차리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펀드 평가회사가 소규모 자산운용사와 연계해 인터넷으로 펀드를 판매할 수도 있다.

금융감독원은 현재 순자산액에 연동해 떼도록 돼 있는 펀드 판매수수료를 투자 원금에만 연동하게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금감원 박광철(朴光喆) 자산운용감독국장은 “펀드 판매수수료를 투자 원금에 연동하면 투자자가 부담하는 수수료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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