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내년에도 어렵다”…“성장률 5% 밑돌 듯”

  • 입력 2005년 10월 7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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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보다는 낫겠지만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내년 경제 전망을 놓고 정부의 낙관론과 민간의 신중론이 맞서고 있다.

정부와 민간 모두 내년 경제가 올해보다 나아질 것이라는 데는 이견(異見)이 없다.

하지만 정부는 몇 년째 ‘5% 성장’을 신념처럼 주장하는 반면 민간 연구기관들은 회의적인 반응이다.


특히 올해 성장률이 3.8%(추정치)에 불과할 정도로 죽을 쒔기 때문에 올해와 비교한 내년 경제지표가 좋아질 가능성은 높지만 체감 경기는 여전히 싸늘할 것이라는 게 민간 연구기관들의 전망이다.

○ 5% 성장 “글쎄요”

한덕수(韓悳洙)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6일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관에서 열린 ‘동아시아 경제포럼’에서 “3분기(7∼9월) 이후 소비 회복세 등에 힘입어 경제가 4∼5%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승(朴昇) 한국은행 총재도 이날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최근 성장률 전망을 점검한 결과 내년 5% 성장 달성에 자신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반면 LG경제연구원은 건설투자 부진 등으로 인해 내년 성장률이 4% 중반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경제연구원도 4.5%로 전망했다. 소비가 3%, 설비투자가 5% 늘어나는 데 그치고 수출 역시 올해보다 증가세가 둔화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외국계 기관들은 더욱 인색하다. 씨티그룹(4.3%), 모건스탠리(3.5%), 도이체방크(4.0%) 등은 4.5% 이하로 보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각각 5%와 4.9%로 비교적 후한 전망을 내놨지만 국제 유가 등에 따라 유동적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국내기관 중에서는 삼성경제연구소와 한국경제연구원이 4.9%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 체감경기 여전히 싸늘할 듯

연구기관들은 성장률 자체보다 체감경기 진단이 더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경제지표가 좋아지더라도 체감경기는 당분간 눈에 뜨이는 개선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고용시장이 취약하고 소비 부문도 활력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경제연구원 주원(朱源) 연구위원은 “취업자가 늘고 있다고 하지만 비정규직과 임시직이 증가하고 있으며 제조업 고용 인력은 오히려 줄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8월 일용직 근로자는 작년 같은 달보다 4.5% 늘어 상시근로자 증가율(2.9%)을 웃돌았다.

주 연구위원은 “고용 여건이 취약하면 소득이 늘지 않아 소비도 크게 개선되기 어렵다”며 “내년 실질 소득은 올해보다 1% 느는 데 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음식점 재래시장 등 밑바닥 경기가 부진한 점도 체감경기를 싸늘하게 한다.

한국경제연구원 허찬국(許贊國) 선임연구위원은 “영세 자영업자가 많고, 소비 행태가 변하는 구조적 문제로 인해 경기 회복의 온기가 잘 전달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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