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이기태 사장 “목표 정하면 끝장본다”

  • 입력 2005년 2월 20일 18시 11분


코멘트
‘애니콜신화’의 주역인 이기태 삼성전자 정보통신 총괄 사장은 “흔들리지 않고 목표를 향해 돌진하는 지구력이 사업 성공의 비결”이라고 강조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애니콜신화’의 주역인 이기태 삼성전자 정보통신 총괄 사장은 “흔들리지 않고 목표를 향해 돌진하는 지구력이 사업 성공의 비결”이라고 강조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미국 시장조사기관인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삼성전자 휴대전화의 지난해 평균판매가격은 198달러. 세계에서 가장 비싼 휴대전화다. 1위업체인 핀란드 노키아 제품은 140달러로 한참 아래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매출액 171억8800만 달러로 세계 2위, 부호분할다중접속(CDMA)방식 휴대전화 시장에선 세계 1위를 지키고 있다.

그야말로 엄청난 기세다. 불과 몇 해 전까지 삼성전자는 5위에도 못 들었다. 이런 화려한 드라마를 만들어낸 주인공이 이기태(李基泰·57) 삼성전자 정보통신 총괄 사장이다.

최근 이 사장을 만났다. 악수를 하는 손이 여간 두툼한 게 아니다. 1973년 삼성전자 라디오과에 처음 입사했는데 연구실이 아닌 제조 현장에서 주로 세월을 보냈다고 했다. 이 사장은 삼성 내에서도 승부욕이 가장 강한 경영자 가운데 하나다. 오죽했으면 별명이 ‘깜박이 없는 불도저’. 목표가 정해지면 돌아보지 않고 밀어붙이는 스타일이다.

그는 “나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삼성 사람과 다르다”고 말했다. 정정당당한 승부는 늘 환영하지만 정도(正道)가 아닌 방법으로 사업을 가로막으면 그냥 두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동영상 통화가 가능한 광대역CDMA(WCDMA) 휴대전화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고전하고 있는 이유가 뭐냐”고 조심스럽게 물어봤다.

이 사장은 “절대 고전하고 있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해외의 이동통신서비스업체가 삼성전자의 문도 두드렸지만 너무 낮은 가격을 불러서 “다른 데 가서 알아보라”고 했다고 한다. 자신감이 깔려 있다. 그는 “서비스업체의 요구대로 싼 값에 물건을 대기 시작하면 제조업체의 경쟁력이 흔들린다”고 강조했다.

그에겐 일화가 많다. 1995년 3월의 ‘소각 사건’은 압권이다. 설을 맞아 주요 임직원들에게 휴대전화를 선물로 돌렸는데 성능이 시원찮다는 반응이 나오자 경북 구미 공장으로 내려가 2000명 직원이 지켜보는 앞에서 15만 대의 휴대전화를 쌓아놓고 불살랐다는 이야기다.

지금은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지만 고비도 많았다. 1992년 통신 부문으로 옮겼을 때만 해도 ‘물 먹었다’는 반응이 나왔다. 하지만 뚝심으로 버텼고 ‘애니콜 신화’를 이뤄냈다. 자신이 기술자 출신이었기 때문에 기술자를 중시하고 기술력을 쌓는 데 집중해 세계적인 제품을 만들어냈다.

1995년 100만 대 정도가 팔리던 삼성의 휴대전화는 올해 1억 대 판매를 바라보고 있다. 10여 년 만에 100배로 외형을 키운 것이다. 입버릇처럼 가장 중요한 게 ‘지구력’이라고 말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삼성전자가 노키아를 제치고 명실상부한 1위가 되는 건 언제쯤 이뤄질까.

그는 몇 번을 물어도 답변하지 않고 웃기만 했다. 그러나 그의 눈빛은 “마음만 먹으면 그리 머지않다”고 대답하는 듯했다.

홍석민 기자 smh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